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에 졸업한 늦깎이 대학생 신영필름 김태우 대표


67세에 졸업한 늦깍이 대학생 신영필름 김태우 대표

 < 엊그제 졸업식을 막 끝낸, 대학 졸업생입니다.><br /> 어느 대학생보다도 젊은 웃음을 지니고 기자를 맞이하는<br /> 신영필름 김태우 대표.<br /> 그가 67세에 뒤늦게 대학을 마치게 된 뒷 이야기.<br /> 그리고 그의 뜨거운 인생 이야기.<br />

글,사진 _김은별 / 13기 학생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 05학번

대학을 중단하고 파독 광부로 떠나다


고려대 경제학과 60학번이던 어느 청년.

암울했던 현실의 탈출구로 독일의 광산

으로 가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 청년은 이듬해인 1964년 12월

23일 독일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3년간의 힘든 광부 생활이 끝난 뒤

67년 말부터 독일 뮌헨의 카메라 회사인

아놀드 니키타의 고급 카메라를 한 대

구입하고 6개월간 회사기숙사에서

자면서 촬영기술을 배웠다.

최고급 카메라에 촬영기술까지 익힌

그는 68년 4월5일 귀국한 직후 장일호

감독이 제작하는 ‘황혼의 브루스’ 촬영을

맡으며 충무로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1969년에는 신영필름을 세웠다.

이후 국내에서 수십 편의 정책 홍보영화를 찍으며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파독으로 인해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것은 또 다른 아쉬움이 됐다. 마침내 그는 2006년 9월, 어렵게 다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고, 지난 25일, 입학 이후 48년 만에 학사모를 쓰게 됐다.

영화의 촬영장비 대여 및 촬영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영필름’ 김태우(67) 대표의 얘기다.

“ 재학 도중 파독광부로 떠나면서 공부를 그만둬야 했어요. 이후에는 사업에 바빠 시간이 없었죠.
하지만 2006년 ‘이때가 아니면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입학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재입학이 안되는 규정도 사라져 재입학 할 수 있었죠.”

그의 학번은 60027JB


2006년 2학기, 복학 첫 날 등교하는 길.

“ 첫 날, 8시 반에 등교하면서 교문에서 강의실까지 가는

2~300미터 길이가 수십 킬로미터처럼 느껴졌어요.

그 때 가슴이 뛰는 고동소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강의실 문을 열고 청년들 사이에서 한 시간쯤 지나니까

마음의 평정을 찾게 되었고 비로소 수업에 집중 할 수

있었죠.”

재입학을 결정한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어나가는 그.

“ 예전과 비교했을 때, 겉으로 보기엔 요즘 젊은이들이

고생도 않고 건성건성 노는 것 같아 보였죠.

그런데 직접 만나 보니 학구열과 열정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고,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을 보니까 우리 기성세대들이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더 잘살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서로의 마음이 소통하는 것을

보고 학교생활을 하며 항상 흐뭇했습니다.”

48년 만에 복학한 그의 학교 생활은 어땠을까.

“100% 출석은 제 신념이에요. 출석은 항상 기본이라고 생각했고, 책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을 강의에
서 얻을 수 있잖아요. 다시 학교를 다니겠다고 마음먹으면서 한 번도 수업을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리포트도 완벽히 제출하고, 수업을 들은 뒤에는 다시 워드작업을 하여 정리해놓는, 그는

모범생이다. “ 학교를 다니면서 수업을 듣고, 돌아와서는 그날 배운 걸 정리해두고, 나이 60 넘어서

이렇게 열정을 쏟아가면서 무언가를 해 본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죠.”

결과가 꼭 중요하진 않지만 학점은 잘 받았는지 궁금하다며 던지는 짓궂은 질문에, 웃으며

대답한다. “사실 항상 복습하고, 수업을 열심히 듣고 정리해 왔기 때문에 서술형 문제인 경우는

항상 다 아는 거더라고요. 학점은 잘 나온 편이에요. 하지만 ‘산업 조직론’이란 과목이 있었는데,

아무리 다시 공부해도 미적은 아무래도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교수님께서도 잘 한 편이라고 하셨고,
스스로 매우 만족해요.”

60학번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본인보다 어린 후배들이다.

“ 경제학 원론2 수업이었어요. 교수님이 배낭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오시길래, 제가 다가가서
정중히 인사를 드렸죠. 그 교수님이 38살인가 그런데, 정말 신선하고 존경스럽더라고요.

그 날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멋진 글을 써 두었어요.”

아무래도 대선배님이다 보니, 수업시간에 10분 정도를 남겨 두고 교수들이 특강을 요청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 제가 뭐 특별하거나 잘나서 특강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배운 걸 실제로 인생에서 적용해 본

사람으로서 할 이야기가 있었던 거죠.

실제로 경험하면서,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낄 수

있었던 현장의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경험과 현장의 중요성. 그는 학교를 다니고

다시 공부를 하면서 영화 현장에도 적용시켜

최근에는 실제로 매출도 올랐다고 한다.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 <추격자> 등 요즘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영화들이 바로 신영필름의

영화들이다.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가 갑자기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소중하게 가져온다. 지난 2월 25일
졸업식에 동기들이 각자의 주머니 돈을 모아 그에게 준 감사패다.

“ 내 인생을 다시 살아가는 느낌이 들고, 이것을 볼 때마다 설렙니다. 후배들에게 무엇을 해 주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3월 1일에는 전공자 모임 학생들을 모아서 파티를 열고, 밥을 사 줄 계획이라는 그의 웃음은 어느
대학생 못지않게 젊고 싱그럽다.

그의 새로운 인생은 지금부터

인터뷰 중간 중간에 “멋지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의 인생이, 그리고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하겠다는 그의 용기가, 그리고 그의 열정이 멋져서.

“ 멋있다는 말은 어두컴컴한 길을 가다가 햇살을 봤을 때의 탁 트이는 감정을 멋있다라고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떨어진 옷을 입고 있더라도 올바른 길을 가지고 간다면 자긍심 있고,

멋있는 거죠.”

“ 저는 오직 영화만 생각해요. 각자가 하는 일에 충실하면 되는 거죠. 좋은 영화를 어떻게 찍을
것이냐. 좋은 영화를 찍으려면 어떤 장비를 어떻게, 그리고 스텝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이냐

항상 그것만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에 미친 사람이에요.

젊은 사람들에게 ‘무언가의 미치기’를 적극 권장하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 나사 하나를 선택했으면 더 이상 돌아가지 않을 때까지 견고하게 나사를 조이는 일에 힘을

들일 수 있는 사람. 우리 젊은이들이 모두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면 해요. 저도 그러기 위해 지금도
항상 노력하고 있고요.”

글,사진_김은별/13기 학생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 05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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