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통역사

사랑에만 국경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에도 국경은 없다. 단, 스포츠는 사랑처럼 마음과 눈빛만 통해서는 타지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용병의 활약에 따라 팀 성적이 크게 좌우되는 프로농구의 세계에선, 외국인 선수와의 숨은 가교 역할을 하는 통역사의 활약이 핵심이다.

통역사는 용병 선수의 편한 친구이자 무서운 코치

만약 프로농구에도 FTA(자유무역협정)가 있다면 KBL(한국농구연맹)은 용병들의 잔치가 될 것이다. KBL은 구단 별로 2명의 용병 선수로 제한한 원칙을 1명으로 축소, 발표했다. 따라서 각 구단은 용병을 고르는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된 게 사실. 그만큼 팀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용병을 가장 가까이서 다루는 통역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통역사는 통역은 기본이고, 용병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의식주를 해결하는 어시스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뿐이랴. 연봉 등의 자금 관리는 물론, 휴가 기간 친구처럼 함께 보내기도 하고 방문하는 선수의 가족까지 챙겨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이렇듯 통역사는 편한 친구이기만 싶다가도, 전술 훈련이나 실제 경기에서 감독의 작전 지시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무서운 코치의 역할 역시 맡는다. 감독은 시합 중 20초의 짧은 작전타임 때 함축적으로 많은 것을 전달하기 위해 ‘x1’, ‘box2’ 등의 숫자와 알파벳을 조합한 수십 가지 작전을 준비한다. 통역사는 이를 용병에게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그와 수없이 소통하고 입과 손발을 맞춘다. 때때로 용병이 감독이나 코치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돌발 행동을 하거나 한국 동료선수들과의 마찰을 일으킬 때는 윽박지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언어 외에 심리적인 소통을 원활히 해야 한다.

프로의 세계에서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통역사도 선수나 감독만큼이나 매 경기 승패에 피가 말린다. 시합 중에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감독은 두 번 말하지 않고, 선수에게도 두 번 전할 기회가 없다. 통역의 실수 한 번은 곧 경기 전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로 통역사는 감독의 모든 작전 명령을 이해하고 전달하기 위해 프로선수 이상으로 공부해 통달해야 한다. 이때 실수하지 않는 것이 가장 기본이자 철칙! 용병의 전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통역사는 기본적으로 농구를 사랑하는 것은 물론 전문 용어를 외우고 수시로 경기를 모니터링하며 공부한다.

코트 밖에서는 스카우트나 에이전시의 지원 역할

그렇다면 통역사는 겨울 스포츠의 꽃인 프로농구 시즌과 연습 외 기간에 무슨 일을 할까? 코트에서 보이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른바 국제업무라고 불리는 행정 업무가 있기 때문. 통역사는 기본적으로 ‘유로바스켓(www.eurobasket.com)’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용병들의 프로필과 장단점을 파악한 뒤, KBL 주최로 매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드래프트 현장에서 구단의 스카우트와 함께 옥석을 고르게 된다. 결국 통역사의 자격 중 하나로, 시즌당 한국행을 원하는 몇백 명의 외국인 선수 중 훌륭한 용병을 고를 줄 아는 눈이 추가되는 셈이다. 통역사가 용병 선수의 완벽한 매니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렇게 직접 본인이 데리고 온 자부심과 책임감 때문이다.

Mini interview 동부프로미 농구단 김태형의 프로농구 통역사 탐구

김태형 통역사는 동부 프로미의 복덩이다. 통역사로 일한 총 3번의 시즌 중, 첫해에 구단의 우승을 안겼고 올해는 준우승의 순간을 함께했다.

럽젠Q : 통역사의 1년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한국 선수들은 6월 중순부터 합숙과 전지훈련을 시작하는데요. 통역사는 6월부터 국제업무를 하다가 용병 선수들이 들어오는 8월 중순부터 합류해 본격적인 시즌 준비를 하죠. 프로농구 시즌이 10월에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이어지는데, 그때는 굉장히 바쁘고요.

럽젠Q : 직업상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죠?

시즌 때는 경기 일정에 따라 국내 연고지들을 돌아다니느라 굉장히 바빠요. 개인 시간을 갖기 어렵죠. 하지만, 시즌이 끝나면 한 달 정도의 휴가가 있어요. 그때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죠. 팀의 성적이 좋으면 보너스가 지급되기도 하고요. 보통 선수들과 숙소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시즌 때는 따로 돈 쓸 일이 크게 없어 직업의 특성상 돈 모으기도 좋은 것 같아요.

럽젠Q : 외국인 선수를 다룰 때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요?

지난 시즌에 챈들러라는 용병이 있었어요. 평소에는 참 착한 친구인데 코트 안에서는 상당히 다혈질인 선수였죠. 한번은 시합이 끝나고 심판에게 달려가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더라고요.(규칙상 경기 종료 후 심판에게 항의할 수 없다.) 매니저와 함께 그 선수를 말리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모든 사람을 밀치고 멈추지를 않았어요. 용병들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통로는 저밖에 없는데, 그들이 자꾸 어긋날 때 어려움을 느끼죠. 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아요.

럽젠Q :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인가요?

감독의 지시를 잘 전달해 그들이 훌륭히 작전을 수행하고, 그것이 결과로 이어져 용병 덕에 이겼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기분 좋죠. 그리고 시즌이 끝나고 용병과 헤어질 때 진심으로 고맙다고 인사하고 본국에 돌아가서도 연락이 올 때 보람을 느껴요. 지난 시즌 동부 프로미같은 경우 처음에는 전력상 4강 진출도 어렵다고 했지만, 저희가 데려온 로드 벤슨 선수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고, 플레이오프에도 극적으로 진출해 결국 준우승까지 이뤄냈어요.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프로농구 통역사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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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와.... 저는 농구를 본적은 없지만 축구팬으로써 스포츠에도 국경이없다 ㅠㅠ 멋있는 말 같아요!
    통역사.... 정말 한번쯤 해보고 싶은직업이에요 ㅠㅠ 기사 잘봤어용 ㅎㅎ
  • 럽젠집착남

    @DK,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할 따름이죠!!
  • DK

    정말 신선한 내용입니다. 기사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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