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다니는 길’을 택한 소녀_경찰대학 01학번 김미애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는 첫 인상이 밝다. 그리고 경쾌하다.
경찰대학 학생이라면 조금은 경직된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은 그녀를 ‘두 번 죽이는 일’임이 틀림없다. 한국 최고의 과학 수사관이 되겠다는 당찬 그녀의 진솔한 삶 속으로 떠나는 짧고도 긴 여행.
99년의 어느 날.
한 고등학교의 3학년 교실에 경찰대학교 학생들이 찾아왔다. 제복을 입은 모습의 늠름한 경찰대학교 재학생들이 자신의 학교를 홍보하기 위해 후배들을 찾은 것. 하지만 이것이 한 소녀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여자로서는 ‘쉽지 않은 길’, 혹은 ‘덜 가는 길’이었던 경찰의 꿈이 그 소녀의 가슴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렸던 것.
이것이 바로 김미애 양이 경찰대학에 진학하게 된 짧은 스토리이다.

제복을 갖춰 입은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그리고 선배님들의 학교에 대한 자랑, 그리고 경찰로서 이룰 수 있는 꿈이 저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여자로서는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 그리고 경찰 내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남자에 비해 소수이지만 사회에 나갔을 때는 성별에 관계없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결정적으로 제 마음을 흔들어 놓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꿈이 순탄하게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다. 경찰대학의 00학번 신입생이 되고 싶었지만, 그녀는 인생에 있어서 첫 실패의 쓴 잔을 마시고 만다. 결국 그 해 이화여대 약학과에 진학은 했지만, 경찰이 되는 것에 이미 마음을 빼앗겨 버린 그녀는 2000년 가을 다시 한번 수능을 쳤다. 그리고 당당히 경찰대학에 입학했다. 그녀의 인생은 2001년 3월을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아침 5시 50분 기상(동절기는 6시 20분). 점호, 체조, 구보로 이어지는 아침시간. 9시에 수업이 시작하여 5시에 끝나는 빡빡한 시간표. 의무적으로 재학 중에 기숙사 생활을 해야만 하는 엄격한 규율. 여름엔 5주, 그리고 겨울엔 6주의 방학만 주어지는 짧은 재충전 시기.
이 모든 것은 경찰대학의 학생이라면 당연히 감내해야만 하는 과정들이다. 일반적인 대학생이라면 당연하다 싶은 되는 늦잠과 긴 방학, 그리고 널널한 강의 시간표는 경찰대학 학생들에게는 그저 꿈만 같은 얘기. 경찰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미팅이나 소개팅도 거의 해보지 못했다는 그녀.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되겠다는 막연한 꿈을 안고 뛰어든 이 험난한 길을 그녀는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몰려왔다.
하지만 ‘후회해본 적 없나요?’라는 우문에 ‘없어요’라는 짧고도 명쾌한 현답이 돌아왔다. 입학 전 실시되는 3주 동안의 기초체력 운동기간이 가장 힘들었다는 그녀는 그 때 딱 한번 기대와 다른 현실에 ‘이게 과연 잘한 선택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지만 인내심이 부족했던 소녀는 3주간의 맹훈련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지쳐서 쓰러지고 싶을 때마다 이를 악물고 참아냈던 소녀는 3주가 지난 뒤 자신도 놀랄 정도로 변해 있었다.
‘조국, 정의, 명예’의 경찰대학 학훈을 3년간 가슴에 품고 살아온 그녀에겐 이제 1년의 대학생활이 남아있다. 선후배간의 엄격함이 군대와 맞먹는다는 경찰대학에서 이제 그녀는 최고 학년이 된 것이다.
경찰의 늠름한 제복을 동경하던 어린 소녀는 이제 경찰대학 대표로 전국 합기도 선수권 대회에 나가 ‘체포술’ 시범을 보일 정도로 성장해 버렸다.

헐리우드 최고의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더 록’, ‘아마게돈’ 등)가 제작자로 참여하여 큰 화제가 되었던 미국 드라마 ‘CSI(Crime Scene Investigation)’.
라스베가스 범죄현장을 무대로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범죄자를 찾아낸다는 내용의 이 드라마는 국내에서도 열렬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미애양도 이 드라마의 열렬한 팬 중의 하나.
경찰의 꽃은 바로 ‘수사’예요. 경찰에는 방범이나 교통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일이 존재하지만, 사실 이 같은 분야는 민영화로도 충분히 대체될 수 있는 일이지요. 하지만 치밀한 수사와 그 이후의 엄정한 법 집행은 바로 경찰 본연의 임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는 그녀의 말에서 힘과 열정이 느껴진다.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들을 과학적으로 해결해 가는 CSI팀의 활약을 보며 한국 최고의 과학수사관이 되길 바란다는 그녀. 최초의 여성 경찰청장이 되는 것을 꿈꾸어 볼만도 한데, 그녀는 빠른 진급이 보장되는 제너럴리스트가 되기 보다는 경찰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길 꿈꾼다.
남들이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며 한국 경찰의 후진성에 놀라워할 때, 범인을 ‘꼭 잡고 싶다’던 형사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어 가슴이 아팠다던 김미애양. 그녀가 진두지휘하는 한국의 ‘CSI(과학수사대)’가 충무로에서 영화로 만들어질 날을 기대해본다.

‘갈라진 두 길이 있었지.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니는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나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네.’
-로버트 프로스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의 마지막 구절처럼 남들이 ‘덜 다니는 길’을 택했던 김미애 양.
남들이 다니는 뻔한 길을 피해 조금은 낯설고 험한 길을 선택했지만,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환하게 웃는 그녀의 말에서는 진솔한 힘이 느껴진다.
제복을 입은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 소녀의 성장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일지도 모른다. 남은 대학 생활 1년을 알차게 보낸 후, 또 어떤 세계가 소녀 앞에 펼쳐지게 될지, 자~ 이제 개봉 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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