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아|한시도 꺼지지 않는 빛

저 세상의 끝엔 뭐가 있는지 더 멀리 오를 거야.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진 않아.

– 임상아의 노래 <뮤지컬> 中

자신의 노래 <뮤지컬>의 가사와 똑 닮은, <SANG A> 가방 브랜드의 CEO 임상아를 만났다. 뉴욕에서도 가장 패셔너블한 사람이 차고 넘치는 소호의 어느 카페에, 그 어떤 외국인에게도 뒤지지 않는 ‘포스’를 가진 그녀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들어왔다. ‘멋있다.’라는 후광이 드리운 채.

사진 _ 황덕현/제17기 학생 기자(부산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

눈코 뜰 새 없이 20대가 굴러갔다

무용수를 꿈꿨던 그녀는 의심 없이 무용학과로 진학했다. 그렇게 무용을 배우던 도중, 그녀는 새로운 꿈을 만나게 된다. 일부 계층만을 위한 예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예술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대중예술인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 결국, 극단 생활에 뛰어든 그녀는 무엇보다 부모님과의 마찰이 컸다. 특히 배우를 곧 작부로 생각하는, 보수적인 아버지의 언성을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부모님과의 대립에 굴할 그녀가 아니었다. 오히려 배우 생활에 전념하려고 학교를 그만둘 생각마저 한 그녀는 교수님의 만류로 그만두지 않았을 뿐이었다. 무용학도이자 뮤지컬 배우였던 당시, 그녀는 압구정동에서도 유명 인사였는데•••.

아버지가 워낙 엄하셔서 오후 9시가 통금 시간이었어요. 당시엔 압구정에서 잘 놀다가 오후 9시 전에 사라지는 아이로 유명했었죠. 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노는 것은 물론 공부하는 것도, 배우 활동도 포기하지 않고 다 누렸죠. 그렇게 바쁘게 살다가 절 보려고 압구정동에 찾아온 매니저에 의해 캐스팅되었어요. 제 나이 21세 때 일어난 일이죠.

뮤지컬 배우만을 바라본 그녀는, 처음 연예계 진출을 권하는 매니저의 청을 꺼렸으나 극단 선배의 권유와 더불어 CF 캐스팅을 계기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후 인생은 탄탄대로였다. 신인임에도 SBS <모닝 와이드>의 MC를 기점으로 주말 드라마의 주인공까지 맡는 초고속 성장을 하게 된 것. 하지만, 측근의 이야기처럼 그녀와 방송 일은 흡사 물과 기름 같았다. 그녀는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고, 항상 치이는 방송계에 재미를 잃게 되었다. 이는 현재 그녀가 뉴욕에 서게 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3집 음반을 낸 이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게 된,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 시기였다.

연예인 생활을 후회한 적은 없어요. 그곳에서 배운 점도 많았죠. 제가 연예인을 할 당시만 하더라도 매니저가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 많았어요. 당시엔 그들을 보면서 비상식적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막무가내인 일 처리가 지금 제 사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거든요. 이해되지 않았던 당시의 일이, 지금은 이해가 돼요. 저의 발판이 되고 있고요. 20대의 바쁘고 치이고 늘 도전하던 제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을 테니까요.

없던 길을 만들고, 바로 전진한다

It’s not DEFINITION. 어떤 길이든 만들어 가야 해요. 그리고 뭔가 실천하는 게 중요하죠.

이런 확고한 생각으로, 그녀는 건너간 미국이란 낯선 땅에서 부동산 사업, 장사, 요리 등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리를 가장 먼저 손댔지만, 원활하지 않은 언어와 무대의 백 스테이지에서만 일해야 하는 일의 성격 때문에 4개월 만에 그만뒀다. 그 대신 그녀는 자신의 손재주를 믿고 29세에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 입학하게 되었다. 오후 10시까지 수업을 듣는 강행군을 마다치 않았고, 자칫 우울할 수 있었던 삶은 다시 반짝이게 되었다. 자신도 몰랐던 패션의 소질을 발견한 것은, 무엇이든 자신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녀의 결단 덕분이었다.

전 남에게 의지하지 않아요. 이전에도, 지금도 판단은 제가 하는 거죠. 다만, 제 판단을 확고하게 하려고 남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제 생각을 정리해요.

결국, <SANG A> 가방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그녀는 디자이너이자 CEO로서 날개를 펼치게 되었다. 이젠 피붙이 가족 외에도, 사회 속의 식구를 꾸려나가게 입지가 되었다. 그 가운데, 그녀는 미국인 직원을 관리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된 한국인과 달리 긍정적인 마인드만을 배워온 그들이기에, 그녀는 일을 내일로 미루는 습관을 고치고 의지와 겸손함, 성실성 등도 가르치는 선생님 역할까지 맡고 있다. CEO 임상아가 헛된 자신감으로만 쌓인 그들에게 오늘도 하는 말은 이거다.

생각하고, 3초간 기다린 뒤 말해라

늘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이다

그녀가 맡은 <SANG A> 브랜드는 현재 인지도도 높고 인기 있지만, 아직 최정상에 도달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만일 그녀가 처음부터 곧장 패션계에 진출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탄탄한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혹 패션을 시작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의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Everyday you know something better than yesterday! 그동안의 경험이 없다면 지금의 저도 없어요. ‘History’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그 모든 것이 제 발판이 되었죠. 다시 20대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밟아왔던 나의 과정, 경험은 겪을 거예요.

그녀는 연예계에 뛰어든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본 기억이 없다. 새벽 4시 반에 기상하자마자 이메일을 체크하고 4시간 여 회의를 거친 뒤 오후 11시나 되어서야 잠자리에 드는 일과가 거의 매일이다. 그 흔한 여행 한 번 가본 적이 없다. 인터뷰한 다음 날도, 자신은 출장을 가고 남편과 딸만 휴가차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언젠가는 쉴 날이 오겠죠. 휴가도 갈 테고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지금 쉬어버리면 갑자기 탁! 다 놓아버릴지도 몰라요. 박차를 가할 땐 더 가해야 하니까. 아직 쉴 수 없어요.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을 던졌던 그녀에게도 또 다른 꿈이 있을까? 영화라고 그녀가 답했다. 언제가 되든 꼭 한 번쯤 영화를 제작해보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역사를 토대로, 반짝이는 길을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임상아. 벌써 기대된다. 할리우드에서도 빛날 그녀의 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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