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조언하는 예술가 김형태


인생을 조언하는 예술가 김형태

“재미없고 후지면 당신 스스로 바꾸세요. 거기 맞춰 살면서 징징거리고, 그만두고, 떠나고, 돌아서는 것은 전혀 발전적이지 않습니다. … ‘답답한 현실, 피하지 않고 내가 바꾼다.’ 이것이 결론입니다.”

2003년 어느 날, 자신의 홈페이지 www.thegim.com에서 조언을 구하는 방황중인 스무 살에게 그가 건넨 답변이다. 딱딱하게 예견되는 그렇고 그런 조언이 아니라, 작위 없이 명쾌하게 핵심을 찍어 얹혀있는 체증을 가라앉게 하는 느낌이다.

그는 2003년부터 약 1년간 카운슬러의 역할을 자처하여 홈페이지를

통해 수 많은 20대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가히

반응은 뜨거웠다. 가까운 친구나 부모님의 격려보다 냉철한 듯

예리한 그의 말 한 마디가 더욱더 깊게 와 닿았던 것이다. 현재는

주로 ‘김형태의 Multi Method Arts Academy’를 통해 만나는

학생들에게 든든한 조언자가 되고 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바람에 그간의 이야기들을 엮어 책으로 냈다.

왠지 나를 지목하는 듯한 제목은 ‘너, 외롭구나’.

90년대 말 밴드활동을 통해 가까워진 중고등학생들에게서 직접

그들의이야기를 들으며, 청소년의 고민을 그들의 눈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모두 이해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그들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때 고민을 말하던 10대들이 현재 20대가 된 것뿐이라고 말한다.

“일을 하면서 여러 방면의 아티스트 후배들을 많이 만났어요. 아무래도 다른 장르에 대한 경험이 많으니까 ‘형태형’을 이름처럼 부르며 조언을 많이 구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작 했어요.” 그러다 라디오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해주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따라 가수 이상은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맡았던 코너가 ‘안녕하세요 형태형’이다. 이어서 김종휘씨의 문화공감에서 ‘형태형 나 어떡해’를 진행하며 카운슬러로서의 그의 이미지를 다지게 되었다.

창의적이고 진취적이어야 할 20대를 수동적인 소비지향적 인간으로 정체시키려는 기성사회에서, 오랜 기간 관찰을 통해 20대가 직면한 문제들을 파악한 그는, 그렇게 우리들에게 부담 없는 멘토의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다.


알고 보니 그는 카운슬러로 알려지기 이전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었다. 비가 내려 외로운 날에는 ‘짬뽕’을 먹자던 황신혜 밴드의 리드보컬이 바로 그였다.

뿐만 아니다. 그는 회화를 전공한 화가이며, 연극 ‘햄릿 프로젝트’의 햄릿이며, 다수의 연극과 영화의 음악감독이자 무대를 연출하는 아트디렉터, 각종 월간 주간지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 그리고 ‘생각도감’, ’너,외롭구나’ 등을 쓴 작가이다. 어떻게 그는 이렇게 다양한 명함을 가지게 되었을까.

“특별히 계획을 정해 놓고 이렇게 한 건 아니에요. 그림을 좋아해서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예술을 하면서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고등학교 때부터 늘 쳐왔던 것이 기타에요. 그렇게 그냥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하고 있다가, 기회를 만나게 될 때 대중에게 보일 뿐이에요. 늘 준비가 되어있었던 거죠.”

새로움을 꿈꾸고 그래서 변화를 모색하려 했다기 보다는 관심을 갖고 있었던 분야에서 무언가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기회를 만났을 때 주저하지 않고,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는 말은 딱 이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어려서부터 화가가 되기를 바랐던 아이는 남들보다 배로 연습하여

우리나라에서 미술로서는 가장 훌륭한 교육을 갖췄다고 생각한

대학에 들어갔다. 그런데 미술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대학의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여러 가지의 실망을 안고,

차츰 학교에 흥미를 잃었다. 그러다 3학년이 되었고, 그는

학교의 낙후된 시스템과 교육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선배들을 만났다. 그들은 시대를 앞서나가고 재능이

다분해 보였지만 그릇된 제도 때문에 그들의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것이라 한탄했고, 7년 이상 긴 시간을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을 보고 있자

니, 무언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가 나쁜데 그런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것부터 자신의 능력을 평가 절하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 그제서야, 환경 탓을 하는 것은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는 자기 정체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동안 소홀했던 학업에 매진하며 남들보다 세 배 이상의 노력으로 그간의 오점을 만회하고 졸업한다.

그렇게 그는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축적한 20대를 보냈고, 환경을 탓하는 행위는 부질없는 것임을 일찌감치 깨달았단다.

그런 그가 내린 결론은 자신이 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20대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그는 ‘개인의 변화’를

주문한다. 현실에서 직면한 문제가 누구의 잘못인지 가려내어 시스템 탓을

하고 남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 평생 자신은 그 자리에

정체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20대라면 먹고 사는 문제에 지나치게 고민할 나이가

아니에요. 자신이 세상의 어느 부분에 위치할 것인가에대해 세상과

나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탐색하면서, 자신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을 공부해야 할 시기이죠.” 라고 일러둔다.

그는 4살부터 소아마비였고, 격렬했던 80년대의 실망스런 대학에서 교육현실에 좌절하여 덧없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며, 차가운 세상살이도 충분히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의 그를 완성했다. 그는 자신이 만약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면 역경을 딛고 승리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면 안 되는 이유를 57,000가지 만들어 놓은 젊은이들에게 관념을 깨뜨릴 수 있는 ‘용기’로서 존재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싱그러운 이유는 용기의 롤모델을 찾았기 때문인 것 같다.

글_서은홍/14기 학생기자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06학번

사진_조수빈/14기 학생기자
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 0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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