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렇지 않은, 위대한 talk concert

‘요란한 잔치엔 먹을 것이 없다.’라는 말, 옛말이 다 맞는 건 아닌가 보다. 문화예술과 함께 누구나 노래하고 그리고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거머쥔 위대한 자리, 새해에도 이런 토크 콘서트가 블랙잭처럼 팡팡 터졌으면 좋겠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던 지난 12월 초, 한국 산업 기술대학교 아트센터에서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지원으로 마련된 이날의 콘서트는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발길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콘서트 1부 _ 영상과 음악, 그림으로 통하다


무대의 시작은 전수환(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운을 띄었다. 획일적이고 정부 주도로만 이루어졌던 그간의 문화예술교육을 꼬집으며, 우리가 조금은 쉽게 그리고 편하게 다가갈 것을 강조했다.

이어진 오프닝 무대는 홍학순 감독의 <전우주의 친구 – 본능미용실> 애니메이션 상영이었다. 우유각소녀와 윙크토끼 등 가볍고 유쾌한 인물들이 그리는 본능 찾기 여정은 미용실에서 본능 아바타를 디자인한다는 즐거운 상상으로 시작된다. 짧았던 20분의 영상에도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본연의 모습을 찾아 세상을 잘 살 방법을 알려준다는 메시지를 줬다. 역시 홍학순 감독다웠다.

뒤이은 무대는 떠돌이 뮤지션 ‘사이’였다. 2010년 <제천 국제음악영화제>에서 우승했던 실력파 뮤지션인 그는 이미 홍대에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유기농 펑크 포크의 창시자답게 본인이 노래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길거리 밴드, 시골 생활 그리고 지금 현재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맛깔나는 멜로디로 전해, 현장에 웃음 폭탄을 터트렸다. 더불어 ‘냉동만두’, ‘귀농통문’, ‘반야심경’ 등을 통해 자유로운 생각과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대하자는 그의 독특한 노래 강의는 관객을 감동시켰다.

바통을 이어받은 DJ홍군의 디제잉이 분위기에 탄력을 더했다. 장비를 챙겨오느라 택시비만 5만원이 들었다는 조곤조곤한 말투와는 다르게 그의 디제잉은 앉은 사람들을 벌떡 일으킬 정도였다.

콘서트답게 격렬했던 열기는 잔잔한 데일리 드로잉, ‘마법사’와 ‘님걱정’의 무대로 조화롭게 안정되었다. 평범했던 그들은 어느 날 문득 ‘데일리 드로잉’을 접하게 되었고, 그렇게 그리게 된 한 장의 그림이 매일 쌓여 작품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심신의 병을 앓았던 ‘마법사’부터 시작해 평범한 가장이었던 ‘님걱정’은 모두 데일리 드로잉을 통해 치유 받고 다시금 삶에 열정을 가지게 되었다.

즐기는, 재밌는 것 그 자체, 그림으로 감정을 나누는 소통의 관계가 바로 데일리 드로잉이에요.
                                          - 마법사



미술을 대단한 예술이나 범접하기 어려운 전문분야로 생각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그리고 즐기는 그들을 통해 문화예술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아도 한 장의 그림으로 소통하는 이들은 이미 매일 ‘데일리 드로잉’을 방문하곤 한다. 문화예술인이 되는 방법의 하나로, 펜과 종이만 있으면 충분했다.

개인의 기록, 즉 일상이 문화예술이에요.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동시에 나올 수도 있죠.
                                      - 님걱정

콘서트 2부 _ 리빙 라이브러리, 살아 있는 책들과 마주하다


1부의 무대가 끝난 자리에, 테이블이 들어섰다. 관객과 10인의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모여 나누는 진정한 토크 콘서트가 시작된 셈. 각자가 희망하는 책이 있는 테이블로 찾아갔다.

본능은 클래식한 방법과 위험한 방법이 있지요. 클래식한 방법은 <본능미용실> 영상에서 보신 그대로고, 위험한 방법은 두 사람이 손을 서로 마주 대고 공감하는 법이에요.

본능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는 질문에 홍학순 감독은 뻔한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정답이라고 단언한다.

내가 지금 가장 좋아하고 절실한 걸 하는 것. 그게 바로 본능을 찾을 길이죠.


마법사와 님걱정의 데일리 드로잉은 많은 말보다 그림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말과 말이 아닌 그림으로 아우러지는 세상이 테이블 위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2부 리빙 라이브러리에서 눈에 띈 사람은 10인의 강연자 중 유일한 대학생인 ‘싱크’였다. 현재 일산 홀트 복지타운에서 미디어수업을 하며 자원봉사를 하는 그는 올해 정식강사 자격으로 강의하는 중이다.

자원봉사라는 게 사실 시간만 때우거나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우연히 찾아왔던 자원봉사라는 기회를 통해 저 자신을 찾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무엇인지 깨닫고 있어요.

일주일 중 수요일 오후 3시면 홀트에 가는 그는 장애인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단편영화도 만드는 문화예술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 아티스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하루 반나절 동안 이루어졌던 그렇고 그런 사람들의 위대한 <토크 콘서트>는 결코 그렇고 그렇지 않았다. 오래된 친구처럼 익숙하고 친근한 이들을 통해 ‘문화예술은 어렵고 전문적이다.’라는 편견을 속 시원히 뒤엎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릴 수 있고, 누구나 노래할 수 있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던 <토크 콘서트>는 가슴에 뭉클한 선물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새해에도 이런 콘서트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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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가고 싶었던 행사, 정말 생생하게 담아오셨네요~ 기사 중간중간 아는 얼굴들도 많이 보이고 :-D 드로잉작가 님걱정씨가 남긴 “개인의 기록, 즉 일상이 문화예술이에요”라는 말이 참 와닿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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