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연예인 리경과의 솔직담백 데이트 동국대학교 연극영상학부 04학번 리경



SBS 탄현제작센터 연기자 대기실. 설특집극 ‘핑구어리’의 연변 처녀 ‘리선애’로 분한 리경이 들어섰다. 수줍게 비칠거리는 순박한 북한 처녀일거란 예상과 달리, 조그마한 체구에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리경은 모든 질문에 길고 정연하게 답했고 정확한 표준말을 구사했다.
“2002년에 MBC 창사 특집극 ‘사막의 샘’이라는 드라마 OST작업에 참여했다가 지금 기획사 실장님을 만났어요.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함께 일 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북에 있을 때 그녀의 꿈은 최승희 같은 안무가가 되는 것이었단다. 5세 때 무용을 시작해서 12세 때 평양음악무용대학에 최연소 입학했고, 이듬해 북한 최고 권위의 예술단인 왕재산경음악단에서 활동했다.
“한국에 와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까 연기에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동국대 연극영상학부에 입학도 했고요. 무용은 계속 할거예요. 연예인이 되려면 만능엔터테이너가 되어야하잖아요.”
리경은 지난 2004년 동국대 연극영상학부에 영화전공으로 입학했고, 한 학기를 다닌 후 휴학 중이다.
“신입생 환영회 때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어요. 선배들 앞에서 머리도 못 들게 하고 위계질서도 엄격하고…. 처음엔 ‘북에서도 안 그러는데 자유국가에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놀랐는데 한 학기 동안 지내면서 선배들하고도 다 친해지고 편해졌어요.”
리경은 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가는 버스 안에서 친구들에게 ‘실은 나 북에서 왔다’는 폭탄 선언을 했단다.
“처음엔 아무도 몰랐어요. 저도 굳이 밝힐 필요가 있을까 싶어 망설였어요. 편견도 편견이지만 쏟아지는 질문들이 너무 귀찮았거든요. 그래도 터놓고 도움을 받자는 생각에 이야기를 했죠.”
아니나 다를까 새터 기간 내내 질문 공세에 시달렸지만 덕분에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지낸단다.

“미팅이나 소개팅을 한 번도 못해봤어요. 북한에는 그런 개념 자체가 없어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학과 특성상 너무 바빴거든요. 남한 남자들은 여성적이고 섬세한 것 같아요. 북한 남자들은 무뚝뚝하고 유머도 없고 가부장적이고 과격하거든요. 처음엔 남한 남자들이 꼴불견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좋아요. 외모도 더 잘생겼어요. 키도 크고, 스킨로션도 챙겨 바르고, 머리에 무스도 바르고…”
한국에 와서 새로웠던 건 대학 문화나 남성상 뿐만이 아니었다.
“도로에 차가 꽉꽉 들어차 있는 걸보고 너무 놀랐어요. 이렇게 차가 많고 막히는데 전쟁이 나면 이 사람들이 다 어디로 도망갈까. 폭탄 하나만 떨어져도 아비규환이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북에서는 1분 안에 방공호로 숨는 연습을 하는데 여기는 방공호도 없고…”
사람들의 자유분방한 패션이나 젊은이들의 편안한 이성교제, 여대생들의 음주문화도 리경에게는 모두 낯설은 풍경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한의 인터넷 문화와 네티즌의 힘은 리경이 적응하기 힘든 문화였다.
“네티즌의 힘이라는게 참 무섭더라고요. 처음에는 제 기사나 사진에 리플달리는 거 보고 속상했죠. 그런데 지금은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칭찬은 감사하게 받고, 비판 중에서도 받아들일 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올 한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 리경은 여느 연예인들처럼 ‘연기 열심히 하고 가수 데뷔에 성공하는 것’이라는 대답 대신 ‘내 용돈은 내가 벌어서 쓰는 것’이라고 답했다. ‘미얼 독자들에게 한 마디’라는 부탁에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는 대신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청년 실업이 가장 걱정이에요. 탈북하는 과정에서 느낀 건데 힘든 긴 터널을 지나오니까 평탄한 곳이 나오더라고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언젠가는 꼭 좋은 날이 온다’는 희망을 가지고 모두들 열심히 하자고요. 희망이 없으면 못살아요. 올 한해 치킨 많이 드시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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