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빌> 함혜숙•<화이트칼라> 윤혜진 영상 번역가

전 세계의 타 언어로 된 으리으리한 작품을 한국, 이 자리에서 느끼지 못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번역가가 누구인가에 따라 작품을 골라보는 시대, 번역은 새 언어란 부대로 빚은 창조물임을 왜 모를까.

최근엔 영어에 익숙해지는 캐주얼한 비법으로 이용되는 미국드라마(이하 미드)와 영화. 그 뒤엔 맛깔나는 번역을 선물하는 함혜숙과 윤혜진 번역가가 있었다. 도대체 영어보다 국어를 잘하라는 그들의 충고엔 어떤 연유가 있는 걸까?

럽젠Q :영상 번역가란 무엇인가요?

말 그대로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물을 번역하는 일을 하는 거죠. 번역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주로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1인 기업 형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번역회사를 통하거나 방송국과 직접 계약해서 일을 하곤 하죠. by 윤혜진

럽젠Q :영상 번역과 다른 번역과의 차이점은 무엇이죠?

번역 분야가 크게 출판 번역, 기술 번역, 영상 번역으로 나뉘는데 각각 특성이 달라요. 외국어를 아무리 잘하는 출판 번역가라 해도 영상 번역 기법을 배우지 않으면 영상 번역을 하기는 정말 힘들죠. 영상 번역만의 고유한 형식과 기술이 있어서 이것을 알아야만 가능하거든요. 가령 자막 글자 수 제한 규칙이 있어요. 한 화면에 몇 자 이상 자막이 들어가면 안 되는 법칙이죠. 자막이 화면을 지나치게 가려서는 안되니까요. by 함혜숙

또 있어요. 다른 번역과는 달리 영상에 직접 자막을 입히고 싱크도 맞추는 기술적인 부분의 능력도 필요해요. 요즘 아무리 번역을 잘해도 자막 입히는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하면 영상 번역가로 일하기 힘들죠. by 윤혜진

럽젠Q : 영상 번역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 대학 때부터 번역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혼자 번역 공부를 하다가 졸업 후에 우연히 영상번역회사 구인 공고를 보게 되어 지원했는데 합격했어요. 그때부터 일하면서 영상 번역을 배우고, 경력을 쌓아 현재 독립해서 일하고 있죠. by 함혜숙

전 미드를 너무 좋아했어요. 외출도 안 하고, 학교도 빠지면서 종일 미드를 볼 정도였죠. 그러다가 미드로 돈 벌 궁리를 하게 되었고, 그때 찾은 일이 바로 번역이었죠. 이후 어린이 영어학원 강사를 하면서 번역 일을 병행하다가 이 일이 자리잡히면서 현재 번역가를 전업으로 하고 있답니다. by 윤혜진


럽젠Q :영상 번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열정만 있으면 됩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본인이 이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정말 하기 힘들거든요. 종일 자리에 앉아 시간과 싸워야 하는 일이니까요. by 윤혜진

토익이나 토플 같은 시험공부보다는 영화나 미드를 많이 보세요. 번역가에게는 영어 자격증 점수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본인이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있고 영상번역 경력만 있으면 가능하니까요. 또 미숙한 영어 실력보다는 배경지식이 없어 번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다양한 분야의 상식을 공부하는 것도 추천해요. by 함혜숙

럽젠Q :하지만, 번역가가 되려면 회화와 독해, 청해 등 외국어 실력은 확실히 갖춰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외국어를 잘하면 물론 좋아요. 작업시간이 단축되니까요. 그런데 영상 번역은 외국어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되니까요. 저도 중문과를 나왔고 중국어 번역을 하러 회사에 들어갔다가 중국어 물량이 없어서 일하면서 영어 영상 번역을 배웠어요. 지금은 영어 번역을 주로 하고 있죠. 그러니까 외국어 실력이 완벽하지 않아도 잘할 수 있어요. 제 생각에 번역은 오히려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책을 많이 읽고 상식이 풍부한 사람에게 유리한 직업인 것 같아요. 외국어 때문에 너무 겁먹지 마세요. by 함혜숙

네. 제 생각에도 영어를 잘하면 편하겠지만,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으로 잘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듣고 번역하는 일이다 보니, 청해나 독해 실력이 뛰어나면 회화 실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회화가 능통하지 않아도, 실력 있는 영상 번역가로 평가받는 분이 많아요. 영어보다 오히려 국어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번역은 그냥 단어를 직역하는 일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의역해야 하는 일이어서, 국어를 못하면 오히려 더 힘들 수 있어요. . by 윤혜진

럽젠Q : 미드나 외화를 보고 영상번역 공부하는 비법이 있다면?

정독과 다독을 병행하는 것을 추천해요. 될 수 있는 한 많은 미드와 외화를 보되 한 작품 정도는 모든 표현을 소화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반복해 보면서 공부해보세요. by 함혜숙

네, 한 작품은 대사를 달달 외울 정도로 보는 게 중요하죠. by 윤혜진


럽젠Q :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자막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아마추어가 만든 자막과 정식 영상 번역가가 입히는 자막에는 많은 차이가 있어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막에는 일단 방송국에서 허용하는 포맷이 지켜지지 않죠. 방송심의가 없으니까 비속어나 이상한 기호를 자유롭게 써요. 하지만 전문가가 영상번역을 할 때는 방송국에서 허용하는 포맷을 지켜야 해요. 방송심의에 맞게 속어나 유행어 등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죠. 또 한 화면당 자막 글자 수 제한 때문에 긴 대사일지라도 최대한 줄여서 의역해야 해요. 긴 자막을 전부 화면에 삽입할 순 없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의역, 생략, 함축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게 영상번역의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일부 시청자들은 이를 오역했다고 오해할 때도 있는데, 너무 억울해요. by 함혜숙

럽젠Q : 영상 번역가가 되기 위한 경로는 무엇이 있나요?

두 가지 길이 있어요. 우선 번역 회사에 들어가서 경력과 인맥을 쌓아 프리랜서로 독립할 수 있고요. 또 다른 방법은 영상번역 아카데미 같은 교육 기관에서 영상 번역 일을 공부한 후 인맥을 이용해 일을 소개받고 자연스럽게 일에 입문하는 것이 있어요. 어쨌든 처음에 일을 소개 받는 것이 어려운데, 한번 일을 시작하고 경력이 쌓이면 나중에는 점점 수월해져요. by 윤혜진

럽젠Q : 영상번역 아카데미란 무엇을 말하죠?

입문부터 고급까지 수준별로 영상 번역에 대해 가르쳐주는 교육기관입니다. 입문반은 별도의 시험 없이 수강할 수 있어요. 제가 진행하는 상상마당 아카데미 입문반에서는 영상 번역가의 정의부터 실질적인 일을 소개하는 수준에서 진행됩니다. by 윤혜진

럽젠Q : 영상 번역의 고충이 있다면요?

보통 영상 번역가는 상당히 재밌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흥미로운 드라마도 보고 돈도 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재미만 보고 번역 일을 시작하면 굉장히 힘들 거예요. 한 편을 다 번역해도 한 문장을 모르면, 그 한 문장을 해석하려고 몇 시간을 앉아 있어야 하죠. 완성까지의 과정이 힘든 거죠. 또 대본이 없는 고전영화 같은 것을 번역할 때는 들리지도 않고 들려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일단 일을 받았으니까 마감 시간까지 번역해야 할 때 정말 괴롭죠. by 윤혜진

번역은 시간과의 싸움이에요. 갓 입문했을 때는 경험도 없고 외국어 실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니까 번역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죠. 그런데 작업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입은 줄어들기 때문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고생한 만큼 대가는 못 받으니까 초반에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by 함혜숙

럽젠Q : 영상 번역가의 진정한 매력을 손꼽는다면요?

자리 잡히고 나니까 너무 자유로운 직업이에요. 일하는 스케줄도 스스로 조정하고 여행도 비교적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요. 대학생의 관심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by 윤혜진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직업이라 정말 매력적이에요. 영상 번역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해도 문제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예전보다 영상 번역 일에 대한 정보나 입문 경로가 훨씬 다양해졌으니까요. by 함혜숙

럽젠Q : 영상 번역가의 전망은 어떤가요?

종편 때문에 방송국이 계속 생기니까 일이 늘어나는 추세예요. 아직 시장이 넓다고 봅니다. 또 한영 번역가는 어느 정도 있는데 영한 번역가가 모자라서 업계에서는 영한 번역가를 지속적으로 원하고 있어요. 요새 워낙 외국에서 한국 프로그램이 잘 나가니까 영한번역 물량이 크게 늘었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번역가가 부족해요. 그러니 영작에 자신 있다면, 영한번역 능력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요. by 윤혜진

영상번역을 재미있고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생각보다 초기에 자리 잡기가 어려워서 중간에 그만두는 분들이 많아요. 입문자와 관두는 이들이 계속 순환되다 보니, 수요 공급은 맞는 것 같아요. 장이 포화가 되었을 것 같은데도 방송국에서는 좋은 번역가가 부족하다고 계속 번역가를 구하죠. 초반의 고난을 견딜 자신이 있고 정말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주저 말고 입문하시길 바라요. by 함혜숙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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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와 관심있는 분야인데,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당 ><
  • 박상영

    앗 저 드라마중 하나를 티비에서 보다가 '왤케 오역이 심해'라고 투덜거렸던 적이 있는데....ㅋㅋㅋ저런 고충이 있었군여!! 요즘 화이트 칼라를 새로 시작하려고 하는데, 왠지 신뢰가 갑니다. 기사 잘봤어여
  • 우왕 번역가 진짜 매력있는 직업인데 '-'
    기사 써주셔서 감사해요 ㅇ_ㅇ 일본문학 번역가 기사도 comming soon이니까 기대하고 있을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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