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한 홍대다움, 서교예술실험센터

몇 년 전 ‘클럽 열풍’이 서울을 강타했을 때, 홍대는 ‘클럽’이라는 단어가 샴쌍둥이 같은 존재로 각인되었다. 홍대 앞은 마치 클럽이 없으면 사라질 것처럼 메카로 자리 잡았고, 이를 기점으로 물감이 퍼져 나가듯 나머지 건물도 술집과 모텔로 켜켜이 채워져 나갔다. 그 뜨겁던 클럽 열풍이 태풍처럼 지나간 지금, 홍대는 본래의 빛깔과는 조금 달라졌다. 기존엔 문화의 온상으로 타 동네에서 따라잡을 수 없는 절대적인 ‘홍대다움’이 있던 것에 반해, 이제 갓 스물 줄에 들어선 젊은이에겐 그저 ‘서울 북서쪽의 강남’의 존재로 자리 잡은 것. 서교예술실험센터는 그런 홍대를 위한 장소라고, 매니저 조예인은 전한다. 빛이 바래가고 있던 보석 같은 ‘홍대다움’을 찾아내 먼지를 털어 많은 이들에게 소문내고 싶었던 것. 이를 위한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요 몇 년간의 행보는, 참 성실했다.

오답을 우기다가 정답지를 받고 난 뒤 ‘아차!’ 수긍하게 된 아이처럼, 서교예술실험센터를 들어서는 마음이 꼭 그랬다. 그곳을 가기 전 지나친 허름한 곱창집과 지하상가, 구제 옷 집, 술집으로 가득 채워진 골목이 ‘홍대의 진풍경’이라는 평가가 그 오답이었다. 서교예술 실험센터의 문을 열 때부터 확연히 느껴지는, 조그마한 공간에 성실히 채워놓은 ‘홍대스러움’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길거리의 폐 광고지로 만든 ‘찌라시 만국기’와 음료를 먹은 뒤 돈을 제외하고 아무거나 놓고 가라는 히피스런 테이블, 그리고 자치 노래교실 ‘서교 음악싸롱’의 1집이 나왔다며 자랑스레 꺼내 드는 ‘얼씨구나 지화자’ 음반이 그랬다. 이 안에선 홍대에서 아티스트가 설 자리가 더는 없어졌다는 위기감 대신 극성스럽지 않은 위트가 자리했다. 그저 자신을 자신 있게 노출하고 함께 나누자는 공감대가 뜨겁게 다가왔다.

본래 서교 예술 실험 센터는 홍대 입지가 어려워진 작가를 돕기 위한 레지던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개인이나 팀은 이곳을 작업실로 사용하며,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비용을 지원받는 동시에 지하와 1층은 본인의 전시, 공연의 공간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소통을 원하는 ‘홍대다움’에 지극히 기반을 두면서, 점차 일반 레지던시에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해 나갔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편안히 있다가 가면 된다는 자유 철학을 지니고 있다.

서교 예술 실험 센터의 각종 전시회나 퍼포먼스는 항상 시민에게 개방되어 있어요. 1층엔 다양한 문화 서적을 읽으며 맘껏 차를 마실 수 있는 ‘예술다방’도 마련되어 있죠. ‘홍대 앞 다시보기’처럼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나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해요. 올해부터 옥상인 ‘하늘 공작소’에서는 일반 시민이 직접 창작, 공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까지 기획하고 있고요.

그린벨트가 궁극적으로 그렇듯 매니저 조예인의 말처럼 홍대다움을 지키기 위한 이곳 역시 우리 모두를 위한 장소다. 이곳의 진가는 여기서 더욱 발휘된다. 홍대다움을 지키되 방문객에게 그에 대한 의무를 지우지 않는다는 점. 홍대 문화가 침체하든 아니든 간에 상관없다는 식의, 그저 즐기라는 이곳의 자세가 더욱 끌린다. 꼭 서브 컬처나 홍대 문화에 관심이 없는 이라도 한 번쯤 들러보자. 단, 철이 덜 든 채 자란 어른의 아지트 같은 편안함에 비해, 이름이 조금 딱딱하긴 하지만•••.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69-8번지
Price 무료
Open 월요일, 신&구정, 추석연휴 외 연중무휴. 오전 9시~오후 10시
Info 02-333-024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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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씨 저도어쩐지홍대는 '난달라'라는 자의식과잉으로넘쳐나는 피곤한 곳이라고생각했었는데, 너무너무 편해서 놀랐었답니다.ㅎㅎㅎ
  • N

    @트리플리 ㅎㅎ저도 다음엔 행사있을때가려고 행사일정표노려보며 다시또놀러갈 기회만 노리고 있답니다 *ㅗ*
  • 홍대는.. 딱 두 번 가본 것 같아요. 집에서도 멀고, 갈 일도 없고;; 그래서 참 어려운 동네였는데, 이런 곳도 있는 줄은 몰랐네요..!
  • 자주 가는 홍대앞.!! 저도 여기 처음가고 정말 재밌고 신기했어요~ 허름한 골목에 어쩐지 어색한 그 건물 안은 정말 신세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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