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영의 ‘생방송 100분 토론’, 서울대 정치학과 01학번 이규영


비가 조금씩 내리는 어느 봄날의 신림동.
그리 세차게 퍼붓지도 않지만 봄비는 다가오는 봄의 등장을 재촉한다. 우산의 팽팽한 빗살을 튕기는 물방울 소리가 상쾌하고, 수증기를 머금은 대기가 싱그럽다.

하지만 이곳은 신림동의 고시촌.
변화의 기운을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의 옷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지만, 그들의 표정엔 그다지 변화가 없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시험의 중압감, 끝없는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서일까? 신림동의 사람들은 한결같다.

하지만 약속 시간이 다 되어 약속 장소인 어느 카페로 들어서는 한 여자의 모습이 범상치 않다. 설마 오늘 만나기로 한 멋진걸 이규영 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는 가 했더니 그녀는 이미 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라는 그녀의 인사가 대지를 촉촉히 적시는 봄비마냥 싱그럽다.
멀리서 봐도 눈에 띌 만큼 화려한 외모에 세련된 옷 맵시, 그리고 봄날의 개나리 같은 화사한 미소는 남들과 구분되는 그녀만의 독특한 ‘공기’를 만든다.
예쁜 여자는 공부도 못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관심도 없을 거라는 일부의 편견.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확실히 버려도 좋다.

그녀가 처음부터 정치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2000년에 연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을 했던 그녀는 법학이 그다지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학문이 아님을 깨닫고는 학교를 그만뒀다. 그리고 다시 수능에 도전해서 2001년에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법조인이 되어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법대에 입학하고 보니, 법조인의 세계와 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죠. 이미 존재하는 법을 가지고 어떻게 활용하고 적용하느냐만을 평생 따지기는 싫었거든요.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죠.” 라고 말하는 그녀.

그렇다면 왜 내년에 있을 사법 고시를 공부하는 것일까?
“가족들의 설득이 컸어요. 법에 대한 공부가 현실 정치인이 되었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저 나름의 판단도 있었구요. 하지만 사법 고시에 통과한다고 해도 법조계로 나가지는 않을거예요.”

그녀의 얼굴에서 시험에 대한 중압감은 찾을 수 없었다.
사법 고시 통과 후 정치 선진국인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싶다는 이규영양. 유학을 마친 후엔 정치학 교수의 길을 걷고 싶다고. 하지만 평생 교수로만 머물러 있지는 않겠다는 그녀의 말엔 단단한 확신과 나름의 의지가 있다.

“정치권에서 러브콜이 온다면 과감히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을 거예요. 현실 정치를 통해 저만의 정치 철학을 펼칠 날이 언젠가 오겠죠?” 정치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글쎄, 쉽게 상상이 가진 않지만, 퍽이나 멋질 것 같다는 느낌이 ‘팍’ 든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인 ‘탄핵’을 예비 정치인인 그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탄핵이 실제로 이루어지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거든요. 저도 3월 20일에 있었던 광화문의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을 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정치 모드로 돌입한 그녀와의 대화가 이어진다.

“어떻게 국회가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는가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이 생각은 잘못 된 거예요. 대통령도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하나의 헌법기관이고, 국회도 국민의 위임을 얻은 헌법기관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국회가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넘어서는 판단을 한 데 있어요. 국민의 70%가 넘게 반대하는 일을 국민의 뜻이라고 밀어붙인 건 분명 큰 잘못입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그녀의 말에는 거침이 없다.
“해방 이후 청산하지 못한 채 쌓여왔던 잔재들이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가로막고 있었던 거죠. 노무현 대통령도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니 자신의 앞에 놓인 먹구름의 정체가 얼마나 거대하고 뿌리가 깊은 지 인식하게 된 것 같아요. 수구 기득권 세력에겐 노무현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애송이에 불과했겠죠. 그들의 왜곡된 인식이 결국 탄핵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불러왔습니다.”

그녀와의 대화는 <생방송 100분 토론>만큼이나 팽팽한 열기가 감돈다.

이규영양의 인터뷰 기사가 독자들과 만날 때에는 이미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을 테지만, 그녀가 예상하는 4.15 총선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지금의 열린 우리당의 강세가 투표일까지 이어질 지가 가장 큰 관건이 되겠죠. 탄핵 역풍이 점점 가라앉고 있기 때문에, 쉽게 어느 당이 제 1당이 될 것이다라고 예측할 수가 없네요. 다만 분명한 것은 지역주의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것과, 탄핵이라는 거대한 회오리에 정책이 묻힐 우려가 크다는 것, 그 두 가지가 아닐까요?”

제법 프로다운 총선 관전평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서울 강남 갑의 유권자로서 어느 당을 지지 할거냐는 물음에 그녀는 웃으며 자신의 정치 성향은 열린 우리당과 민주 노동당의 사이에 놓여 있다고만 말한다.
“새롭게 구성될 17대 국회는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국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땅에 떨어진 정치인에 대한 믿음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국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것은 비단 그녀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온 국민의 기대와 열망을 담은 17대 국회가 앞으로의 4년을 잘 이끌어주길 미래의 얼굴도 함께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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