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지성사> 홍대기 마케터

책을 사랑하다 못해 삶 일부를 출판에 던진 이들로 넘실대는 출판사의 세계. 언어를 긷고 나르고 퍼주는 출판인의 마음이 이토록 뿌린 씨를 거두는 농부와 닮았을 줄이야.


인생의 반을 출판계에서 보낸 내공의 출판인. 돈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세계의 베테랑인 그는 출판 마케터에게 결코 판매 부수만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비상업적인 가치를 도외시하지 않는 이 마케터의 존재감이야말로 출판계의 원동력이었을까.


럽젠Q : 출판 마케터의 주된 업무는 무엇인가요?

거래처의 인물을 만나 영업을 하죠. 또 책이 만들어진 후에는 광고를 진행하고 언론 PR활동과 함께 판매촉진을 위한 프로모션을 기획합니다. 그리고 보통 출판사마다 책의 재고를 몇백만 권씩 보유하고 있는데, 이런 재고품 물류 관리를 하는 것도 마케터의 일이에요. 마케터도 문학, 아동, 실용 등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가 나뉘어 있어요. 그래서 책의 기획 단계부터 에디터와 함께 고민하면서 편집, 디자인 등에 관여하기도 합니다.

럽젠Q : 외근이 많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과거에는 출판 마케터의 업무가 확실히 발로 뛰는 일의 비중이 컸어요. 각 서점을 돌아다니며 책의 진열 상태 등을 관리하는 것도 주된 업무였고요. 하지만 최근에는 서점이 줄면서 그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기획을 모색하는데 더 치중하게 된 것 같아요. e북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트위터 등의 웹 마케팅이 부각되기도 하고요.

럽젠Q :일반적인 마케팅과 출판 마케팅의 비슷한 점이 있나요?

절차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책의 컨셉트를 잡은 뒤에 그에 걸맞은 카피나 광고,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마케터의 업무와 똑같습니다. 판매 성숙기에 들어서면 2차, 3차 런칭을 하기도 하고요. 특히 기획 출판이나 베스트셀러 책 같은 경우엔 컨셉트를 잡는 것이 모든 일의 시작입니다. 수시로 마케터끼리 회의도 하고, 담당 편집자와도 거의 매일 만나 편집과 컨셉트, 광고, 카피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눕니다.

럽젠Q :그렇다면 둘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일반적인 마케팅과 출판 마케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책은 철저한 ‘타깃 마케팅(특정 타깃에게 집중적으로 어필하는 마케팅)’을 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산업은 한 제품당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죠. 하지만 출판계에서 그런 식으로 매스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책이 1년에 불과 몇 권밖에 안 됩니다. 한 권당 기대되는 매출 예상액과 생산 부수가 굉장히 적기 때문에 마케팅에 그렇게 큰 비용을 쓸 수 없어요. 그래서 전략 상품으로 선택한 몇몇 책을 제외한 나머지 책은 보통 한 책당 단 한 개의 프로모션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획합니다.


럽젠Q :한 가지라••• 책에 어울리는 마케팅 방법을 발견하는 게 어렵겠네요?

책이라는 상품 자체가 그걸 필요로 하는 소수 내에서만 읽히는 속성이 있어서, 대중적으로 향유되는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누구에게는 철학서가 정말 갖고 싶은 책이겠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그저 베개에 불과할 수 있겠죠. 각 책에 어울리는 프로모션을 통해서 그와 예상 독자층을 연결해 주는 장치를 만드는 게 가장 어렵고도 주 업무에요.

럽젠Q : 출판 마케팅을 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정이현 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책을 히트시켰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이 책을 보면 기존의 기본적인 <문학과 지성사>의 스타일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거예요. 사실 당시에 이 책을 내려고 전 직원 25명이 다 모여서 회의했었죠. 그때 회사 내부에서도 기존에 내던 방법으로 무난한 스타일로 낼지, 아니면 트렌디한 느낌으로 갈지에 대해 굉장한 충돌이 있었는데 결국 제가 이겼어요. 그동안 <문학과 지성사>가 하지 않았던 방법을 많이 썼어요. 책 속에 일러스트도 넣고, 안 하던 버스 광고도 했죠. 일종의 모험을 했는데, 지금 <달콤한 나의 도시>가 45만부 정도 팔렸거든요. 소위 ‘대박’이 난 거죠. <달콤한 나의 도시>가 우리 사내에서도 일종의 정통주의적인 분위기를 조금 완화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신인 작가를 세상에 알릴 수도 있었고요.


럽젠Q : 유명한 작가보다 신인 작가의 책이 ‘대박’났을 때 더 뿌듯하세요?

네. 사실 마케팅을 하다 보면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을 뻔한 책을 성공시킨 경험이 가장 보람차요. 유명 작가의 베스트셀러 책은 어차피 누가 팔아도 많이 팔리는 거니까요. 유명 해외작가의 책은 엄청나게 비싼 돈을 주고 계약을 해요. 많은 출판사가 앞다투어 계약을 따 오려고 워낙 경쟁이 심하니까 계약금이 점점 올라가죠. 그렇게 계약에 성공해서 출판했을 때, 그런 책이 실제로 잘 팔리기는 해요. 하지만 그만큼 계약금이 있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도 쉽지 않죠.

럽젠Q : 출판 마케터를 꿈꾸는 학생에게 조언한다면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찰력이 있어야 해요. 책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을 갖추어야 컨셉트와 카피를 뽑아낼 수 있거든요. 앞서 말했듯 출판 마케팅은 책과 독자를 연결하는 일이기 때문에, 책 하나하나에 대한 이해가 꼭 뒷받침되어야 해요. 그래서 ‘내가 밀리언셀러 몇 권을 만들었다.’던가, ‘아이디어 하나로 백만 부를 팔겠다.’와 같은 오로지 상업적인 태도는 별 의미가 없는 데다가 출판 마케터의 자세도 아니에요. 물론 최대한 좋은 책을 만들어서 많이 팔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단지 그것으로 이 직업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단 거죠. 더불어 출판계는 좁아서 무엇보다도 서서히 쌓아가는 관계가 중요한 곳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네요. 거래처 직원도 신입 때부터 봐온 사람이 십 년 넘게 쭉 자기 업을 이어가거든요. 그러니 서로 본심을 터놓고 진솔한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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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 보면서 느꼈던 속 사정들이 잘 드러나 있는 기사에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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