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놓고’ 말하다, 솔직•발칙한 인문학 토크 박스

“위기다!” 지난해 여기저기 매체와 대자보를 물들였던 섬뜩한 표현의 주인공, 바로 인문학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거친 땅에서 피어난 한 줄기 새싹처럼 인문학은 기초학문으로의 소양, 기술과 감성의 결합, 스토리텔링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인문학의 봄날, 과연 올 수 있을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문학과는 매번 배치표 커트라인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학교는 그런 인문계를 계륵처럼 바라보며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하지 않은가. 세상은 오늘도 인문학적 상상력을 부르짖고 있지만, 대다수의 캠퍼스는 여전히 인문학과 실용학문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른바 대학가 인문학의 위기, 그 해묵은 위기설이 반복될 때마다 정작 학교를 터전으로 삼은 대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솔직 발랄한 모습이 매력적인 네 명의 학생들이 대학, 그리고 인문학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거침없이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를 대표하는 석학도, 전문가도 아니지만 그래서 더 솔직한 4형4색의 토크 박스, 지금 시작한다.


저는 좋은 글로 감동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문예 창작과를 선택했어요. 처음에는 대학에 가면 더 많은 책을 읽고 좋은 글을 접할 줄 알았는데, 등단하기에 좋은 주제나 심사위원의 대세와 같은 기술을 배우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점점 글 쓰는 기계가 되는 느낌이 들었고, 난 어떤 글을 쓸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답을 찾은 케이스죠.

저는 어릴 때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에 손민한이란 선수가 있는데, 제가 꼭 그 선수의 은퇴기사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신방과를 택했고요. 하지만 공부할수록 기사작성의 기초, 촬영기술 같은 스킬보다는 나만의 강점을 만들고 살려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너무 기술만 배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부모님께서도 남자는 법대 아니면 경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그러셨죠. “우탁아, 너는 절대 법대를 가지 마라. 글씨를 못쓰잖니. 사시 공부를 해도 떨어질 거다.” 그런데 제 글씨를 보니 정말 떨어질 것 같았어요(웃음).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상경계열이었죠. 저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상경계열 중에서도 경영을 택하게 되었는데, 공부하면 할수록 저와 잘 맞는 학과를 선택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실 저는 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경우에요. 한때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지만, 담임 선생님 말씀이 경영학과에 지원하라는 거에요. 일단 인원도 많이 뽑을 뿐 아니라 나중에 다른 공부가 하고 싶더라도 경영학과에 가면 쉽게 바꿀 수 있다는 말씀이셨죠. 그런데 막상 공부하니 실용적인 부분이 많아서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경영학과의 장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1ROUND 인문학, 중요하긴 한 걸까? 기업이 원하는 것은 경영 마인드, 한 권의 독서보다 중요한 것은 자격증과 스펙. 이런 세상 속에 사는 요즘의 대학생에게 인문학이 필요하긴 한 걸까? 사회가 원하는 요소를 하나하나 맞추어야만 하는 20대, 그들의 마음 속에 인문학은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인문학의 필요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학생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YES라 외쳤다. 학과를 떠나 모든 학생은 인문학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저도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기본 토대가 된다고 생각해요. 경영이 실용학문이지만, 그 전반에는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거든요. 결국 모든 학문의 기초는 인문학이기 때문에 어떤 것을 공부하든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돼요. 그 다음에야 각각의 학문도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요?

음••• 저 또한 인문학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점점 기술보다 컨텐츠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잖아요? 이런 현상만 보더라도 양질의 스토리텔링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 자명하지 않나요? 인문학이 사회 등지에 풍성하게 자리하고 있어야 다양한 컨텐츠가 생산될 수 있고, 또 이를 바탕으로 제 2, 제 3의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으니까요.

앞의 두 분은 학문적 관점에서 접근했는데요, 저는 삶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싶어요. 사실 인문학은 학문을 넘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대학생활은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등의 미래를 설계하는 단계잖아요. 결국 실용학문을 공부하든, 인문학을 공부하든 상관 없이 인문학은 자신이 왜 지금의 전공을 공부하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등 자신의 인생에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운다는 점에서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저도 다른 분의 말에 동감해요. 그리고 제가 경영학도로서 또 다른 면을 짚자면요, 요즘에는 인문학이 가져오는 감성적 요소가 경영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거에요. 감성 마케팅이란 말, 다들 많이 들어 보셨죠? 이것만 하더라도 문학작품이나 철학적 사상 등이 없다면 불가능 한 일이죠.

2 ROUND. 그렇게 중요한 인문학, 어째서 늘 위기가 불릴까? 모두 인문학의 중요성은 공감한다. 그러나 학문의 기본이자 인간에 대한 탐구인 인문학을 모두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알고는 있으나 실천하지 않는 이 문제, 어째서 캠퍼스의 청춘은 인문학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며 인문학은 늘 위태롭기만 한 것일까?

솔직히 기업이 인문계열보다는 실용학문 전공자를 선호하는 추세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를 경영학과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결국 인문학도 경쟁력을 강화시키면 되는 문제거든요? 인문학이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해서 기업이 그들을 선호하게끔 한다면 다시 인문학의 입지가 높아지지 않을까요? 인문학 전공자도 그들의 전공을 현실에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거죠. 결국 인문계 자체도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것보다 대학과 기본적인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짚고 싶어요.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문을 배우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배움의 전당인 대학이 인문학을 등한시하고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들만 중요시하고 가르친다니•• 대학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사회의 분위기 자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거에요. 물론 인문학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더 큰 문제는 기본적인 사회 풍토의 문제 아닐까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인도어나 서반어 등의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는 상당히 힘들어요. 기업이 당장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상경계 학생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일본, 독일과 같은 나라는 기업이 각국의 언어와 문화에 능통한 학생의 수요가 상당해요. 해외 시장을 전반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하나의 투자인 셈이죠. 이처럼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생적인 양적 성장을 이룩하려는 의지가 없는 한 대학은 그러한 풍토에 조건을 맞추려 하고 학생도 자연히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거죠.

이야기를 듣다가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좀 전에 이우탁 학생은 대학, 즉 인문학과도 기업의 니즈를 창출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김기태 학생은 반대로 대학에서 배운 학문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이 변화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네, 그렇죠. 사실 저는 대학은 좀 더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은 진리이자 배움의 전당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데 지금 현실이 그렇지 못하잖아요. 기업의 요구에 맞춰서 취업하는 세태를 비난할 수는 없거니와 대학이 학생을 그런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을 당장 바꾸라고 하는 것도 어렵겠죠.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대학이 그래도 독립적으로 남아서 순수학문을 좀 더 중요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 또한 김기태 학우의 의견에 동의해요. 사회적인 풍토가 대학가 인문학의 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거든. 요즘 새내기를 보면 충격적인 게, 입학하자마자 나는 쓸모 있는 사람, 실용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사고방식이라는 점이에요. 그래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만 하면서 선배가 수업에 빠지고 술을 마신다던가 하는 모습을 굉장히 이상하게 바라보기도 하죠. 나는 이 사회에서 도태되면 안된다는 생각이 아예 인간 존재에 대한 자각으로 자리잡고 있는 거예요. 대학생이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할 때, 이런 젊은이를 원하는 사회와 기업의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는 거죠.

맞아요. 확실히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어요. 원래 대학은 보다 심층적인 학문을 추구하기 위해서 가야 하는 곳인데, 지금은 취업을 위한 하나의 단계로 인식되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대학에 대한 본질 자체도 퇴색되고, 갈수록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만 배우려고 하죠. 따라서 자연히 인문학에 대한 학생의 열망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요.

대부분 사회 구조적인 관점에서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이에 순응하는 학생의 행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앞서 모두들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이렇듯 인문학이 중요하고 필요한 것을 알고 있지만, 말처럼 행동하지 않는 문제 말이에요.

인문학의 위기와 사회 구조에 불만을 가지면서 왜 이를 능동적으로 개선하려 하지 않느냐는 말씀이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어른들이 그런 말씀을 많이 하세요. 요즘 학생들은 잘못이 있으면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꾸기는 커녕 그저 불평만 한다는 거에요. 물론 잘못된 사회구조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기보다 현실에 순응해서 토익 공부를 하고 학점을 잘 받으려는 데 집중하는 것이 옳진 않지만, 문제는 그런 학생을 어른들이 비판할 자격이 있냐는 거죠. 이미 고착화된 구조를 어떻게든 사회에 발을 들여 놓으려는 학생에게 깨라고 한다니, 너무 큰 짐이 아닐까요?

맞는 말씀이긴 한데, 저는 우리도 스스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에 한 교수님께서 우스갯소리를 해주신 적이 있어요. 학문 중에서 경영학의 위에 있는 것은 경제학인데, 경제학 위에는 또 수학과가 있대요. 수학과가 이 공식을 좀 더 수학적 측면에서 다뤄볼까 하면 경제학과의 말문이 막힌다는 거죠. 그런데 수학과가 무서워하는 것이 철학과래요. 철학과가 ‘우리 본질의 문제부터 탐구해야지.’하면 수학과가 할 말이 없어지는 거죠. 그런데 철학과 위에는 또 신학과가 있어요. 철학의 사상은 신적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논의되니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신학과의 위에 있는 것이 바로 경영학과라는 거예요. 결국은 신도를 끌어 들여야 하니까 성직자는 경영학 교수님께 자문을 구한다는 거죠. 농담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도 이런 구조와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돈을 벌기 위한 문제를 둘러싸고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거잖아요. 이것이 물론 거대한 구조적 흐름이긴 하지만, 저는 이를 탓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

아••• 정말이지 제가 고등학생 때 생각한 대학은 이런 곳이 아니었어요. 대학 가면 진짜 배우고 싶었던 것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입학하니 그렇지 않은 거예요. 이미 학생으로서 해야 할 것이 다 정해져 있어요. 토익도 공부하고, 학점도 잘 받아야죠, 심지어 대외활동도 해야 해요. 이런 것을 기본적으로 한 다음에야 어디라도 취업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과 사고를 하고 폭넒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여기에서 진짜 인문학의 위기가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취업을 생각하면 인문학이든 뭐든, 하고 싶은 공부와 경험에만 온전히 시간과 노력을 다할 수 없는 거잖아요.

음, 저는 이 문제를 좀더 상대적인 관점에서 생각했어요. 요즘 인문학의 위기라고 하는데, 사실 예전에 비해 인문학이 쇠퇴했기 때문에 위기설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저는. 생각해봐요. 과거 민주화 운동을 전후한 시기에는 시대상 당연히 인문학이 환영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또 인문학을 했어도 어디든 취업할 수 있던 시기였고요. 그런데 이제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보다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부분에 집중하기 시작했단 말이에요. 그러니 자연히 상경 계열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것은 학생만이 아니라 사회의 흐름이자 전체적인 맥락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를 가지고 인문학을 좋다고 하면서 하지는 않느냐고 타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