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줄 모르는 도전정신 천안대 경상학부 03학번 김동준



“어릴 적에는 공부도 곧잘 했습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중학교 때까지는 반에서 1, 2등을 다퉜을 정도니까요. 얌전하고 내성적인 아이였습니다. 게임에 본격적으로 빠졌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성적이 곤두박질 쳤습니다.”

개구쟁이였을 것 같은 예상과 달리 모범생이었다니. 숨어있던 끼를 발견해준 것은 어쩌면 게임이었는지도 모른다. 김동준이 게임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것은 ‘워 크래프트2’ 에서 출발한다. 당시 배틀넷에서 그의 존재는 절정의 초고수였다.”그 때는 지금처럼 게임 환경이 발달하지 않아 유저(User)층이 얇았습니다. 그 덕에 워 크래프트2는 쉽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 때부터 게임에 소질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직업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김동준은 한 월간 게임 잡지를 통해 ‘스타 크래프트’ (이하 스타) 프로 게이머에 입문하게 된다. 활동 기간은 1999년부터 2000년까지로 비교적 짧은 편. 그는 현재 스타 프로 게이머를 은퇴하고, 게임 해설가와 병행하여 ‘워 크래프트3’ (이하 워 3)의 프로 게이머로도 활동 중이다.

“제가 원래 한 우물만 파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남보다 먼저 경험해 보고, 다양한 것에 관심을 두는 편이죠. 그래서인지 예전 프로 게이머 시절에 성적이 부진했던 거 같습니다. 한 우물을 못 파서.(웃음)”

김동준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프로 게이머는 외롭고 고독한 직업이라고 평했다. 언뜻 화려해 보이는 프로 게이머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숱한 눈물과 아픔이 존재한다고.
“자기와의 싸움이 무엇보다 중요한 직업입니다.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성급히 뛰어들어선 안됩니다. 유닛 컨트롤보다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예전 스타 프로 게이머 시절, 김동준은 하이텔의 스타 관련 게시판을 통해 전략, 전술에 관한 논객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게임 해설가로 활동 중인 지금의 모습은 아마 이 때부터 준비된 것이 아닐까? 이를 눈여겨보던 MBC 게임넷의 장재혁 PD가 그를 발탁했다고.

“게임 해설가로의 데뷔는 스타 크래프트가 아니었지만, ‘스타 크래프트 종족 최강전’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죠. 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해설까지 한다는 점이 강점으로 어필했던 거 같습니다.”
워 3의 프로 게이머로 활동하면서 워 3의 게임 해설도 맡고 있는 김동준. 해설이 없는 날에는 직접 게임을 하면서 최근의 경향을 몸으로 느끼고 분석한다. 또한 각종 게임 관련 커뮤니티를 돌아보며 팬들의 반응도 살펴본다. 하루 종일 게임 속에 파묻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아직 존경할만한 게임 해설가는 없습니다. 제가 다른 분들보다 잘났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웃음) 게임에 각자의 스타일이 있듯 자신만의 방식대로 해설한다는 거죠. 전 제 방식을 고수할 것입니다.”
언뜻 건방져 보일 수도 있지만, 그의 당당함이 내비치는 대답이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지금의 자리에 위치한 그의 원동력은 이 당당함과 자신감에 기인하는 듯. 김동준은 소속팀의 조규남 감독 소개로 얼마 전 모 의류 브랜드의 광고를 찍었다. 현란한 말솜씨와 분석력에 이어 수려한 용모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저희 팀 감독인 규남이 형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때 촬영 컨셉이 ‘꿈꾸는 젊은이’였습니다. 아주 유명한 프로 게이머는 컨셉에 부적합해서 제가 뽑힌 거죠.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CF 활동은 부업의 수준이라며 연예계 진출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고개를 젓는 김동준이었다. 대신 점차 사회적으로 게임이 인정받는 분위기는 환영한다고. TV 속의 김동준은 게임 해설자로서의 모습으로만 만나야 할 것 같다.



‘오늘도 마이크를 벗삼아 열심히 게임 해설을 한다. 게이머로서의 나보다 이젠 게임 해설자로서 동준이를 더 많이 알아보지만, 진짜 나의 꿈은 게임 회사 CEO. 그래서 나는 오늘도 컴퓨터에 미친다. 진정한 게이머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

그가 찍었던 모 의류 브랜드의 카피 문구.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의 끝은 게임 회사 CEO라고 밝히는 김동준은, 아직은 미래의 막연한 꿈이라며 겸연쩍어 했다. 10년 뒤의 자기 모습을 상상했을 때, 여전히 게임을 좋아할 자신이 떠올랐기에 이와 같은 꿈을 꾸게 됐다고. “자는 시간을 빼곤 온통 게임 생각 밖에 없습니다. 아, 가끔은 꿈에서도 게임 장면이 나오곤 해요. (웃음) 같이 진행하는 김철민 캐스터의 지적처럼 요즘 국내 게임계는 한 쪽에 치우친 느낌이 많이 듭니다. ‘디아블로’와 ‘리니지’의 성공으로 비슷한 종류의 온라인 게임만이 점점 늘어나고 있거든요. 전 아주 색다른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편향된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김동준이었지만, 잠재된 시장성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취했다. 그는 ‘즐기는 문화’와 ‘보는 문화’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게임 산업의 미래를 낙관한다고 말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게임’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2~3년 뒤에 사그라질 것이란 스타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관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게임 시장은 그 분야와 규모가 무한정인 미지의 땅일 것입니다.”

장마철의 쌀쌀한 날씨 탓일까? 아니면 ‘주침야활’ 이라는 평소 라이프 스타일 탓일까? 김동준에게 약간의 감기 기운이 엿보였다. 아픈 와중에도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해준 그의 모습에서 프로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의 지치지 않는 도전 정신과 성실함이면 꿈이 이뤄지기에 충분할 듯 싶다. 김동준이 제작할 ‘색다른’ 게임의 발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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