럽젠톱텐 _ 시간대별 맞춤 영화 유랑 1


어딘가로 떠나는 건 꼭 몸만이 아니다. 럽젠 기자가 엄선의 엄선을 거듭한, 시간대별로 유랑하기 좋은 영화 10선

눈발 날리는 창가는 기말 고사를 치른 하굣길처럼 시립니다. 럽젠에서 추천하는 책과 음악, 영화 시리즈가 여러분의 가슴을 앗아 감성을 흔들어놓습니다. – 편집자 주



오늘도 날은 밝았다. 일상의 시작이다. 무언가 특별한 날이 될 것 같은 느낌은 도통 솟아오르지 않고, 그저 집안을 서성이며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좋지 아니한가. 오늘도 나의 하루가 안녕하다는 것. 그래서 또다시 시작한 내 일상의 하루에 인사라도 건네고 싶은 그때, 난 <카모메 식당>을 찾는다. 조그마한 예술영화관에서 조우한 이 영화는 로맨틱하지도, 유머스럽지도, 스펙터클하지도 않다. 일본영화의 잔잔함 그대로 다가오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핀란드라는 엉뚱한 장소에 손님 하나 없을 것 같은 식당을 연 주인공, 연한 이끌림으로 하나 둘씩 카모메(갈매기) 식당에 모여드는 사람들.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일상은 매우 즐겁고도 행복한 것.’ 거짓말처럼 차분하고 잔잔해진 당신, 이 영화로부터 가능하다.


세상의 사랑이란 늘 우연히 빚어진 우주적인 일인데, 어째서 내겐 ‘우주적 이벤트’가 터지지 않는 거지? 오늘도 그저 그런 하루가 시작되는 건가? 이런 지지리 궁상 떠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는 <노팅힐>은 오늘 하루가 누구보다 특별할 것 같은 이상한 믿음을 주는 영화다. 아마도 영화 속의 윌리엄 대커(휴 그랜트 분)와 유명한 여배우 안나 스코트(줄리아 로버츠 분)를 우연히 만나고 사랑하는 일련의 상황이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오전 10시, <노팅힐>을 통해 ‘우주적 이벤트’에 대한 환상과 설렘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길 바란다. 세상의 일이란 우연의 충돌이 빚어낸 사건이 아닌가! 오늘 내가 일하는 편의점에 온 원빈이 ‘넌 내 T.O.P야.’라고 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삶의 가르침을 혹은 방법을 제시해주는 지침서가 필요한 순간이다. 20년을 살아오면서 그 누구의 간섭도 받아본 적 없는 윌 헌팅(맷 데이먼 분)에게 어느 날 결코 우습게 상대하지 못할 인생의 스승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암스 분)가 찾아온다. 처음으로 인생의 등대를 만나게 되면서 두 남자가 열어가는 감동의 세상이 영화 <굿 윌 헌팅>에서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생각하면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굳은 심지’가 떠오른다. 다시금 의지를 주며 조금은 달콤한 삶의 피드백을 받게 되는 영화인 것. <굿 윌 헌팅>으로 희망한 아침을 맞이해보는 것을 어떨까



나른한 오후 4시. 해는 점점 저물어가는데 오늘 하루 뭘 했을까 생각하지만 결과물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저녁 시간이 되기까지 2시간 남짓 남았는데 무료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럴 때 꼭 봐야 하는 영화 <존 말코비치>다. 이는 주인공이 존 말코비치가 될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상상 이상의 이야기다. 10년 전의 촌스러운 영상임에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내용전개와 풍부한 상상력을 뽐낸 장면에 빠져들게 될 것. ‘나’라는 정체성의 범위를 흔들리게 하면서 일상에서 벗어난 묘한 기분을 즐기게 된다.


따사로운 햇살로 겨울의 추위가 조금 누그러질 시간, 당신의 오후를 따끈따끈하게 만들어줄 이 영화를 추천한다. ‘만약 사랑하는 연인이 죽는다면?’ 한 번쯤은 상상해 봄 직한 드라마 같은 상황이 이의 골자를 이룬다. 영화 <저스트 라이크 해븐>이나 <이터널 선샤인>과 더불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으면서 연인관계의 진실함이 가슴 깊이 와 닿는 이 영화, 질척이는 감상에 젖어드는 밤보다 낮에 보는 것이 더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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