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나누어 희망을 전하다! 신(新) 민화작가 서공임


청와대가 보이는 효자동 골목을 지나 커피 향이 새어 나오는 작업 실 안으로 들어가니 반갑게 맞아주는 이가 있다. 바로 민화작가 서공임. 직접 커피를 볶아 사람들과 향을 나누는 것을 즐긴다는 그녀의 첫인상은 아담한 체구와 부드러운 표정, 그리고 또렷한 눈빛을 가진 평범한 이웃 아줌마의 모습이었다.

지난 2005년, 민화작가 서공임은 그간 고흐, 피카소 등 세계적인 명화들을 실었던 유니세프의 카드에 민화를 실어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제가 어렸을 때, 한국의 경제는 지금의 제3세계 같았죠. 그때 학교에서 끼니를 때울 수 있었던 것은 유니세프에서 지원해 준 옥수수 빵 덕분이었는데, 이젠 제 그림으로 그 은혜를 갚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쁘네요. 지금 유니 세프와는 실제로 지붕이 멀지 않은 이웃이기도 하고요(웃음).”

또한 지난 2008년에는 북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중국 자수작가 심덕룡과 함께 전시회를 열었다. 이는 양국 문화교류로 서의 가치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1988년 올림픽 때 가졌던 희망과 영화를 메시지를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호랑이는 풍요를 기원하고 희망을 상징해요. 또, 보는 이로 하여금 소망을 실어주 기도 하죠. 제 작품을 통해 1988년의 마스코 트였던 호랑이와 더불어, 희망의 환생을 전하고 싶었어요. 당시 뜨거웠던 우리 나라 사람들의 꿈과 힘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요.“

알록달록한 색상의 안료가 수놓고 있는 작업실, 그 곳의 벽에 걸린 작품 중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모란꽃 위의 나비가 떠 있는, [떨어지는 꽃 잎은 모두 나비가 되어 하늘 속으로 깊이깊이 날아 간다]라는 입체 조형물. “민화작가의 작품답 지 않다”는 웃음 섞인 물음에, “자신은 전통에 머 물러 있고 싶지 않기에 다양 한 시도와 색채를 이용한다”고 대답하는 그녀다. 공장의 레이저 컷 팅기를 이용해 스틸을 나비와 꽃 모양으로 잘라낸 후 자동차용 도료로 채색한 이 작품 이외에도, 그녀의 민화작품은 굉장히 현대적이며 다양한 시도 들이 돋보인다. 의상디자이너들과 연계하여 작품을 의상디자인에 이용하기 도 하고, 그릇이나 한복, 커튼 등에 적용하기도 한다. 또 그 녀의 유일한 취미생활인 커피로 페인팅을 한 민화 작품도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퓨전 작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민화작가 서공임. “전 퓨전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제 작품이 서로 다른 것끼리 합해져 새로운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전통의 재해석, 재발견이 가까울까요, 단지 현 시대와 전통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작품도 진화해야 하죠. 고여있는 물보다는 샘솟는 물이 되기 위해 연구하고 시도하다 보니 지금에 다다르게 되었고요.” 그녀는 자신의 작품이 먼 박물관에 실리는 것보다는, 가까운 현대미술관이나 실생활에서 보여지는 걸 원한단다.

살아 있는 작품으로서 전통과 현대, 그리고 미래의 통로가 되길 원하는 그녀의 꿈은 무엇일까? 바로 ‘명품한국’이다. “제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진짜 명품의 나라 한국이 되었 으면 하는 거에요. 값이 비싼 명품이 아니라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정말 한국이 아니면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명품의 원산지 말이지요.” 실제로 그녀의 작품을 사가는 외국인들 은 작품의 한국 적인 색깔과 민화의 상징성에 열광한단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마음 넉넉한 한국 작품 고유의 상징성에 매료된다는 얘기를 들으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 적인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한국의 아름다움이 세계속 에서 빛을 발하길 원하는 그녀의 꿈이 그리 멀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민화작가 서공임에게 성공이란, ‘위치’보다는 ‘깊이’의 개념이다. 가진 것이 있는 사람이라야 나눌 수 있다고, 자신의 분야에서 깊이가 있어야 재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는 것. 어려웠던 그 시절에 받았던 나눔을 제 3세계에 다시 갚는 유일무이한 나라인 이곳, 한국에서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통해 희망을 손 닿는 데까지 나누고 싶단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에요. 슬럼프와 우울증도 왔었지요.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어요. 하지만 자가최면으로 감정을 다스리기도 하고, 제 장점이자 단점인 우직함으로 버 텼지요. 그림에 꿈을 가지고 있던 평범 한 소녀가 민화작가가 되어 사회 속 나눔 에 조금이나마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아직 성공하려면 훨씬 더 성숙해야 하지만, 이 정도면 성공에 조금은 가까워지지 않았 나요? (웃음)”

진솔한 웃음 속에 겸손함이 묻어나는 민화작가 서공임이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바로, 치열함과 즐거움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암탉이 울면 알을 많이 낳는다’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녀에게, 세상은 조신하게 살아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누비며 만끽해야 하는 곳이라고.

“당장 눈앞에 있는 졸업이나 취업의 압박보다는, 그 시기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치열하고 즐겁게 누리길 바랍니다. 또, 21세기를 살아갈지라도 20세기, 19세기를 잊지 말아야 해요. 왜냐하면 이 넓은 세계를 살아가는 후배님들의 정체성은 바로 ‘우리 것’에 있기 때문이지요.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있다면 전통이 그 해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가 전통과 미래를 아우르는 창조자가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을 통해 주위를 돌아보고 희망을 나누는 여유, 바로 이것이 미래의 얼굴인 우리가 전통 민화작가 서공임에게 배워야 할 덕목이 아닐까.

글,사진_김애영/15기 학생기자
서울산업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06학번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