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 소녀의 고시촌 입성기




‘The greatest sin that only the young can commit is to become ordinary.’
(젊은이들만이 범할 수 있는 가장 큰 죄악은 평범해지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법대 4학년 1학기까지 수료 후, 휴학 중. 그리고 신림동 고시촌에서 내년 2월 사법시험 1차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중인 여대생. 이쯤 되면 많은 사람들은 자연반사적으로 판에 박힌 고시생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옥탑방 고양이’의 김래원이 하루의 대부분을 정다빈과 사랑싸움을 하느라 보내고, 옥탑방 마당에서 매일 마늘을 까고도 당당히 검사가 되었다는 얘기는 드라마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멀리서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 평범하지 않다. 170은 족히 되어보이는 훤칠한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화사한 표정은 잠시 이 곳이 고시촌이라는 사실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녀, 누구를 많이 닮았다. 누구더라. 음…앗!

“언젠가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독서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이상한 시선이 느껴지는 거예요. 어떤 아저씨가 저를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큰 소리로 한 마디 외치곤 달아나더군요. “앗, 보아다!” 이제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그녀는 확실히 보아를 닮았다. 가만히 있을 때보다 활짝 웃을 때의 모습이 더 닮은 그녀의 입에선 보아 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고시생을 인터뷰하는 것이 아니라 보아의 팬을 인터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아 얘기를 하는 동안 그녀의 눈은 더 커졌고, 말은 더 빨라졌다.

사실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 TV를 본 적이 없어요. 대학 들어오기 전까지 줄리아 로버츠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하면 제가 얼마나 그 쪽에 관심이 없었는지 알겠죠? 하지만 대학 들어와서 연예인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남들은 사춘기 때나 겪는 일을 전 훨씬 늦게 경험한 셈이죠.”

그녀는 보아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 여태까지 발매 된 보아의 CD를 모두 소장하고 있고,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보아의 춤을 따라한다니 그녀의 보아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얼마 전 다녀온 일본 여행에서는 일본에서 발매 된 보아 앨범을 구입하는 열성까지 보였다.

1집 때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뭐랄까 너무 만들어진 스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화려하지만 짧은 무대에서의 순간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반하고 말았죠. 꿈을 이루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멋있음을 그녀는 갖고 있어요.”
‘꿈을 꾼다는 것은 죽을 각오를 한다는 것이다’라고 했던가. 슬슬 그녀의 진짜 꿈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사실 별다른 고민 없이 법대를 택했어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늘 저에게 ‘넌 법조계에서 일을 해야 해’라고 말씀을 하셨거든요. 법조인이셨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던 모범생이었던 그녀는 두 말 없이 부모님의 의견을 따랐고,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다지 관심을 두지 않던 고시를 준비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3학년이 되면서부터. 지난 겨울에 2개월 정도 고시촌에서 살았던 그녀는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고시공부가 가장 힘든 점은 바로 그 일 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학원, 독서실, 집 그리고 학원을 꽉 짜여진 스케쥴에 따라 움직인다는 그녀는 다소 지쳐보였다.

“슬럼프요? 한 시간 마다 찾아오죠”라며 밝게 웃는 그녀는 이제서야 그녀의 진정한 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전 공직으로 진출하는 것에 관심이 없어요. 남들은 판사, 변호사, 검사를 꿈꾸며 고시촌으로 몰려들지만, 전 사법 고시 패스 후 미국의 로스쿨로 유학을 떠나고 싶어요. 그리고 좀 더 공부를 해서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인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나라에 많은 법인이 있지만 그 중에서 엔터테인먼트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인은 손에 꼽을 정도거든요.”

이쯤 되니 보아가 그녀에게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성공해서 돌아올 때까지 보아가 기다려준다면 언젠가 보아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날도 오겠죠”라며 활짝 웃는 그녀의 시간을 더 이상 빼앗아선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인사를 하며 떠나려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건넸다. “고시생답지 않게 특별하게 꾸미고 다니는 이유가 있나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가 우울해져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요”라며 미소를 띄우며 자리를 뜬다.
고시촌에서 만난 그녀, 정말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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