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연ㅣ우리의 친구, 길고양이

아무도 없는 새벽 주택가, 바닥에 엎드려 사진 찍는 수상한 한 남자가 있다. 이상한 것을 찍는다고 생각한 주민의 신고로 그는 지구대에 연행되는데…그에겐 혐의가 없다. 그저 그는 ‘길고양이’를 찍었을 뿐이다. 지구대 경관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이런 거 찍어서 뭐하게요?’ 라며 질문하지만, 비단 이것이 그들만의 궁금증은 아닐 터. 새벽 시간 신문 배달을 하며 고양이의 삶을 담아내는 김하연 생활사진가는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거나 도리어 경멸하기 일쑤였던 ‘길고양이’의 삶을 찍는다. 그가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그가 이런 수모를 겪음에도 고양이를 찍는 것은 단지 고양이가 귀여워서만은 아니다. 그의 프레임은 길고양이가 태어나고 사라지는 정제되지 않은 삶에 주목한다.

뜨거운 여름, 더위를 식히기 위해 시원한 차 배관에 얼굴을 맞대는 길고양이 ‘우뚱이’

김하연 작가는 지난 2003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연히 찍게 된 길고양이가 현재 그의 사진의 90%를 차지하는 피사체가 된 이유는, 고양이로부터 부모님의 모습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블로그에 연재하는 ‘고양이는 의외로 가까이 있다’ 시리즈. 인간과 길고양이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있지만, 길고양이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부모님은 아파도 자식에게 ‘괜찮다, 내가 알아서 할게’라며 거리를 두잖아요. 그러면서도 먼발치에서 저희를 지켜보고 계세요. 길고양이 역시 다르지 않았어요. ‘눈길을 주지 마세요, 괜찮아요.’라고 얘기하면서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을 절대 떨어뜨리지 않는 거예요. 고양이를 보면서 마치 저희 부모님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느낌 아래 그는 길고양이에 눈을 돌려 한두 컷 찍었다. 신문 배달을 하는 새벽 시간에 자주 만날 수 있고 사람과 달리 카메라를 들이대도 부담이 없었던 길고양이는 자연스레 조금씩 그의 사진으로 들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06년 첫 전시회는 그의 사진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국내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다섯 손가락에 안에 손꼽히는, 최광호 작가님이 주최하는 <1019 사진상(1019 : 최광호 작가 작업실 이름)>을 수상한 적이 있어요. 사실은 이름과 생년월일에 따라 상형문자처럼 파주는 도장을 정말 받고 싶어 응모한 것이었죠. 수상과 함께 전시회를 열어주셨는데, 주제를 잡다 보니 예상치 않게 길고양이 사진이 몇 마리 들어간 거예요. 그때 최광호 작가님께서 ‘고양이가 무언가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계속 찍어보는 건 어때요?’라고 말씀하시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그때부터 진짜 열심히 찍었죠.

더욱 좋은 길고양이 사진을 찍기 위해 연구는 기본이었다. 길고양이의 습성과 식성, 탄생과 삶, 죽음 등을 공부하며 직접 사료를 챙겨주기도 했고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러면서 길고양이는 호기심이 많다는 점, 혼자 외롭게 살아가기도 하지만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는 점,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당한 정도에 따라 ‘안전거리’가 다르다는 점 등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도시 속에 혼자 살아가는 길고양이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길고양이 가족들.

김하연 작가 앞에 사료를 기다리며 앉은 길고양이들. 이들의 안전거리는 각각 다르다. 사람들에게 겁이 없는 고양이가 앞에 있고, 해코지를 많이 당해 두려움이 많은 고양이가 상대적으로 뒤에 앉아있다.

길고양이는 주변의 지형지물과 사물에 호기심이 많다.

김하연 작가는 길고양이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그들에 대한 사랑과 측은惻隱함이 더욱 커졌다. 그는 생각했다.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그들의 삶이 1cm라도 나아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출하고 관심을 유발해야 한다는 것을. 단, 귀여운 이미지로 소비되는 고양이가 아닌 우리와 함께 공존하는 한 생명으로서, 삶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말이다. 고로 그의 사진은, 길고양이가 예쁘게 나오는 것을 염려해 망원렌즈(사물을 당겨서 찍을 수 있는 렌즈)로 찍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 풍경과 함께 거칠고 무채색에 가까운 사진이다. 이는 길고양이의 태어나고 사라지는 모습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감성적이고 때론 묵직한 느낌도 드는, 그의 사연 있는 사진을 보자 이런 감탄사가 연발했다. “사람과 똑같네요!” 그는 자신이 주고 싶은 메시지가 바로 이거라고 화답했다.

‘로드킬’로 인해 사라지는 모습도 이들의 삶이기 때문에 카메라를 놓지 않는다. 촬영 뒤에는 오토바이에 항상 갖고 다니는 검은 비닐봉지 속에 이 친구들을 조심스럽게 담아와 묻거나 화장한다.

‘세운상가에서 만난 고양이의 눈빛이 애처롭다.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노폐물이 계속 쌓여가는 통에 그는 이 친구를 위한 안락사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원룸 학생이 버리고 간 고양이. 고양이의 습성상 변을 해결하고 모래를 덮는 습성 때문에,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위생을 걱정한 주변 부모의 신고로 그는 포획당했다. 이 사진은 포획되는 날이었는데, 마치 우는 모습과 같아 마음이 더 짠해진다. 그의 블로그에는 이 날의 애절한 심정을 짧은 글과 함께 더욱 잘 표현하고 있다.

넌 우는 게 아닐 텐데
난 왜 그렇게 보일까?

– 김하연 작가 블로그(http://ckfzkrl.blog.me/50127758142)

신혼 초, 고양이를 기르자던 아내의 제안을 거절하고 김하연 작가는 현재 두 마리의 강아지를 키운다. 이유는 단지 고양이가 싫어서였다. 하지만 사진을 계속하게 해준 동기부여의 피사체로서 꾸준히 공부하고 애정을 가지다 보니, 이제 작가는 그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가령 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뜯는 것은 시력 유지에 필요한 생선의 뼈에 많이 함유된 ‘타우린’을 먹기 위함이었고, 살이 많이 찐 것처럼 몸이 통통한 길고양이는 사람이 버린 염분 기가 있는 음식을 먹어 몸이 부었기 때문이란 것 등. 본래 고양이는 절대 과식을 하지 않고, 사료 분량도 작은 컵 하나면 하루 분량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이제 김하연 작가는 스스로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하나씩 바로 잡으며, 그것이 사진에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서울에 있는 길고양이 수가 20~80만 마리 정도 되는데, 통계마다 다르죠. 이 말은 어느 곳에서나 다 있는 것이고 우리와 밀접하게 관계된 생명이라는 것이에요. 특히, ‘영물靈物’이라는 관습적으로 내려오는 고양이의 이미지 때문에 제 사진에는 고양이의 동공이 반달처럼 가는 모습은 담지 않아요. 눈동자가 동그라면 선하게 보이거든요. 기존 같은 고양이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벗어던지기 위한, 한 방법이에요.

김하연 작가는 길고양이의 모습을 최대한 잘 담아내기 위해 연속 촬영을 기본으로 한다. 계절마다 컷 수의 차이는 있지만, 겨울에는 40컷 이상, 여름에는 2백~3백 컷을 찍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워서 찍는 것이라고

일본의 한 작가가 ‘강아지의 보는 사람, 풍경, 또 다른 강아지의 모습은 어떨까?’ 고민한 적이 있대요. 그 후 바퀴 달린 의자에 누워 1년간 강아지의 눈높이로 사진을 찍었죠. 저 또한 길고양이와 눈을 맞추는 것이 그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물론, 고발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한 지역 주민의 신고는 감수해야 하지만요.

2003년부터 시작한 김하연 작가의 블로그는(http://ckfzkrl.blog.me)에는 그동안 그가 애정을 가지고 찍은 사진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이곳은 지난 2010년, 2011년 연속 ‘애완, 반려 동물, 사진’ 카테고리에서 파워블로그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그 중 김하연 작가의 가장 짜릿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공간은 ‘친구되다’의 코너이다. ‘친구되다’는 수많은 길고양이 중 먼저 눈을 마주치고 살갑게 다가와 몸을 비비며 친구를 청한 길고양이가 있는 곳이다.

친구가 되는 순간이 가장 짜릿하다고 말하는 김하연 작가. 위의 길고양이는 처음으로 김하연 작가와 친구가 된 길고양이다. 사진을 찍고 있는 그에게 고양이는 먼저 살갑게 다가왔다.

그와 친구가 되었던 길고양이 중 하나는 ‘시사인’ 커버ㆍ특집 이미지로 실렸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4689) 김하연 작가 블로그(http://ckfzkrl.blog.me/) ‘친구되다’ 코너에서도 볼 수 있다.

김하연 작가의 사진은 90%가 길고양이지만, 그것이 그의 사진 세계의 전부는 아니다. 나머지 10%는 도시와 남자, 딸아이이다. 그는 모든 것을 파편화시키는 도시와 그곳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관심이 많다. 이와 관련하여 자신의 모습과도 닮은 ‘남자는 그렇다’ 프로젝트는 도시 속에 살아가고 있는 가장으로서의 남자,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예절이 베어 있고 이해할 수 없는 권위적 행동이 녹아있는 이 시대의 남자를 다룬다.

‘남자는 그렇다’ 프로젝트 중. ‘밥 한번 먹자.’라는 의례적인 얘기를 남기고 떠나는 남자들의 모습. 작가, 자신의 모습과 닮은 재미있는 주제다.

김하연 작가는 고양이 외 10% 부분에서 오히려 우수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끊임없이 사진 활동을 하기 위한 동기부여제로, 도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호기심을 풀어내는 한 과정으로, 공모전 활동도 놓지 않은 덕분이었다. 그 중 명성이 높은 <매그넘> 공모전과 <내셔널지오그래픽 국제사진> 공모전 대상의 영예도 얻었다. 아쉽게도 그가 간절히 바랬던 <내셔널지오그래픽> 공모전 ‘야생’ 부분에서 ‘길고양이’ 사진은 ‘야생’에 속하지 못해 심사과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사진의 진심은 어디에서나 통하는 법! 그가 관심을 뒀던 도시와 사람들을 소재로 한 ‘장소’ 부분의 사진이 대상을 차지했다.

옥상정원(<매그넘> 공모전 대상 2008)
태풍이 지나간 맑은 하늘 옥상에서 마치 ‘도시’를 ‘정원’처럼 바라보는 할머니와 손자. 그는 풍경을 찍더라도 사람을 무조건 포함한다. 이는 사진이 감성적으로 다가오게 하려는 의도보다 사진이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하고,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착각(<내셔널지오그래픽> 국제사진공모전 대상(한국 예선) 2009)
코엑스에 있는 한 광고판을 보고 찍은 사진. 광고 사진의 특징 중 하나는 어느 각도에서 모델을 보더라도 그 눈동자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즉,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고 ‘착각’하게 한다.

아무도 깨어 있지 않은 새벽, 오늘도 엎드려 ‘길고양이’와 마주하고 있을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사진을 찍어달라는 길고양이가 사라지기 전까지, 이 사진 작업을 계속할 거예요. 길고양이를 입양한 가족의 사진, 길고양이가 사라진 곳에 포토 벽화를 남기는 작업도 꾸준히 할 거고요. 또한 길고양이 우표를 만들어 그 수익금으로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방법들도 생각하고 있어요.

90%의 길고양이, 그리고 나머지 10% 세상에 대한 관심. 사진 작가로서 다소 적은 스펙트럼이란 편견을 깨버리고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하나씩 온전히 이해하며 자신의 주변 이야기와 함께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덕분에 어느 권위 있는 사진보다 더욱 깊이 있고 넓은 공감을 끌어낸다. 그리고 여전히 걱정인 듯 길고양이 학도인 그는 이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길고양이와 사람의 공존을 위해 배려할 수 있는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죠. 아니면 아예 무관심이 제일 좋아요. 그리고 저를 따라 찍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서 길고양이가 계속 노출되고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Profile

개인전
2009 <고양이는 고양이다 _ 두 번째 이야기> 공간루
2007 <고양이는 고양이다> 사진쟁이1019
2006 <강요하거나 혹은 자유롭거나> 사진쟁이1019

단체전
2011 <제3회 고양이의 날 기념전> 성북동갤러리
2011 <작업실의 고양이> 산토리니서울
2010 <제2회 고양이의날 기념전> 성북동갤러리
2009 사진집프로젝트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공간루
2008 도시경관프로젝트 <낙원을 기록하다> 드림갤러리
2008 도시경관프로젝트 인사아트센터
2008 SLRCLUB 사진전 코엑스
2007 포토리그 회원전 코엑스
2006 상상마당 <일상으로의 초대> 아트레온갤러리
2006 포토리그 회원전 경인미술관

수상
2009 내셔날지오그래픽 국제사진공모전 대상(한국예선)
2008 한국 매그넘 공모전 대상
2006 제6회 1019 사진상 수상
2005 KT&G 공모전 금상

그를 만나고 싶다면
http://ckfzkrl.blog.me/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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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는 듯한 사진에서 멍하니 보고있었어요.
    기사 정말정말 잘봤습니다^^* 고양이짱..ㅎㅎ
  • 넌 우는 게 아닐 텐데
    난 왜 그렇게 보일까?
    너무 와닿는 말입니다. 기사와 사진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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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정식 기자

    저랑 똑같은 느낌을 받으신 것 같네요^^ 하연작가님의 사진과 글은 좋은 울림을 주네요

  • Mary J. 마징가

    사진도 사진이지만, 어떻게 고양이 마다의 스토리를 이리도 잘 알고 있을까요? 그런 시선이 있으니, 이렇게 길고양이 사진을 사랑스럽고, 가슴이 뭉클하게 담아낼수 있수 있나 봅니다. 엄정식 기자님 너무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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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정식 기자

    길고양이 사진 하나마다 하연작가님의 사랑이 오롯이 베어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진이 말을 거는 듯 한 착각이 들어 더욱 빠져듭니다. 기사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와! 고양이를 담아낸 사진이 그야말로 예술이네요- 간만에 좋은 사진, 그리고 좋은 글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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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정식 기자

    기사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기사와 사진 잘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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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정식 기자

    아 감사합니다^^하연 작가님에 대해 더 관심이 있으시다면 블로그에 가보세요^^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어요ㅋㅋ

  • 주전자안의녹차

    우와 모든 사진에 애정이 담뿍 묻어있네요. 기사와 사진 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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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정식 기자

    피사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지 않으면 저런 작품이 나올 수 없을 것 같아요^^

  • 사진잘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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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정식 기자

    하연 작가님 사진 참 좋죠? 길고양이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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