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로 피어난 재능기부의 열정, ‘10월의 하늘’

얼마나 반가운가. 지금 세상은 ‘착한 사람되기’ 병에 걸린 듯하다. 기부할 때 필요한 건, 예전처럼 ‘억!’ 소리 날 만큼의 큰돈도 아니요, ‘와!’ 할 만큼의 능력도 아니란 사실을 깨달은 것. 기부에 대한 한 톨의 관심만 있다면, 일단 출발이다. 세상이 우리 것이듯 기부 역시 누군가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숙제다.

사진 제공 _ 정재승 교수(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 공학과)


작년 9월, 트위터에 올라온 한 글이 세상을 들썩였다. 그 전모를 살펴보니,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가 인구 20만 이하 도시의 아이들을 위해 강연해줄 사람을 모집한 것. 최소 10명, 많아 봤자 30명 정도가 모일 거라는 그의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수만 명에 달하는 그의 팔로워가 글을 퍼 나른 것은 물론, RT는 무한 반복되었다. 전국에서 강의하고 싶다는 이들과 강연준비만이라도 도움을 주겠다는 이들의 ‘멘션’이 수백 건 쏟아졌다. 이에 발맞춰 지난 10월 30일, 전국 29개 도서관에서 1백33명의 기부자에 의해 강의가 진행되었고, 2천2백여 명의 학생들이 이에 귀 기울였다. 재능기부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10월의 하늘’. 이를 기획한 정재승 교수(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지금 기부의 언저리에서 배회하는 대학생에게 이를 끌어안을 수 있는 묘안을 얻을 수 있었다.

럽젠Q: ‘10월의 하늘’ 이전부터 ‘도서관에서 만나는 과학자’라는 이름으로 재능기부를 실천해 왔는데, 그 첫 시작은 무엇이었나요?

예전에 출판평론가 이권우 선생님의 권유로 충청도의 한 시립도서관에서 강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많은 것을 느꼈어요. 지방의 작은 도시이다 보니, 환경이 너무 열악한 거예요. 도서관에 책을 갖출 수도, 강사를 초청할 형편도 안됐죠. 그러다 보니, 그곳에서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서울 출신 학생에게 소외감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강연료 정도만 받고, 과학자들이 지방에 내려가 강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각자 자신의 고향에서 강연하게 했어요. 그런데 역부족이더라고요. 10건에서 많아야 20건 정도였으니까요.

럽젠Q: 그렇게 소규모로 강연하다가 전국단위로 범위를 넓혔는데, 이전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나요?

일단 예전에는 알음알음 소문을 내서 진행한 정도여서 듣는 학생이 거의 없었죠. 1백명 정도? 많은 학생과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3천명의 학생이 강연을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동시에 많은 이들이 강연 기부 등을 통해 자신도 재능기부가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것 역시 의미 있죠. 보통 재능기부는 의사나 변호사처럼 전문적인 기술을 가져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이런 생각을 보편적으로 확대하자는 게 이번 강연의 또 다른 취지이기도 했죠.


럽젠Q: ‘10월의 하늘’에 이공계 종사자 외에도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는데요. 이게 가능했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요?

‘누구나 자신의 시간을 기부할 수 있다.’라는 취지에 사람들이 공감했던 거 같아요. 강연하겠다는 분들이 늘면서 운영위원회나 진행 도우미의 도움도 필요했는데요. 다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강연자나 지원자가 어떤 책임이 있는 게 아니라 무엇을 강요할 수 없잖아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많은 분이 자발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자기 일을 다해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럽젠Q: ‘10월의 하늘’ 이후 인문학자나 인문학도 사이에서 인문학 관련 강연도 다뤄달라는 요구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앞으로 ‘10월의 하늘’의 강연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나요?

인문학이나 예술 쪽도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그 일을 맡는 것은 원래 취지랑 달라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요. 만일 인문학과 관련해 비슷한 행사를 한다면, 진행에 대한 조언을 드릴 수는 있겠죠. ‘10월의 하늘’은 매년 10월 마지막 토요일 작은 도시에서 강연할 예정이에요. 다만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과학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강연이라면 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힐 생각입니다.

럽젠Q:트위터나 블로그 같은 SNS가 등장하면서 기부문화의 흐름도 바뀌고 있는데요. SNS가 기부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나요?

이번 계획이 실현될 수 있었던 건 저와 제 팔로워 간에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기부를 권하는 사람과 그 뜻에 동의하는 사람 간의 믿음이 중요한데, 기존에는 그것을 돈독히 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그저 사람들에게 기부하라고만 종용했죠. 이번 행사는 많은 분이 저의 경험을 믿고, 취지에 동의해서 기부한 경우에요. 오랜 기간 쌓여온 신뢰감 속에서 저 자신도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네트워크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 속성,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는 것. 그것이 기부를 ‘발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럽젠Q:많은 대학생이 재능기부의 취지나 의의에는 공감하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재능기부, 혹은 기부의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재능기부의 시작은 내가 세상에 뭘 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묻는 것이에요. 그래서 저는 강연을 기부했고요. 이처럼 대학생들도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에 기부할 수 있어요. 그것을 찾는 게 시작이죠. 어떤 기부프로그램을 찾기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최선의 기부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기회가 없어서 못하는 건 아니죠. 자신이 뭘 기부할 수 있는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아니까요.

럽젠Q: 교수님께 기부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아직 특별하게 기부를 실천한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그저 일반적인 사람들이 하는 최소한의 수준 정도죠. 저는 기부를 통해서 돈 주고는 살 수 없는 만족감을 느끼는데요. 준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되돌려받는 것 같아요. 기부라는 게 어떤 정형화된 틀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기부를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것도 기부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기부 공동체를 만드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네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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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DxSNU에서도 정재승 교수가 강연한다 합니다. 관심가져보셔도 될 듯 하네요?!
  • SNS으로 나누는 사랑.. 그 사랑을 가까이서 결정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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