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법학과 04학번 이효정



“역사는 가정하지 않는 것이래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히 땅을 적시는 일요일 오후, 보랏빛 의상을 차려입고 나온 그녀가 대뜸 내뱉는 말이다.
“저의 역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제가 중학교 3학년, 열여섯 때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면 혹은 춘향이로 선발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이고 무엇이 달라졌을지, 더 이상 스스로에게 묻지 않아요.”
나직한 목소리지만 그녀의 목소리에서 강한 신념이 실려온다.
현재 연세대학교 법학과 04학번 1학년으로 재학 중인 그녀는 한 때 만인의 관심의 중심에 서 있었다. 중학교 3학년 ‘그냥 재미 있을 것 같아서’ 응시한 오디션에 합격해 노감독의 춘향이로 뜻하지 않게 ‘춘향이’ 로 10대를 보낸 그녀. 그녀의 영화, ‘춘향뎐’은 흥행 면에서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지만 평단의 호평과 함께 세계적인 영화제인 칸느 영화제에 경쟁부분으로 초청되는 한국 영화사상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고, 그녀는 ‘춘향뎐’의 춘향이로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그런 그녀가 더 이상 연기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녀는 연기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언제나 연기보다 학업이 우선 순위였노라고 밝혔다. 덧붙여 그녀는 연기 활동으로 인해 중학교, 고등학교 기간을 다른 학생들보다 소홀히 할 수 밖에 없었고, 근 5년 만에 학교로 돌아온 지금의 생활에 충실하고 싶다며, 당분간은 연기 활동 계획이 없다고 차분히 설명했다.
“열여섯에 영화를 찍었고, 그로 인해 많은 분들의 기억에 남아있다는 것은 분명 감사할만한 일이지만, 동시에 어린 나이에 한 방향으로 휘둘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다른 사람보다 일찍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야만 했고, 많은 어려움 끝에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올해로 22세인 그녀는 현재 대학교 1학년. 그녀와 같은 나이의 대학생들이 이제 2~3학년에 재학 중임을 감안하면, 그녀의 대학 생활은 상대적으로 약간 늦은 편이다. 혹시 다른 학교에 재학하다가 지금의 학교로 옮긴 것인지 묻자, 그녀는 연세대는 그녀의 첫 학교라고 한다. 그렇다면,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공백의 2년 동안 그녀는 무엇을 했었던 것일까? 그녀는 대학 진학 전의 2년은 일종의 방황기였다며, 한 광고 회사에서 아이디어 그룹 활동과 통역 일을 하였다고 말했다. 그 기간 동안 공부 또는 학업에 관련된 일을 하진 않았지만 자유롭게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고 평한 그녀는 남들보다 대학 진학이 2년 가량 늦었기에 더욱 대학 생활이 기대되었고, 소중한 것 같다고 했다. 자못 섭섭한 얼굴로 벌써 한 학기가 끝났다며 이러다 순식간에 졸업하게 될 것 같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학교에서의 생활에 대한 질문에 그녀는 매우 바쁜 첫 학기를 보냈다며 학교 내에서 응원단 활동에서부터 동아리 활동까지 상당히 왕성한 활동들을 그 예로 들었다.
그녀가 몸담고 있는 동아리인 ‘멘토스’는 그녀의 설명을 빌리자면 연세대에서 가장 국제적인 동아리. 영미권 국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온 많은 교환학생들이 참가하고, 그들과 친목을 도모하며 세계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있는 동아리이다. 힘주어 자신의 동아리를 설명하는 그녀의 모습에 동아리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그녀는 현재 응원단 활동이 학업에 지장을 줄 만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관계로 잠시 보류하고 있을 정도로, 학업 외 활동뿐만 아니라 학업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저는 법학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이 아닐까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법학에 많은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그녀는 일정한 공식이 없는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법학이라는 학문이 학교를 처음 입학했을 때와 기존에 알고 있었던 법학과는 많이 달라 퍽 놀랐다고 한다. 아직 한 학기만 배웠을 따름이지만, 그녀는 법학이란 창의적인 동시에 논리적인 능력과 혜안을 요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며 9월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학기에 기대를 표했다. 덧붙여 애초에 사법고시를 응시할 의도로 법대에 입학한 것은 아니지만, 국제학과 외교 분야에 대한 이해를 두루 갖추어 향후 국제기구 또는 국제변호사에 도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저와 나이가 같지만 저보다 먼저 법을 공부한 선배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느껴지는 자기몰두와 일에 대한 헌신이 있거든요. 영화를 처음 찍었을 때만큼 큰 충격을 받았고, 동시에 많이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학교가 특별해요, 연기 활동을 시작한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의 3년을 통틀어 거의 학교 생활을 할 수 없었거든요, 게다가 대학 진학 전 2년에 가까운 진로 모색을 위한 방황기간 역시 더욱 제가 학교에 오고 싶다는 확신을 심어 줄 수 있는 기간이었기에 학교에 재학 중인 지금의 생활이 제게는 너무 소중하고 만족해요.”
자신의 진로와 정체성의 혼란을 일찍이 경험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인 만큼 한 음절, 한 단어씩 조용히 내뱉는 그녀의 말에는 사뭇 진지하고 치열한 고민과 난고 끝에 내린 어떤 단호한 확신이 물씬 배어있다.
향후 유학 생활을 점쳐보기 위해 교환학생을 준비 중이라는 그녀는 토플 시험과 어학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바쁜 방학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교환학생을 통해 짧은 기간이지만, 부모님의 보호와 친구들의 관심 밖 완전히 낯선 환경에서 자신이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다고 말한 그녀에게서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감으로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위해 쉬이 도전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그녀가 연기했던 춘향에 대해 ‘혁명적인 여성’ 이라고 평한 그녀에게 춘향만큼이나 강한 집념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의지로 자신의 미래와 가능성의 폭을 넓혀 나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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