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최선이 아니라 ‘최악’과 ‘차악’사이에서 ‘차악’을 선택하는 것 영화기자 이동진


자그마치 7년이다. 이동진 기자의 글을 읽고, 가슴 설레고, 찾아 보던 것이. 언제나 오버함이 없이,

나긋나긋한 목소리지만, 흡입력 있는 그의 영화평을 들을 때마다 여느 아이돌 못지 않은 설레임
을 느끼곤 했던 것이. 그리고, 직접 만나 본 이동진 기자는 그의 글만큼이나 역시 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언론사에 입사한 그는 대학 때 영화와 관련해서 냈던 책이 인연이 되어 문화부에서
영화에 관한 글쓰기를 시작한다. 당시 그가 쓴 영화칼럼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존매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경어체를 사용한 영화평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런 시도가 기존에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평가가 엇갈렸었어요.입사한지 오래 되지도 않은 제가

칼럼을 맡는 다는 것 자체도 흔치 않은 일이었는데,

칼럼 형식 또한 흔치 않은 방식이었으니까요.”

게다가 그는 기존 영화평과는 달리, 영화를 빌어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따뜻한 글로 풀어내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새로운 형식과 그 형식에

담긴 시선이 잘 맞아 떨어졌던 셈이다. 그렇게 독자

들에게 호응을 얻은 덕에 그가 썼던 영화칼럼은 후에

두 권의 책(「시네마레터」,「함께 아파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으로 나왔다.
그렇게 입사한 지 만 3년이 되지 않아 이름과 얼굴(정확히는 캐리커쳐)을 걸고 칼럼을 쓸 기회가 주어졌고, 칼럼의 반응이 좋자 이후에는 이례적인(?) 조건으로 영화 촬영지를 여행하는 기회도 주어졌다. “영화 촬영지를 여행하는 건, 업무이기 때문에 ‘출장’과 같은 거지만 회사에서는 파격 적인 대우를 한 셈이에요. 여행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전 또 주어지면 열심히 하니까요. 거기다 여행지를 선정하고, 어떻게 둘러볼 것인지 모든 결정권이 저에게 주어지는 조건은 매력적이었죠. 주변에서도 많이 부러워했고요. 아마 그렇게 오랜 시간 많은 영화 촬영지를 여행한 영화 기자는 거의 없을 거예요.” 회사에서 그에게 그만한 결정권을 주고, 맡길 수 있었다는 것. 그것은 그만큼 그가 혹은 그가 쓰는 글이 독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006년에 이동진 기자는 다니던 언론사를 그만뒀다. 주변의 만류도 많았다. 그의 글을 읽기 위해
보수 경향이 짙은 해당 신문을 본다는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로 고정 독자도 많았고, 회사에서는
그를 내세운 이미지 광고를 만들어 포털 사이트에 게재할 정도로 그에 대한 신뢰도 두터웠기 때문
이다. 게다가 명문대학에 장학생, 그리고 국내의 유명 언론사를 거친 그가 10년을 넘게 다닌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얼핏 쉽게 상상 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름에 대한 어떤 믿음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일까.

“우선 직장 생활이 정말 단 하루도 더 하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물론 제 이름에 대해 조금도

신뢰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뚜렷하게 어떠한 대책을 세우고

그만 둔 것은 아니었어요. 그만둔다는 사실

자체가 소위 ‘프리랜서 선언’같은 것도 아니었고,

다른 욕심을 냈던 것도 아니었어요. 다만 지금

이렇게 혼자 일을 하면서, 의외로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더 자생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언론사를 나와 그는 곧 영화에 관한 글을 쓰는 일로 되돌아 왔다. 포털 사이트와 계약을 맺고, 지금 까지 글을 쓰면서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지금이 마음은 편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고, 제가 내놓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오로지 저에게 모든 권한이 있으니까요. 올라간 글의 글자가 틀려도 제가 직접 고치죠. 제한된 원고량도 없고요.”

그 바쁜 와중에도 그는 틈틈이 자신의 블로그를 관리하는 것 또한 소홀히 하지 않는다. 언론사를 나오기 이전부터, 카페 운영을 하며 온라인을 통해 이벤트 혹은 번개까지 진행하며 꾸준히 공을 들였다. 카페를 운영할 당시에도 그랬지만, 기자 혹은 평론가로서 그렇게 자신의 글을 보아주는 독자들을 살뜰히 돌보아(?)주는 이도 흔치 않다.

13년 동안 영화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일을 13년 동안 애정을 가지고 한다는 것.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글을 쓰는 건 분명 일이고, 버거울 때도 있죠. 내가 쓰는 글이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구요. 하지만 지금도 영화를 보면서 두근거리는 순간이 있을 때,
‘아직은 이 일을 더 해도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듯 글도 마찬가지에요. 이 일을 하면서, 좋지 않다면 그만두는 게 맞는 거겠죠.”

그는 이미 이동진이라는 이름 세 글자

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어느 정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 이다.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독자 들도 많고, 그를 닮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이 잘 짜여진 계획 대로

살아온 삶은 아니었기에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역할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고,

그 일에 대해 지속 할 수 있을 만큼의 애정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일이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짓누른다면, 그래서 그 일에 애정을 가질 수 없어 질 것 같다면 때로는 놓아 버릴 수도 있는 용기. 글과 영화를 좋아하는 한, 계속 글을 쓸 것이라는 그의 모습에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그 ‘자유로움’이 한없이 부러 웠다.

이동진 기자는 “인생은 많은 경우에 최선이 아니라 최악과 차악 사이에서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을 많은 이야기를 통해 전했다. 꼭 최선만이 행복한 삶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선은 어쩌면 좋은 핑계거리’일 지도 모른다는 말 또한 덧붙였다. 고개를 끄덕였다. 때로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그 답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일 테니까.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경험한다. 때로는 실패가 좌절에 이르 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늘 최선이었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한계는 거기서 머무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번쯤은 더 도약할 용기는 오히려 최선이 아닌, 그렇게 가능성을 남겨 뒀을 때 생기는 것은 아닐까.

글_조수빈/14기 학생기자
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 04학번

사진_정승호/14기 학생기자
숭실대학교 정보통신전자공학부 0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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