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먹고 사는 20살의 얼굴. 브라운대학 이규성



“나이보다 성숙해보이지 않나요?”
84년 5월 14일 생.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처음 만난 그는 ‘어른’스러워 보였다. 같은 또래들보다 일찍부터 많은 경험을 해서일까, 인터뷰를 이끄는 세련된 매너가 인상적이다. 단정적이지만 예의 바르고, 부드러운 말투에 달변의 속도도 잘 조절되어 있다. 처음에 가졌던 불편한 심경은 단지 편견이었을까. 조금은 안심이 된다.

“지난 달에 한국에 들어와서 요즘은 휴식기에요.”
‘이방인’으로서 고된 학기를 마치고 쉬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고 하지만 100% 쉴 수는 없었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6월부터 한 달간은 컨설팅 회사 삼일회계법인에서 인턴으로 일을 했고, 지금은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를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 외에도 영어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운동, 부족했던 공부 등으로 학기 중처럼 바쁘다.

“방학 중에 한국에 왔다고 늘어져 버리면 다음 학기에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쉴 때도 control을 해야 생활패턴이 깨어지지 않거든요. 한국에 돌아와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고 익숙한 공기, 익숙한 풍경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제겐 휴식이에요.”

유학생들이 방학 중 한국에 돌아와서 먹고 마시고 노는 데에만 치중하는 것처럼 보여서 안타깝다고 했다. 물론 이는 방종이기 때문에 비판 받아야 하지만, 모든 유학생들이 다 그런 건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다.

“학기 중에 너무 힘들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오면 다소 나태해지는 면이 없잖아 있어요. 타국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학업의 어려움 외에도 문화적인 어려움이 많이 존재하니까요.”


이규성은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여름, 홀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스스로의 결정이었다. 고입, 대학수능시험, 평범함 속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좀 더 일찍, 세상을 넓게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다른 나라에 가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어릴 적부터 하고 있었어요. 그 시기가 보다 빠를수록 좋겠다고 생각했고, 중 3 때 실천에 옮긴 거죠.”

특이한 것은 대부분의 조기유학생들이 타국으로 간 후, 6개월에서 1년을 language course로 소비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 영어를 거의 마스터해서 갔다는 것이다, 미국의 명문 사립고들은 따로 외국인을 위한 어학 프로그램을 두고 있지 않았고, 지원 자격 자체가 TOEFL 600점 이상이었기 때문에 유학 후,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2000년, 이규성은 미국 사립 고등학교 10대 명문 중의 하나인 Hotchkiss School에 입학한다.

“동양인은 거의 없는 학교예요. 특히 한국인은 한 학년에 한 명 정도로 거의 없었죠. 외국인, 특히 유색인종들에게 배타적이라서 오히려 좋은 점도 있었어요. 그들의 문화를 보다 가까이에서,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Hotchkiss School에서의 생활은 미국 상류층의 모습을 느낌과 동시에, 포부를 더 크게 만들었다. 현재의 꿈을 구체화시킨 것도 이 때부터이다. 미국에서의 고등학교 생활은 쉽지만은 않았다. 여전히 어려운 영어 때문에 사투를 벌인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졸업 후, 워싱턴에 있는 Georgetown University 국제관계학과에 진학했지만 이 길은 내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1년 만에 과감히 학교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장래 희망이었던 경영ㆍ경제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브라운 대학교 경영학과에 지원한 것이다.

“이번 가을 학기부터 학교에 다니게 됐어요. 브라운 대학은 동부 아이비리그 중에서도 특히 자유로운 학풍을 가지고 있어요. 아름다운 캠퍼스와 깊은 전통도 좋구요. 가을학기가 기다려집니다.”


그는 최종적으로 법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미국엔 학부과정에 법대가 없기 때문에 대학원을 law school로 가겠다는 얘기다.

“현재 꿈꾸고 있는 제 미래는 변호사예요. 작은 분쟁을 다루는 변호사가 아니라 하나의 기업체를 대표하고, 기업의 권익을 보호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지금 business economics를 전공하는 것도 앞으로 그런 일에 필요한 기업 비즈니스 경험을 쌓기 위한 것입니다.”

지난 달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국내 기업의 실정을 많이 보고 배웠다는 그. 이미 많은 회사들이 외국의 기업들과 연계되어 있고, 국제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만 법적인 부분이 전문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과의 연계가 더욱 요구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인 법 체계는 아직까지 특화 된 분야가 아니다.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곳이 없어서인지, 현재까지는 유학생들이 중심이 되어있다고 들었어요. 국제법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통해 전문적인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이러한 꿈들을 이루기 위해서 그가 일단 선택한 것은 ‘무조건 배우는 것’이다.
“현재의 목표는 공부에요. 많이 배우고, 느끼면서 목표에 다가가겠죠. 최종 목표? 지금은 몰라요. 계속 나아가면서 새로운 꿈을 발견하고,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요.”

유학생. 그것도 명문 사립고와 동부 아이비리그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의 이력은 도리어 그에 대한 편견을 만들지도 모른다. 보다 분명한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이상과 미래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가 앞으로 나아갈 길은 유학 초기의 영어와의 사투나 지금까지 미국 생활에서 그가 겪었던 어려움보다 훨씬 더 힘겨운 도전이 될 것이다. 훗날 그의 자신감과 열정이 수많은 꿈들을 하나씩 성취하게 되었을 때 그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 아직 젊은, 20살의 그가 앞으로 나아갈 행보가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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