인디다큐페스티발 | 우리가 놓친 현실의 카메라는 돌아간다

가까이 있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현실, 아니 상관없어지고 싶어 속였던 현실, 그 중심에 <인디다큐페스티발 2012>는 벼른 칼날을 세웠다.

강의명 <인디다큐 페스티발 2012 미리보기 – 프로그래머 변성찬 영화 평론가와 함께>
강사명 변성찬(영화평론가)
강의 일시 2012년 3월 18일 일요일 오후 1시
강의 장소 상암동 미디액트 대강의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순탄치 않은 지난 2년

지난 2001년 첫 테이프를 끊은 <인디다큐페스티발(이하 인디다큐)>은 국내 유일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제다. 그동안 우리나라 독립 다큐멘터리의 한 해 성과를 결산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다큐멘터리의 시선에서 교감하며, 소통하는 장으로서 자리매김한 바 있다. 덕분에 이기적이기를 선택한 우리가 사회의 이면과 병폐를 비롯해 소외당하는 사람들 등 자세히 찾아야만 볼 수 있는 현상과 존재에 대해 숨은 돋보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2년 – 올해를 포함하여 – 은 순탄치 않았다. 충실한 돋보기 역할에 물린 걸까? 지난
2년간 <인디다큐>는 정부의 공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오늘의 강사이자 이번 <인디다큐>의 프로그래머를 맡은 변성찬 영화평론가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 직접 와서 봐주셨으면 합니다. 아시다시피 작년, 그리고 올해 행사가 공적 지원을 못 받고 있어요. 이유는 오로지 ‘물’과 ‘불’ 때문입니다.

중복된 일정으로 피곤한 기색을 비추던 그의 눈빛이 이 순간 사뭇 진지해졌다. 물과 불, 두 개의 유려한 메타포. 지난 수년간 <인디다큐>는 쉬지 않고 물과 불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왔다. 결국 돌아온 것은 지원 중지와 불허. 이를 통한 그들의 의도는 자명했지만, <인디다큐>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올해 12번째 생일을 맞았다.

실험! 진보! 대화! 이외에 무엇이 필요하리요


독립다큐멘터리는 기존의 관습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이는 실험성을 발휘해야 하고, 독립다큐멘터리는 진보적 관점에서 사회적 의제를 제기함으로써 영화의 사회참여를 실현해야 하며, 인디다큐 페스티발은 영화를 통한 작가와 관객의 대화, 사람과 사람의 대화를 만들고자 한다.

‘실험! 진보! 대화!’는 지난 11년의 세월을 많은 작품과 궤를 같이하며 이어왔던 <인디다큐>의 슬로건이다. 이를 기치로 많은 작품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 나아가 이 사회를 재조명했고, 올해 역시 그 맥을 이어간다. 결국 제자리걸음에 있는 듯한 우리에게 실험적이고 진보적이며 대화할 수 있는 상영작으로 뜨거운 만남을 고대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 기성 감독의 완성된 작품보다 작품성은 떨어지지만, 도전적인 신진 감독의 작품이라면 발굴하는 것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린 이번 기회에 42편의 <인디다큐>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출품된 27개의 신작을 비롯해 6편의 초청작과 용산참사 특별전, 그리고 3편의 봄 프로젝트(기존 감독이 여건이 어려운 신진 감독을 도와주는 형태)와 함께 말이다.

<인디다큐페스티발>이 고수한 네 가지 키워드

올해 출품된 신작 중 가장 많이 다뤄진 키워드는 바로 ’88만원 세대’다. 동 제목의 책으로부터 유래한 이 유행어는 우리 세대를 지칭하는 글자이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불길한 단어이기도 하다. 변성찬 평론가는 올해 <인디다큐>를 통해 드러난 88만원 세대에 대하여 예전과는 다른 징후를 느꼈다고 말했다.

∙∙∙ 올해 88만원 세대의 자화상의 경향은 단순히 한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울분을 토하고 저항하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상영작 중 특히 두 영화는 특히 대학생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영화 <사람이 미래다?>는 두산이 중앙대학교를 인수한 뒤 많은 학생이 징계를 받았던 사례를 다뤘고, 영화 <투 올드 힙합 키드>는 진로에 대해 고민 중인 대학교 졸업반 감독이 10년 전 힙합을 좋아했을 때를 회상하며 다시 예전의 주역을 카메라에 담은 스토리를 담았기 때문이다.

올해 나타난 또 한가지 키워드는 음악이다. 이번 해엔 음악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많이 출품되었다. 영화 <우쿨렐레 사랑 모임>이나 <저수지의 개들 take 2. 낙동강>과 같은 다큐멘터리는 음악이 하나의 이미이자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한다. 변성찬 평론가는 음악 다큐멘터리에 대한 많은 가능성에 기대며, 앞으로도 좀 더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이루어지길 소망했다.

세 번째 키워드는 페스티벌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특별전인 용산 특별전.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진상 규명은 요원한 용산은, 참사를 겪은 생존자가 구속된 어이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대다수에게 용산은 하나의 아픈 기억 혹은 사건으로 남겠지만, 그곳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곳뿐 아니라 도시의 개발 혹은 재개발이 지금도 폭력을 수반한 잔인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철거민들은 낭떠러지를 마주 보고 있다. 이번에 상영되는 용산 관련 6편의 다큐멘터리는 알레고리처럼 하나씩 합쳐지면서 용산이란 아픈 상처를 여실히 드러낸다. 6편의 감독이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한 나라에 사는 공동체로서 이를 기억하고 아픔을 나누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다.

네 번째 키워드는 <인디다큐>에서 네 번째 생일을 맞이한 봄 프로젝트다. 봄 프로젝트란 기존 감독이 독립다큐멘터리를 시작하는 신진 다큐멘터리 감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에는 총 3편이 상영될 예정인데, 특히 우현하 감독이 만든 영화 <조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자의 자기 치유 과정을 다룬 이 작품은, 관객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 그 경계는 누가 만든 것인지를. 그렇지 않은가. 이 사회에서는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본인이 괴물임을 인지한 소수가 될 수도, 마음속에 괴물이 있음에도 모르는, 혹은 모른 척하는 대다수가 될 수도.

지켜보는 눈이 많을수록 막아낼, 변화할 희망이 있습니다. (중략) 다른 금전보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후원은 이번 페스티벌 동안 많은 분이 와서 여러 작품을 보는 겁니다.

우리가 현실에 치여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작은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이 작은 변화 곁에는 한 대의 작은 카메라가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변화의 순간을 담기 위해, 우리가 의외라 생각한 것이 사실 보통의 존재였다고 말하기 위해, <인디다큐>의 카메라는 오늘도 쉬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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