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타리스트, 서강대 기계공학과 01학번 한규범




“여보세요.”
작년 이맘때쯤 그의 공연을 본 적이 있던 나는 수화기 속의 작고 낮은 목소리에 적지 않게 놀랐다. 무대에서 봤던 그는 매우 독특한 차림새의 열정적인 남자가 아니었던가. 시끄러운 하드코어 음악을 하는 사람의 말투치곤 너무 ‘평범’할 정도로 자분자분 얌전하게 말을 한다. 그렇게 통화를 한지 딱 일주일이 지난 월요일, 그를 만나기 위해 압구정으로 향했다.
바람이 몹시 불던 2월, 사람이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이 모습이 오히려 그다웠다. 요즘엔 그 동안의 밴드를 정리하고 쉬는 중이라 보여줄 게 없다며 멋쩍어 한다.

그가 기타를 잡은 것이 올해로 벌써 7년째다. 그 전에 클래식 기타를 배우면서 음감을 익힌 그는 그 즈음의 음악을 좋아하던 또래들처럼 MTV를 보면서 처음으로 전자기타를 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는 비틀즈, 지미 핸드릭스와 같은 고전(!)에서부터 스티브 바이, 너바나, 블러 등 장르에 관계없이 닥치는 대로 사서 듣고, 또 카피해서 연주 연습을 했다. 그 때부터 사서 모은 CD가 600장이 넘는다고 한다.

“그땐 왜 그렇게 열중했는지 모르겠어요.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야 한다는 의무감 아래, 막연하게 끝까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나 봐요.”
처음엔 제프 백이나 스티브 바이와 같은 솔로 기타 연주를 좋아하던 그는 점차 밴드 음악에 매료된다. 서로 다른 악기가 내는 이질적인 사운드, 하지만 그 각각의 소리가 모여 어우러지는 조화는 한 악기가 내는 feel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속주가 최고인 줄 알았죠. 하지만 지금은 밴드와 조화가 되도록, 얼마나 ‘내용 있게’ 연주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밴드를 결성했던 그는 대학에 와서 서강대학교 rock band ‘광야(光夜)’에 들어와 새로운 밴드 ‘매니악스(maniacs)’를 시작한다. 밴드 정기공연 외에 클럽 공연도 병행하던 그는 작년 쌈지 rock festival 본선에 자작곡으로 진출했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존 레논과 레니 크라비츠를 꼽았다. 존 레논이 가지고 있었던 의식과 용기, 음악과 삶, 그리고 레니 크라비츠의 스타일과 재능은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이들처럼 하나에 매진할 수 있는 집중력, 그게 제게 부족한 것 같아요.”

지금은 그에게 잠시 휴식기이다. 같이 밴드를 하던 친구들도 하나씩 군대에 가고, 그 역시 내년 초, 카추샤 입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되면 비틀즈의 고향인 영국의 리버풀과 밥 말리의 고향인 자메이카에도 가보고 싶다. 다른 악기도 배워보고 싶고, rock festival 에도 참가해 보고 싶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자꾸 마음이 조급해진다.

“시간을 낭비하는 게 가장 큰 죄라고 하잖아요. 아직 이루어 놓은 것은 없는데 시간만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절박해져요. 집에서 곡도 만들고, 연습도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요.”

그가 부정하는 것이 바로 지상주의(至上主義)이다. 어떻게 한쪽 면만이 극단적으로 최고일 수가 있냐는 것이다. 그래서 rock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rock이 아닌 것을 무조건 무시하는 것도 불만이다.
“각 장르마다 서로 다른 매력이 있고 스타일이 있는데, 왜 하나만 고집해야 하는 거죠?”
그는 feel이 좋은 음악이 좋다. 단순히 기타와 rock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흑인음악도 좋고, 펑키(funky)한 음악도 좋다.

앞으로 무얼 할거냐는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인 뒤, 연주를 신나게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계속 연주만 하다 보면 그 틀에 갇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변하고, 발전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뒤쳐지는 것이거든요. 제가 원하는 건 꼭 메이저가 아니더라도 기획력 있는 음악을 만들고, 제작하는 것이에요. 그게 어떤 장르가 될 지는 몰라요. 밴드 음악을 기초로 하긴 하겠죠.(웃음)”

마지막으로 모호한 질문을 던졌다.
“음악을 하는 이유가 뭔가요?”
“행복하기 때문이죠. 음악은 주는 것의 몇 배가 돌아오는 것 같아요. 음악을 자꾸자꾸 사랑하고, 아끼고, 혼을 불어넣을수록 저는 몇 배 더 행복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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