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와 개방 사이, 삼삼한 미국 대학 제도

시카고, 애틀랜타, 보스턴, 뉴욕의 대학을 눈썹이 휘날릴 정도로 뛰어다니며 지겹게 파헤쳤다. 청춘이란 이름 아래 그들은 생각보다 우리와 닮았고, 생각 이상 달랐다.

중세 유럽에서 시작해 나라별, 시대별로 끊임없이 변화를 꿰한 대학 제도. 현재 세계의 선두를 달린다고 평가받는 미국 대학은 어떤 제도로 무장하고 있을까?

등록금을 해결하는 그들만의 방법

미국 대학의 등록금은 물가를 고려하더라도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다양한 장학금 제도. 특히 사립대보다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낮은 주립대는 자기 주 출신의 학생들에게 충분한 장학금 혜택을 주기 때문에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덜한 편이다.

주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학비는 거의 면제에요. 생활비와 기숙사비 정도만 제가 마련하고 있죠.
hanna(조지아텍 산업공학 전공 4학년)

한편, 미국에서는 학교나 주에서 주는 장학금 외에도 타 기관이나 개인의 후원을 통한 장학금 제도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우리 학교의 학비는 5만불 정도에요.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몇천불씩 올라가고요. 그런데 대부분 미국 학생들이 개인 후원자로부터 학비를 지원받아요. 익명 후원자도 있고요. 도너doner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친분 관계에 의해 지원받는 경우도 있죠.
– 안희진(줄리아드 스쿨 피아노 전공 3학년)

하지만 이런 폭넓고 관대한 장학제도는 대부분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유학생이나 외국인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경우가 대체적이다.

유학생이나 외국인은 당연히 주에서 주는 장학금은 받을 수 없어요. 학교에서 주는 성적 장학금은 주는 범위도 좁을 뿐더러 웬만한 성적으로는 받기 어렵죠.
–이준석(조지아텍, 화학공학 전공 3학년)

장학금 제도 외에 학교에서 마련한 제도를 활용해 등록금을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근로 장학생과 비슷한 ‘워크 스터디’ 제도. 학생들은 학교 내 우체국, 도서관, 기숙사 등에서 일하면서 용돈 벌이를 할 수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지원할 수 있는 일자리 목록이 공지되어 있어요. 원래 시민권자가 아니면 미국에서 일하기 힘든데. 학교에선 유학생도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죠.
– 박선영(줄리아드 스쿨 작곡 전공 4학년)

하버드 대학교는 이렇게 학교에서 제공하는 ‘워크 스터디’ 제도가 활발하게 운영되는 동시에 재학생 스스로 만든 수익 창출원을 통해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

하버드대에서는 창업하거나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하버드대 학생 협동조합HSA을 통해 용돈을 마련하곤 하죠.
– Rose Wang(하버드 대학교 경영학 전공 2학년)

뜨거운 감자, 기부 입학제는 안녕한가

한때 한국에 도입 여부를 두고 큰 논란이 되었던 기부 입학제. 기회의 평등을 훼손한다는 주장과 대학 재정에 도움이 된다면 유효한 제도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현재로서는 잠정적으로 도입을 중지한 상황에 이르렀는데. 그렇다면 기부입학제가 공공연하게 시행되는 미국의 대학생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이 있을까?

정말 대단한 권력가의 자제들이 기부 입학제로 들어오곤 합니다. 그들은 보통 대통령 라인의 인맥이나 수백 수천 억대의 기부가 가능한 자들을 이르는데, 이 정도 수준이 되는 학생은 극소수죠. 게다가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 그만한 돈을 지불하고 들어온다면, 학교 측에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어요. 일반적으로 학생 자체도 기부금으로 입학한 학생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도 않고요.
– Rose Wang(하버드 대학교 경영학 전공 2학년)

비슷한 듯 다르다. 어드미션admission 제도

수시, 정시로 구분된 한국의 입학 제도와 달리 미국은 다양한 방식의 어드미션 제도가 존재한다. 우선 ‘레귤러 어드미션’은 정해진 날짜까지 지원을 받아 학생을 뽑는 제도로, 한국의 정시 제도와 비슷하다. 이와 함께 ‘얼리 어드미션’ 제도는 ‘얼리 디시전’과 ‘얼리 액션’으로 나뉘는데, ‘레귤러 어드미션’ 기간 전에 원서 접수를 하는 제도다. 성적 커트라인이 ‘레귤러’ 때보다 낮아 지원자들에게 유리한 면이 있지만, 입학 시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는데 시간이 걸려 지원 자체가 어려워 지원율이 낮은 편이다. 게다가 합격해도 거부권이 있는 ‘얼리 액션’과 달리 ‘얼리 디시전’은 합격하면 무조건 그 학교 학생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원에 유의해야 한다. 두 제도는 한국의 수시 제도와도 일면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지아텍은 ‘얼리 액션’이랑 ‘레귤러 어드미션’ 두 가지 제도가 동시에 있어요. ‘얼리 액션’은 진짜 가고 싶은 대학이 있을 때 활용하면 좋은 제도죠. 성적 커트라인이 ‘레귤러’보다 낮거든요.
– 유한종(조지아텍 기계공학 전공 3학년)

어드미션 제도의 마지막은 ‘롤링 어드미션’으로, 아직 한국에 없는 제도다. 이 제도는 학생이 성적 및 기타 구비서류를 가고 싶은 학교에 제출하고, 1~2주 내에 바로 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다.

‘롤링 어드미션’은 선착순으로 뽑는 제도라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먼저 서류를 내고 입학 신청을 한 학생이 유리하죠. 먼저 서류 낸 학생이 뽑히면, 뒤에 서류를 낸 학생이 아무리 뛰어나도 불합격되는 꼴이니까요. 현재 미시간대가 롤링 어드미션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 전승호(조지아텍 산업공학 전공 3학년)

한국 대학은 ‘자기추천전형’ 같은 학교별로 특화된 입학 기준이 없는 이상 기본적으로 수능과 논술, 면접 점수를, 예체능의 경우 수능과 실기 점수를 두고 학생들을 뽑는다. 미국은 수능과 비슷한 SAT 점수와 에세이, 면접 등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이 기준이 대부분 한국 대학처럼 일괄적으로 적용되진 않는다.

한국에서는 음대를 가도 실기 외에도 수능 점수가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SAT 점수를 넣지 않아도 돼요. SAT 점수를 넣을지, 말지 고민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유학생은 당연히 영어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를 알아야 되니까 토플 점수를 넣는 것 외엔 오디션 점수가 최우선이에요. 정해진 기간까지 CD나 DVD를 만들어서 입학처에 보내면 통과한 사람을 대상으로 라이브 오디션을 하고 합격자를 선출하죠.
– 안희진(줄리아드 스쿨 피아노 전공 3학년)

면접은 봐도, 안 봐도 상관없어요. 학생의 자율에 맡겨 있죠. 오히려 면접을 보는 게 손해일 수도 있어요. 성적은 잘 받았는데 면접이 별로라면 뽑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 유한종(조지아텍 기계공학 전공 3학년)

학연이 제도화되어 있다?!

흔히 한국 사회에서 뿌리 뽑혀야 할 것으로 거론되는 학연. 그런데 미국 대학에서는 학연이 공공연하게 제도화되어 있다. 대학이나 대학원 지원서에 가족이나 친지 중 해당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있는지를 적는 칸이 마련되어 있는 데다가 면접을 볼 때도 관련 질문을 한다. 지원하는 대학에 아는 동문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실제로 합격의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상위권 대학수록 학연의 영향력이 커져요. 등록금도 싸지고, 합격률도 높아지고. 이게 미국에선 편법이 아니라 정당화된 관행이에요. 자기 졸업생, 동문을 키워서 다시 그 힘을 학교로 돌리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거죠.
– 최창호(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자신의 친지나 자손이 대학에 들어가는데 가산점을 주면, 동문은 고마우니까 그만큼 더 많이 기부할 수밖에 없어요.
– (줄리아드 스쿨 작곡 전공 4학년)

미국의 대학 제도는 한편으론 제도란 호칭이 민망할 정도로 매우 자유롭고, 또 한편으로는 폐쇄적인 사회 시스템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유로운 입학과 학생을 위한 자율적인 제도의 시행이 전자라면, 학연이나 부의 대물림이 제도화된 모습과 철저한 자국민 위주의 장학 제도가 후자라고 할 수 있다. 개방과 폐쇄의 오묘한 조화랄까. 이 열리고 닫힌 특유의 성격에 대해 쉽게 옳고 그름을 평가할 순 없지만, 분명히 우리 대학 제도의 미래에 귀감이 될 부분은 있다.

그 학교에만 있는 ‘it 제도’는?
대학별 벤치 마킹하고 싶은, 학생의 편의를 위한 제도 best 3

Best 1
“신입생에게 입학과 동시에 학교생활을 관리하는 ‘어드바이저’를 붙여주는 ‘어드바이스 제도’가 있어요. ‘어드바이저’는 수업시간표를 짜는 소소한 방법부터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학생 편의를 도와주는 존재죠. 이 제도는 대부분 미국 대학이 갖고 있어요.” – 최장호(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Best 2
FIT는 패션을 배우는 곳이다보니, 예술인 양성을 위한 제도가 발달되어 있어요. 우선 MOMA 입장료가 언제나 공짜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50% 할인받죠. 무료 티켓도 많이 배포하고요. 한편, 직접 만든 작품을 사고팔 수 있는 공간인 Style shop을 제공해주기도 해요.” – 강기향(FIT 패션 디자인 전공)

Best 3
“줄리아드 음대지만, 에세이 수업이 필수에요. 교수님들은 음대생이라고 봐주는 것 없이 꼼꼼히 가르치시죠. 에세이 수업에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writing community center’에서 의무적으로 과외를 받아야 해요. 미국 학생이 1:1로 붙어서 에세이 쓰는 법을 가르쳐주죠.” – 안희진(줄리아드 스쿨 피아노 전공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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