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파카르 파틸 l 낙수로 뚫은 정직한 성공

단단하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의 교집합이다. 물질계에서 빈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과 차곡차곡 간극을 메운 물질의 구조가 치밀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사람도 그렇다. 인생을 겪으면서 단단해진 사람은 그가 겪어온 일말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과정의 고초 하나하나를 통해 치밀하게 배우고 이상향을 품은 이라는 것.
이는 LG화학 디트로이트 법인장 프라파카르 파틸에 대한 단상이었다.

맑은 눈의 인도 소년, 우주를 꿈꾸다

170cm의 키에 호리호리하고 조그만 체구였다.
엔지니어 출신이란 점이 생경할 정도인 그는, 다른 어느 엔진보다 더욱 크고 힘이 센 엔진을 만지는 우주항공공학을 전공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인 1970년대는 러시아와 미국이 로켓과 무ㆍ유인 우주선으로 경쟁하던 시대였어요. 마을에 몇 대 없던 TV 앞에 모여 앉아 흑백 화면 속 조그만 점이 되어 사라져가던 우주선을 보며 막연한 꿈을 꾸었지요. 물론 달에 가는 상상도 해보면서 말이죠.(웃음)

달로 가는 단꿈을 꾸던 소년은 빡빡하기로 유명한 ‘인도 공과 대학교IIT’의 삶에 뛰어들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견디기란 여간한 일이 아니었다.

영화 <세 얼간이3 idiot>이라는 영화가 한국에도 개봉했나요? 이 영화의 모습이 꼭 우리 학교 같았습니다. 엄격한 규율이 세워져 강제적이고 보수적이었죠. 영화에서의 주인공은 모든 사람을 감동시키고 새로운 학습문화로의 도전을 꾀하지만, 1980년대에는 누구도 이런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공부는 정말 힘들고 분위기도 맞추기 어려웠지만, ‘하는 김에 즐겁게’라는 마음을 수없이 반복하며 다짐했습니다. 다만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거나 기숙사에 모여 몰래 ‘프리즈’ 같은 카드 게임을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죠.

학부를 인도에서 졸업한 그는, 엔진 기관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싶어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원에 다니게 됐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 그에게는 첫사랑이었다.

이성 교제할 시간이 없다 보니, 학교 안에서 공부하다가 우연히 만난 그녀와 가까워졌고, 자연스럽게 결혼하게 되었어요. 그녀가 제가 공부하는 분야에 관심을 두고, 이해하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죠.

학자에서 전문가로, 차근차근 한 길

미국에서 펼쳐진 자유로운 대학원 생활 속에서 그는 우주 공학보다 본격적인 현재의 연구 분야인 자동차 내연 기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주공학 연구도 물론 좋았습니다. 하지만, 좀 더 현실과 밀접한 분야를 연구하고 싶었어요. 인도는 물론 미국도 엄청난 자동차 수요가 있잖아요. 이런 자동차를 움직이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디자인하는 것은 기술의 진보를 통한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대한 도전 같았습니다. 기술자에게는 마술을 쓰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이기도 했고요.

이후 그는 관련 공부를 마치고 자동차 관련 산업에 뛰어들었다. 포드에서 일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처음에는 내연 기관의 효과적인 연비와 자동차 효율성 등에 주목했지만, 연구의 발전과 협업의 진행 과정을 거치며 환경과 기업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LG와의 연을 맺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라파카르 파틸의 LG화학 CPI 법인장 발탁은 대내외적으로 화제가 될만한 일이었다. LG에서 자동차를 연구하던 학자에게 법인장 제안을 한 것도 큰일이지만, 그 역시 흔쾌히 이를 수락하고 일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놀랄 만한 일이었기에. 그는 LG의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라고 확언했다.

LG의 국민기업 이미지는 인도에서도 한국과 같습니다. LG는 수많은 가전 제품군에서 선호하는 브랜드인데다가 인도의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일종의 구기 스포츠)의 스폰서로 많은 인도인에게 친근하고 믿음직스러운 이미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건강하고 단단한 기업 이미지에 걸맞는 일을 하고 싶어 선뜻 일하게 되었습니다.

선택, 그리고 실패를 이겨내는 도전

실패 없는 삶을 살아온 것만 같은 그에게 아쉬운 순간은 없느냐고 묻자 이내 정직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있겠어요? 선택하는 수많은 기회 속에서 아쉬웠던 순간은 한두 번이 아니었죠. 일이 바쁘고 정신없을 때면, 한가했던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해요. 이건 사실 그만큼 회사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말이죠. 전공에 관련된 공부와 일을 하느라 음악을 배우거나 감상할만한 시간이 없다는 게 참 아쉬워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시간은 한정적이니 말이에요. 주어진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대화의 말미에 그는 대학생들에게 도전을 주문했다.

실패는 잠깐입니다. 젊었을 때 실패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 실패마저 정말 소중한 경험인데, 그것조차 해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더 큰 일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언제나 도전하고 또 그 도전을 즐기는 대학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내 그는 단단하고 따뜻한 악수를 청했다. 한 길을 바라보며 다듬고 깎여 정갈해진 머릿돌과 같았던 프라파카르 파틸 법인장. 다음 달 한국에 간다면서 1백 원짜리 동전과 벽에 붙여놓은 지도의 가운데를 지긋이 바라봤다. 기업가인 그가 도전할 내일은, 오늘보다 더욱 최고가 될 것이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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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업계에서 이분 정말 대단하죠!!
  • 기사 잘 읽었습니다~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란 말이 정말 와 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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