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너무너무 Happy해요”




“난 어렸을 때부터 이런 걸 너무너무 좋아했어. 맨날 이런 거 가지고
놀고, 이상한 거 들고 다니고.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쳐다봐도 마냥 이런 게 좋더라구. 내가 쇼핑몰을 운영하게
된 이유도 이 즐거움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인 것 같고. 무엇보다도 남 앞에 나서는걸 좋아하니까 즐거움을
행복하게 파는 거~죠~!!”

완벽한 정장 차림으로 한 손에 들고 온 파란 실내화 주머니 같은 가방(만화캐릭터가 그려진!!)을 꺼내자 마치
보물상자처럼 신기하고 재미있는 물품들이 하나하나 쏟아져 나왔다. 수퍼맨 복장, 네온 액세서리, 미니변기 등.
호기심으로 쳐다보는 사이 그는 그 중에서 얼른 ‘토끼 귀떼기'(남녀노소 누구나 착용 가능하고 최고의 분위기와
살인 깜찍함을 제공한다는 홍철동산 최고의 인기상품이자 개인적으로 그가 가장 아끼는 아이템)를 집어다 쓴다.

키 180cm. 몸무게 79kg. 완벽한 신체조건에 수려한 외모. 양복을 쫙 빼 입자 모델같이 근사해 보인다.
하지만 그 근사함에는 반전의 묘미가 있었으니, 그의 머리 위에 얹혀진 보송보송한 ‘토끼귀떼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토끼귀떼기’를 하고 갖가지 표정을 지어가며 이것저것 당당하게 대답을 해주는 그를 계속 쳐다보고 있노라니 웃음보다
오히려 감탄이 흘러 나왔다. 그것은 이미 물품의 가능성을 직접 시연하고자 하는 이벤트 자리가 아니라 물건과
사장이 혼연일체(渾然一體)된 생활의 발견이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주변 사람들은 그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아예 노골적으로 시선을 고정시켜놓고 대화를 나누던
커플도 있다.
‘토끼귀떼기’가 발산하는 아우라의 영향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를 지나치던 한 아저씨는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다가와 “난 멀리서 보고 어린애인 줄 알았어”
라며 관심을 표현하기에 이르렀고, 메뉴판을 건네던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은 “뭐 재미있는 영화라도 촬영하시나
봐요?”하고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태평한 얼굴이다.

“나도 내가 사이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우울한 날이 없거든. 매일매일이 즐겁고 유쾌하단 말이야.
정말 하루하루가 새로운 기쁨이지!”
특유의 발랄한 표정과 함께 들려오는 답변에 이걸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다만 그의 행복을 나누어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홍철동산’을 찾으리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홍보조차 하지 않는 그의 쇼핑몰(각종 상품판매 및 대여, 출장이벤트, 엠티 시나리오
등)은 이미 입소문만으로 충분히 유명하다.
노오란 화장실 불빛 아래에서 귀엽고 엽기적인 모델로 변신한 사진들,
‘놀고 싶을 때는 홍철에게’를 외치며 상품마다 그만의 독특한 언어로 풀어낸 마법 같은 물건 설명,
주문이 오면 직접 작성하는 따뜻한(?) 답장,
이렇게 인터넷에 상실된 ‘정(情)’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노홍철. 그의 꿈과 모험의 동산을 찾는 사람들은 과연
누굴까?

여자친구에게 감동의 100일 이벤트를 선물하려는 사랑스러운 커플부터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살아가던 도중
홍철동산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힘든 백수에게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꿈을 현실로 이루어 주십시오’라며
간절한 문자를 보내는 실패한 사업가까지 다양하다. 그는 만능 슈퍼맨이라도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공학도인 그의 학교생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전공이 적성에 맞느냐는
질문에 정색을 하며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선택된 전공이었다고 설명한다.
이쯤에서, 그렇다면 학교생활은 뒷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곧바로 그에게서 의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껏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았죠. 운이 끔찍하게 좋은 편이기도 했고. 이번 학기에는 학업에 최선을 다해
보려구요. 즐기는 것뿐 아니라 싫어하는 분야에 도전해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고 싶으니까.”
이미 그에게 있어서 학업과 일,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경계는 따로 있지 않았다.

또한 학교에서는 과대표이자 전설적 존재라고 한다. 전설의 역사는 99년부터 시작한다.
학교에서 마음에 드는 동아리를 찾을 수 없었던 그는 지금 현재 ‘CB.Mass’의 멤버인 ‘Gaeko’와
뜻이 맞아 힙합 동아리를 만들었다. 당시 두 명으로 시작했던 동아리는 현재 700명이 넘는 회원 수를 자랑한다.

“난 선배들과 존대말 하고 그런 거 싫어하거든. 선배를 공경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상대방과의 벽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야. 우리 동아리에서는 무조건 ‘A~YO’하고 어깨 툭툭 쳐주면 그걸로 모든 것을 표현해낼 수
있지! 위계질서, 권위주의? 우리 동아리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
힙합의 리듬에 맞춰 제스츄어를 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세상 모든 즐거움은 혼자 독차지한 것만 같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는 하고 싶은 조언조차 그다운 대답으로 마무리한다.
“조언? 에이~ 그런 친구들 있으면 감싸줘야 해요. 살짝 감싸안으며 우리 편으로 다독이는 거죠.”
너무나 편안하게 다른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받아들이는 그를 보며 ‘튀어 보이기만 하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주인공인 무대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가장 빛나는 배경 화면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내가 만난 최고의 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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