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기자의 <천개의 직업> 1┃원순 씨 좀 빌려주실래요?

강의명천개의 직업
강사명 박원순, 박경림, 장재인, 한비야
강의 일시 2010년 3월 5일 오후 1시
강의 장소 경기도 문화의 전당

최근 ‘강의의 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합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늘 정답이라 여겨지는 누군가의 설교 방식이 아닌, 삶의 가치를 나누고자 하는 쌍방향의 움직임을 보여 고무적으로 여겨집니다. 이에 럽젠은 소통하는 또 다른 주체인 관객의 다양한 시선에 대해 논하고 싶습니다. 지난 3월 초 <천개의 직업>을 훑은, 두 기자의 서로 다른 관점을 온전히 전달합니다.
– 편집자 주

때론 우리는 얕은 지식으로 인해 진정한 실체를 오인하곤 한다. 그런 잘못된 지식은 한계를 만들고 그것이 정답인 양 살아가게 된다.


박원순은 누군가 이미 나눠놓은 ‘직업군’을 깨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벌써 4회째를 맞이한 <천개의 직업>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별별 직업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젓갈 소믈리에부터 대학생활 컨설턴트, 사회적 땡처리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직업을 던져 놓다 보니 쌓인 것이 1천 개였다.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그였다. 2시간 내내 보여준 직업만 4백여 개에 이르렀고, 그중 실제로 직업화된 것도 여럿 있었다. 직업이라는 카테고리를 부수고, 자신의 영역을 개척해 간 결과였다. 박원순, 그 스스로도 그랬다.

어떤 기자분이 인터뷰하는데 그러시더라고요. 이거 재미있는데 실현 가능성이 너무 떨어진 것 아니냐고요.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제가 헛소리만 하는 것 같나요? 20년 전, 제가 검사, 변호사를 그만두고 ‘나는 소셜 디자이너를 해야겠다.’라고 하지 않았다면, 지금 여러분 앞에 설 수 있었겠습니까? 말도 안되는 것에 도전하십시오. 누구도 여러분을 따라오지 못할 것입니다.


박원순 변호사가 가진 역량, 그의 상상력과 업무 집중력, 창의성은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왠지 그가 주고 싶었던 것에 비해 반나절은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그가 등장한 1백25분이 너무 아쉬웠다. 1천 개의 직업을 설명하는 1천5백 여장의 슬라이드는 가끔 1초에 2~3장씩 훑고 지나가기 일쑤였다. 이 강의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그를 빌려야겠다.’라는 생각이 절실했고, 이 순간 시간은 약이 아닌 아쉬움이 되어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으리라.

강연은 전반적으로 좋았다. 대여섯 시간 동안 꿈을 위한 ‘단기 속성 집중 과외’를 받은 기분이랄까. 1천6백 석을 가득 메운 관객의 얼굴도 이 같은 동의가 엿보였다. 어떤 이는 된장 소믈리에를, 어떤 이는 한옥 매매 전문가를, 또 어떤 이는 싱글 생활협동 조합장을 꿈꾸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저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더해가고 있다는 것, 남이 좋다는 직업이 아닌 자기가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 나가리라 믿는 이가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다는 것, 바로 그거다. 난 그곳에서 누군가의 날갯짓을 수없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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