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내가 만족하느냐’죠”



홍대 근처 밴드 작업실. 파티 기획자 임근우는 자신이 기획한 파티에 참여하기로 한 밴드와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이곳에 와 있었다. 에미넴 같은 복장을 하고, 삭발한 빡빡 머리와 수염을 가진 그는, 꽃무늬가 새겨진 예쁜 컵에 커피를 내 오며 “날씨 너무 춥죠”한다. 조그마한 전기난로를 켜서 방향을 돌려주고는 비로소 마주 앉아 넉살스럽지 않게 자분자분 이야기를 시작했다.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거든요. 대학교 1학년 때 대학로에서 열린 ‘독립 예술제’를 보고 언더 밴드들의 음악과 그 자유로움에 반했죠.

그 곳에서 ‘인디’라는 밴드의 앨범 산 갓 스물을 넘긴 부산 대학생은, 그 길로 시디 재킷에 써 있는 밴드 작업실을 물어 물어 찾아갔다.

“지방에 사는 대학생이 무작정 찾아오니까 형들도 기특했나 봐요.”

1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휴학한 그는 서울 서교동 옥탑에 거처를 마련하고, 그 후 1년 동안 이 밴드의 작업실에 나다니며 어깨 너머로 음악과 엔지니어링에 대해 많은 걸 배웠다. 멀쩡히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서울로 가겠다는 아들을 ‘졸업하고 가라, 돈 벌이가 되느냐, 차라리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아라..’ 등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부모님께, 그는 자신이 서울에 가려는 이유와 계획에 대해 체계적으로 적은 ‘계획서’를 제출하고 승낙을 받아냈다.

서울, 홍대, 작업실, 클럽에서 어깨 너머로 배운 실력과 인연으로 그는 군에 입대하기 전에 ‘메리 고 라운드(merry-go-round)’라는 밴드의 앨범 작업에 녹음을 맡은 적도 있다.
“군대에 있을 때 그 앨범이 출시 됐는데, 앨범 속지에 ‘엔지이어 임근우’라는 이름이 찍혀 나왔을 때의 그 느낌은 정말 말로 다 못해요.”

‘파티’ 문화가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그 때, 그는 군대에서 잡지를 보면서 클럽 파티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파티에 관심을 갖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한창 테크노가 유행할 때 부산에서 ‘테크노 바’라는 데를 가보고는 실망했어요. 내가 놀 공간, 내가 즐길 공간이 필요했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 문화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모든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장황하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이니까’, ‘좋아하는 거니까’, ‘내가 만족하니까’ 등이 주를 이룬다. 첫 파티는 그가 군대에서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작년 8월에 열렸다. 부산에 있는 바를 빌려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원 없이 틀었다. 하지만 군대에서 시장조사도 못한 채 혼자서 기획하고, 포스터 찍고, 자기 돈 들여 준비했던 파티는 때맞춰 불어 닥친 태풍까지 겹치면서 크게 실패했다. 그 때 진 빚을 다 갚는데 6개월이 걸렸다면서도 그는 “파티의 성공과 실패는 돈이 흑자냐 적자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느냐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만족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린 거죠.”

서울에는 전문적인 기획사 차원에서 마련되는 파티가 많아 그는 자신의 기획력과 자본으로 자기 색깔의 파티를 열 수 있는 부산을 택했다. 궁극적으로는 힙합 파티를 기획하고 싶다는 그는 올 7월과 11월에도 부산에서 파티를 기획했고, ‘근우씨가 하는 일 이라면 흔쾌히 돕겠다’며 스폰서로 나서는 그럴듯한 회사들도 만났다. 얼마 전에는 ‘soulblue company’라는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도 마쳤다. 하지만 이 유능하고 비전 있는 기획자는 ‘promoter 임근우’ 라고 새겨진 명함을 건네면서도 연신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파티 규모나 자본이 커지면서 이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될 것 같다는 그는, “솔직히 두려워요. 그냥 내가 하고싶어서 시작했던 일인데 이렇게 규모가 커지고 사람들이 얽히면, 내가 그 사람들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걱정 되요.”

그는 인터뷰 자리라고 ‘걱정되지만 자신 있어요!’라고 과장해서 말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 참여했다는 부산 국제 영화제 자원봉사 경험에 대해서도 ‘배우기 위해 도전했다’는 말에 덧붙여 ‘얻은 것도 많았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고 솔직히 말했다.

“졸업 후에 일본으로 건너가 음악과 관련된 엔지니어링과 디제잉을 공부해보고 싶어서 지금 일본어 복수전공을 생각 중이에요. 하지만 또 어떻게 될지 모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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