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놓고’ 말하다, 솔직•발칙한 인문학 토크 박스2

“위기다!” 지난해 여기저기 매체와 대자보를 물들였던 섬뜩한 표현의 주인공, 바로 인문학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거친 땅에서 피어난 한 줄기 새싹처럼 인문학은 기초학문으로의 소양, 기술과 감성의 결합, 스토리텔링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인문학의 봄날, 과연 올 수 있을까.

ROUND 3 중앙대와 건국대, 그리고 실용학문 위주의 학제개편을 바라보는 시선 인문학의 위기를 말할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중앙대는 77개였던 학과를 44개의 학과/학부로 통폐합하면서 비인기 학과의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건국대는 히브리어과 등의 비인기 학과를 폐지했던 예다. 대학도 경영되어야 한다는 학교 측의 입장은 확실히 양날의 검일 터. 대학 경쟁력을 키운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순수학문의 마지막 보루로서 대학이 갖는 의미가 상실되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문제, 이를 바라보는 대학생의 시선은 어떨까.

사실 이것도 다 트렌드인데••• 현재의 상경계 선호 현상도 하나의 트렌드죠. 트렌드라는 것은 시작이 있으면 분명히 끝이 있거든요. 과거에 사범대, 교대 열풍이 불었지만 지금은 끝났잖아요. 상경계 우대 현상도 언젠가 끝이 나겠죠. 경영학과에서도 이제 더는 제품을 기능으로 소비하는 시대는 끝났고, 제품이 지닌 스토리와 브랜드 이미지가 중시되는 시기라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대표적으로 애플의 사례가 있잖아요. 이처럼 트렌드는 언젠가 끝날 수밖에 없는데, 그 말미에 가면 중앙대와 건국대 같은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저는 이런 학제 개편이 시대를 단기적으로 바라본 결과인 것 같아요.

저는 대학, 특히 사립대는 경쟁력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문제는 대학이 기업과 재단으로 연결되면서 경영학적 마인드가 중시되는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잖아요.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하나의 단계로 변하고 있고요. 사실 대학은 꼭 이전처럼 우리 사회가 독재하에 있거나, 궁핍한 문제가 없더라도 끊임없이 젊은 지식인이 모여서 기성세대의 문제점과 사회에 고착화된 문제를 지적하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실용학문 위주의 학제개편으로 인해 학교가 이런 기능을 상실하고 취업의 도구로 전락한다면, 과연 이것은 대학의 바람직한 모습인가 묻고 싶어요.

결국은 대학의 경쟁력이라는 개념 때문인 것 같아요. 대학의 순위를 결정짓는 척도가 상경계열, 의대, 법대 등의 학과에 달렸거든요. 이런 대학 경쟁력 평가 구조부터 바꿀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모 대학 국문과를 평가한다면 학과 커리큘럼, 연구실적 등을 바탕으로 개별 평가를 하는 것이 마땅한데 그것이 대학 전체의 경쟁력으로 치부되니까 대학은 도움이 안 되는 부분은 자르고 도움이 되는 부분만 몸집을 불리게 되죠.

그런 말이 있어요. 대학이 이름을 높이려면 딱 세 개의 학과만 키우면 된다고. 경영대, 의대, 법대. 이 세 개가 학교를 살리고, 졸업한 후에도 이 학과 동문이 돈을 벌어서 많은 기부금을 낸다고. 그러니까 모든 학교가 다 이 세 학과를 키우려고 하죠. 그런데 의대나 법대는 원래 독립적이었으니까 모르겠는데 경영대는 특히 같이 섞여 있던 그룹이라서 더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경영학도의 마인드이긴 하지만 아쉽죠. 대학의 목표가 취업이 되어버린 현실이 아쉬워요. 대학의 존재 이유 자체가 결과 중심주의 사회가 되면서 지금 같은 상황이 나타나는 것 같아서요.

경영학과로서는 실용학문을 키우는 대학의 입장이 반가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다른 학과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저희 과가 크는 것은 반대한다는 거죠. 결국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대학 경쟁력의 문제인데••• 솔직히 학교 구성원은 모두 자신의 학교 순위가 올라가는 것을 원하잖아요?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사회와 기업이 원하는 학문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순수하게 경영을 키우는 것은 찬성합니다. 하지만 다른 학과를 흡수하면서 성장하는 것은 경영학도로서도 반대한다는 것이죠.

음, 저는 그 기사를 보고 굉장히 화가 난 사람 중의 하나에요. 도대체 대학을 어떻게 생각하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 거예요. 플라톤 시대에부터 이어진 대학 본질을 살펴보면, 4년 동안 우리가 흔히 교양이나 전공 기초라 부르는 과목을 배워요. 그다음에 비로소 의대, 법대 등으로 원하는 학과를 선택해서 심화 공부를 하죠. 그런데 한국처럼 급성장을 이룩해야 하는, 빨리 인재를 배출해야 하는 나라에 오면서 대학이 변질하였다고 생각해요. 4년 안에 모든 것을 배워야만 하니까 흡사 공장 같은 곳이 된 거죠. 중앙대 사례를 보면서 ‘이제 대학이 아예 취업학원으로 전락하려고 마음먹었구나.’, ‘아, 이렇게 극단적인 사례가 나왔으니 극단적인 실패를 보여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맞아요. 저도 대학 경쟁력을 위해서 실용학문 위주로 학제개편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아요. 교육이라는 게 사업을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잖아요? 교육이란 신성한 개념을 더 많은 돈을 벌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게 가당하기나 한가요? 다양성을 포기하고 돈 되는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바꿔서 대학이 교육이라는 책임의식 자체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봐요.

ROUND 4 대학과 인문학, 그 불편한 관계를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지금도 인문학도 중 누군가는 캄캄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며, 누군가는 취업을 위해 관심도 없는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인문학의 불안한 미래와 대학과 인문학의 불편한 관계, 그 오래된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솔직, 발랄한 네 명의 대학생들은 각기 ‘이것’에서 희망을 보았다.

음, 우선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죠. 다양한 시각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경영학부 학생과 건축학과 학생, 예술 분야 학생이 책상을 바라봤을 때 제각기 시각이 다르겠죠. 건축학도가 책상의 구조를 살필 때 예술학도는 심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경영학도는 자재와 원가 등을 떠올리는 식으로요. 사실 모든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건데, 요즘은 지나치게 경영학적 시각만 중요시되고 있단 말이에요.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모든 것이 함께 고려되는 풍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기업이 사람을 보는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기업이 원하는 인물이 한정되어 있고, 대학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을 천편일률적으로 키워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죠. 이제는 기업과 대학, 그리고 학생까지도 모두 이런 문제를 공유하고 논의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후에는 다양한 사람이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죠.

대학의 주체는 학생들이잖아요. 근본적으로 우리 스스로 내면화되어 있는 것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캠퍼스 내에서도 학과와 학과 사이의 담이 낮아져서 서로 소통하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야죠. 앞으로는 모든 학과의 학생들이 똑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나 상황이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저는 인문학의 장점을 경영학이나 다른 학문과 결합하는 시도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단순히 물리적인 컨버전스convergence는 현재에도 많이 있어요. 학교에서도 <인문의 숲에서 바라본 경영학> 등의 강좌가 많이 개설되어 있고요.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면 별 내용이 없어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지금 여기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경영전략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식이에요. 이제는 이런 물리적 결합에서 벗어나 속성적으로 결합한, 진정한 학문 간의 컨버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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