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환경 개선의 그날까지 교육평론가 이범


2003년 8월, 당시 대한민국 최고의 학원강사였던 이범이 학원가를 떠났다. 그는 몇 년째 과학탐구 강사 가운데 전국 최다 수강생, 강남 유일의 300석 강의실 마감, 오프라인 학원 동시 수강생 4500명 등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고 있었고, 여는 강의마다 정원이 마감됐다. 당시 대한민국 수험생이라면 누구든지 ‘이범의 공통과학 1000제’라는 파랗고 커다란 문제집을 한 권씩 갖고 있었다. 그가 은퇴했을 당시의 연봉은 자그마치 18억 원이었다. 당시 그 돈은 대한민국 최고부자들만 산다는 00팰리스 한 채를 살 수 있을 만큼의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그런 최고의 자리를 떠나면서 그도 물론 알고 있었다. 인생에 있어, 이만큼의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임을.


“처음에는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습니다.

하지만 학원생활을 하면 할수록, 회의가들더라고요.

서로 이기기 위한 무한경쟁의 학원사회에 염증을 느낀

거죠. 내가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을 헐뜯고,

여론을 조작하고.. 그러한 과정들을 목도하면서

더 이상 내가 여기에 있어서는 안되겠다,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떠났습니다. 하지만 결코 후회

하지는 않습니다. 유일하게 아쉬운 건

학생들을 안정적으로 볼 수 있는 장이

더 이상 없다는 것 그 뿐입니다.”


그리고 그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왕의 귀환’이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1년에 18억을 벌어들이는 강사의 모습이 아니었다. 온라인을 통해 학생들에게 무료로 강의하는 무료강사로 그는 학생들 앞에 다시 섰다. 그의 기이한 행보에 그는 교육 문제에 맞서는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됐고, 요즘은 교육평론가로 정부의 교육정책에 칼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책을 다수 집필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수호천사 이야기’라는 제목의 교육동화를 내놓았다.

학원강사를 하면서 그는 생각보다 큰 수입을 얻으며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아가

비싸게 책정된 강의를 온라인에서 많은 학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프라인 강의는 서울 일부 지역 학생들만

접근할 수 있고, 그마저도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습니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이 무료 온라인 강의였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교육적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러한 생각에서 은퇴를 선언한 후

비밀리에 무료강의를

준비했습니다”

그의 무료강의 선언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무료강의 선언 이후, 많은 응원메시지

들이 메일을 통해 전해졌고, 반대로 소영웅주의자, 반시장주의자라는 비판도 있었다.

“수많은 언어들이 난무 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이 보내는 응원의 목소리에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이따금씩 무료강의를 통해 큰 도움이 됐다는 편지를 받게 되면,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미력하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2004년 첫 무료강의를 실시한 이후로,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성과를 걷었을까? 그는 의외로 인색한
성적표를 줬다.

“물론,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받았을 것입니다. 특히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제한이 많던 학생들이
혜택을 받았겠죠.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무료강의라는 것을 하면할수록 김이 빠집니다. 대형학원들이
사교육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과 그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감당하기에 너무도 벅차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수 없는것 같아 괜히 열이 뻗치기도 합니다.”

그의 은퇴와 무료강의 선언 등 일종의 ‘이적 행위’는 많은 언론에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교육관련 시민단체에서 강연을 하고,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관한 책을 집필하면서 교육문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때문에 그와 관련한 자료들에 대해 더욱 많이 공부를 하며 생각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 듬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당선이 유력한 이명박 후보의 교육관련 공약이 너무도 터무니 없다는 생각에 정동영 후보 지지연설을 한바 있고, 지난 총선에서는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또한 7월 교육감 선거에서도, 이인규 후보 선거캠프에서 정책위원장을 맡으며 선거에 직접 참여했을 만큼 자신의 생각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도 고정적으로 모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하며 현정부의 교육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가 꼽는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 교육방식이 옛 일본의 제국주의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단다.


“교사들의 일방적인 지식 주입, 학교 및

학생들의 서열화 등은 모두 일본의

옛 교육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창의적인 인재를 못하고,

주어진 답 찾기에만 급급한 붕어빵 같은

학생들을 길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철저히

관료화된 교육사회 역시 창의적인 인재 발굴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망국병인 사교육에 과연 해답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는 자신 있게 “있다”라고 대답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기존의 사고의 틀을 벗어난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우리의 교육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이제 그는 변변한 수입도 없고, 예전만큼의 화려한 명성도 없다. 하지만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옳다고 믿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화려했던 그 과거에 연연하지 않으며 쉽지 않은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이제 내년이면 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다며, 우리나라 교육개선에 더욱 의지를 다지며 눈을 반짝였다.


글_이재욱/14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05학번

사진_박미래/14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06학번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아.재.미.폭.발 가성비 갑 보양식 맛집 4

소채리와 함께하는 3.단.계 여름네일

한복지줍쇼 HSAD편

편의점 음식으로, 다이어트 도전기

Mission 자판기를 털어라

잠 못 드는 여름밤 나를 달래는 웹툰

여행가방속 필수 아이템 12

독도graphy, 독도를 담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