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조건’을 ‘필요조건’으로 만드는 남자




현재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전자전산학과 전기 및 전자공학전공 석사 1년 차.
“마이크로 단위의 전기구조체를 연구하는 랩실에 소속돼 있어요. MEMS(micromachine) 개발이 연구실 테마입니다. 내시경 기능이 내장된 ‘캡슐’을 개발해 알약 복용만으로 통증 없이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할 수 있는 기술이에요.”

논리에 대한 이해를 통해 명쾌한 해답을 도출해 내는 수학을 좋아했던 그는 망설임 없이 과학고에 지원했단다. 대구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KAIST에 입학해 휴학 없이 4년을 공부하고 올해 대학원에 진학했다.”중, 고등학교 시절요? 음, 전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단어 몇몇은 씹혀 넘어갈 정도로 말의 속도가 빠른 요즘, 그는 보기 드물게 느릿한 말투를 가졌다. 자신에 대한 PR에도 도통 욕심이 없다. 기자가 집요하게 기억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주어야만 하나씩, 하나씩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교외 육상 대회에서 전체 2위를 하며 ‘육상 꿈나무’로 불리었던 초등학교 시절, 얼른 귀가해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종례가 끝나기 무섭게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던 중학교 시절.

조용한 모범생이었나 보다 싶었지만 천천히 얘기를 나누다 보면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전교 부회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가 하면 친구들과 신발장의 신발끈들을 엇갈리게 묶어버려 골탕을 먹이는 장난꾸러기이기도 했다고.”제 얼굴이 여자처럼 곱상하게 생겼잖아요,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여장’을 하고 엄정화 춤을 췄더니 애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한 달을 준비해도 무대 위에 서는 시간은 고작 3, 4분이죠. 무대에서 내려올 때 밀려오는 허무함은 싫지만 무대 위에 서 있을 때의 짜릿함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권오득은 대구과학고 시절 교내 댄스 동아리에 발을 들여놓은 것을 계기로 춤과 인연을 맺게 됐다. KAIST 진학 이후에도 댄스 동아리 <일루젼>의 멤버로 활동해 오던 그는 한 공연을 계기로 인생을 바꿔놓을 만남을 갖게 된다. 지난 2002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던 KAIST 행사에서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무대에서 공연하는 그를 음반 기획사 관계자가 눈여겨 보게 된 것.

“가수가 되어보지 않겠냐는데, 처음엔 믿기지도 않았고 마냥 얼떨떨한 기분이었죠.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말씀드리고 여름 학기 동안 해외 교육 프로그램으로 외국에 머물렀어요. 그리고 돌아와서, 계약을 했죠.”춤에 대한 열정과 욕심, 그리고 젊은 날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단다. 신중하게 판단하고 일단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하는 걸 알기에 부모님께서도 믿고 지지해 주신다고.

학교가 있는 대전과 기획사가 있는 서울을 매 주말마다 오간지 거의 2년 째. 6개월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 지금은 앨범 녹음을 마친 상태다.”<일루젼> 활동을 같이 한 학교 친구와 함께 VOID라는 듀오 그룹으로 선보이게 될 거에요. 저는 랩을 맡고 있는데, 아직 랩퍼라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걱정도 많이 됩니다.” 멤버 두 사람 모두가 타이틀 곡의 작사에 참여했는데 시사적인 이슈가 담긴 곡이라고 귀띔을 해 준다. 가수로서 화려한 방송 활동보다는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완성된 앨범이 제작된다는 데 기대를 두고 있다는 그는 그동안 학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했던 데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석사 과정은 전문적인 테마를 잡아서 독자적인 연구를 하는 거라 지금도 부담이 많이 돼요. 다른 대학원 동료들은 주말에도 연구실에 나와 공부를 하는데 저는 서울에 와야 하니까… 요즘은 그래서 연구랑 음악, 두 가지를 다 머리 속에 늘 넣고 다녀요. 어떻게 하면 둘 다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돼서요.”



사람들과 어울려 얘기 나눌 수 있는 술자리를 좋아하고, 땀 흘려 운동하면서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게 좋아 작년부터 헬스장에 열심히 다니고 있다는 권오득은, 한편으로 매우 평범한 또래의 젊은이 같기도 하다. 마냥 겸손하고 신중하게 말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이 사람이 어떻게 무대 위에서 끼를 발휘할까 궁금해 질 정도. 하지만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분야와 2년 째 준비하고 있는 앨범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면, 그가 얼마나 자신의 일에 대한 소신과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지 누구나 눈치챌 수 있을 만큼 빛이 난다.

많은 재주와 경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직 성실함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권오득.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밟아 ‘전문 기술을 가진 경영인’이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이 반드시 현실로 나타날 것을 믿으며, 올해 말 대중 앞에 선보일 그의 노래와 춤을 기대해 본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