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송창현 책임|워라밸의 기준 혹은 모범

해외를 무대로 영업과 마케팅에서 활약 중인 LG전자 H&A 본부 냉장고 유럽팀의 송창현 책임. 작가이자 멘토에 이르기까지, 송창현이란 이름으로 회사 안과 밖의 균형은 수평선이다. 풍부한 경험에서 비롯된 재치 있는 그의 입담은 이미 시작되었다.

WORK _ 해외 영업/마케팅계 스마트한 뱀파이어

“여러분이 면접을 하러 가는 것은 ‘영업’이에요. 그리고 면접장에서 자신의 이야기에 미사여구를 붙이는 모든 것들이 바로 ‘마케팅’이죠.”
무릎을 탁 칠 만한 이야기였다. 그는 유럽, 북미,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를 무대로 LG를 알리는 전도사다. 각 문화의 특성에 맞춰 현지화, 차별화 전략을 짜고 시간 투자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더불어 부족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역시 빠뜨릴 수 없는 일. 업무량도 많고, 난이도도 높다. 그러나 그는 단언한다. 오히려 보람차고 배우는 일이 많노라고.

Q. 최근 LG전자의 프리미엄 냉장고가 유럽 7개국 소비자 성능 평가에서 1위를 했다. 이러한 성과 속에서 H&A 영업과 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듯한데.

일단 스스로 LG 제품의 성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LG는 업계 최초로 컴프레서 워런티(Compressor Warranty) 10년을 보증하는 소비자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러한 제품 경쟁력과 고객 서비스를 기반으로, CMR Marketing*Reliability Marketing*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려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기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LG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것은 정말 중요한 활동이다. 그 결과 소비자 성능 평가 1위를 달성하게 되었다.

*CMR Marketing이란?
Consumer Magazine Report의 약자로,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객관적으로 제품의 품질을 비교하여 순위를 매기는 기관. 각 기관의 공신력이 매우 커서, 해당 ‘인증마크’를 활용하면 영업/마케팅에 큰 효과가 있다.

*Reliability Marketing이란?
가전 제품은 한 번 구매하면 수 년을 사용하는 ‘고관여 제품’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내구성’에 대한 니즈(Needs)가 높다. CMR의 우수한 성능 평가와 냉장고의 핵심 부품인 Compressor 10년 보증 등의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자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다.

Q. 국내와 다른, 해외 영업 & 마케팅만의 특징을 말하자면?

가장 큰 특징은 ‘브랜드 인지도’와 ‘문화 차이’다. 한국에서는 가전제품 분야에서 LG라는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해외, 특히 유럽 쪽에서는 한국 제품 브랜드를 널리 알려야 하는 숙제가 있다. 유럽은 가전제품의 본고장이기에, 이미 유명한 타 브랜드들이 많다. 또한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일례로, 유럽은 유산(heritage)을 존중하는 풍속이 있어 옛것은 보존하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진입 장벽이 높은 상대에게 우리를 어떻게 어필하고 설득할지,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Q. 영업과 마케팅을 가끔 혼용해 쓰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다른가?

우선, 영업과 마케팅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영업 없이 마케팅을 논할 수 없고, 마케팅이 없이 영업을 논할 수도 없다. ‘영업’은 말 그대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팔아 영리를 취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은 영업을 잘 하기 위해 고민하여 실행하는 모든 것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즉, 영업은 잘 파는 것이고 마케팅은 잘 팔리게 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명사와 형용사에 비유할 수 있다. 영업은 명사고, 마케팅은 형용사다. 명사는 형용사의 수식을 받아 그 뜻을 더 잘 살릴 수 있고, 형용사는 명사 없이 단독으로 쓰이면 완전하지 못하다. 명사와 형용사가 함께 묶여야 더 풍부한 표현이 되듯 이 두 가지는 함께 시너지를 발휘해야 한다.
많은 대학생 친구들이 ‘영업’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 ‘마케팅’에만 관심을 많이 갖는데, 위에 설명한 것을 잘 받아들여 ‘마케팅’은 ‘영업’을 필수로 하는 활동이라는 것을 깨달았음 한다.

Q. 국내보다 해외 사업은 리스크가 클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하나?

좋은 질문이다. 해외 사업은 상당히 리스크가 크다. 다양한 리스크가 있지만, 특히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가 있다. 예를 들면 환율, 전쟁, 테러, 정치 등 우리가 다룰 수 없는 변수들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자국 보호를 위한 보호 무역이 강해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Contingency Plan(컨틴전시 플랜)’*을 세운다. 예를 들어 유로 대비 달러 환율이 1.1 초과 혹은 1 미만일 때, 미리 구체적으로 전략을 세운다. 리스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 관리 경험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위기 대처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Contingency Plan(컨틴전시 플랜)’이란? 미래의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기업의 비상 계획을 일컫는다. 국가 간 전쟁, 정치 상황의 변화, 통화 가치의 급락, 자연재해 등 우발적인 상황을 미리 그려보고 각 상황에 따라 준비된 계획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기업의 경영방식이다.

Q. 가장 뿌듯했던 프로젝트를 꼽자면?

네덜란드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세탁기 마케팅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어떻게 하면 LG세탁기를 많이 팔까 고민했다. 그때 네덜란드의 영향력 있는 행사인 ‘머드 마스터(Mud Masters Obstacle Run)’에 LG의 ‘터보 워시’라는 세탁 기능을 선보이기로 했다. 터보 워시는 샤워기처럼 물이 나오는 워터 제트 기능이다. 이러한 기능을 접목시켜 진흙을 씻어주는 커다란 대형 세탁기 조형물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샤워 시설을 제공했다. 대형 세탁기 조형물로 LG세탁기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었고, 지역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Q. 이때 ‘웃픈’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생사’가 오갔던 일이다. ‘머드 마스터’ 코스 중 입수한 뒤 수영해서 나오는 코스가 있다. 사실 난 수영을 못해 입수 전에 네덜란드 친구들에게 물의 깊이가 어떠냐고 물었다. 그 친구들이 괜찮다고(!) 해서 뛰어내렸다. 그런데 웬걸, 물 깊이가 땅에 발이 닿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 구조되어 나왔다. 알고 보니, 네덜란드 국민은 어렸을 때부터 의무교육으로 수영을 배워 누구나 수영을 잘한다. 그들은 내가 뛰어내려도 땅에 부딪히지 않을 만큼 깊다고 생각해 괜찮다고 말한 거다. 당연히 내가 수영을 못한다고는 생각지도 못했겠지…. 그때 생명의 위협을 느끼긴 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동료들이 내가 ‘LG세탁기에 목숨을 걸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더 열심히 일하고 도와줬다. (웃음)

Q. 힘든 시간도 많았을 거라 생각된다.

아무래도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히고, 내가 하는 일이 맞는 길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또한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과제에 직면했을 때 무기력해지는 일종의 슬럼프를 맞이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마트한 뱀파이어’가 되고자 했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 ‘이 사람이라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을까?’ 대입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더라. 한 개인의 좋은 점은 배우고, 고쳐야 할 점은 버리며, 스스로 도움 되는 것만 빨아먹는 스마트한 뱀파이어가 되려고 노력했다. 배움은 언제 어디서든 여러 가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LIFE _ 홍익인간은 지금도 생산 중

송창현 책임의 경험은 마치 거미줄처럼 여러 강연과 책 출간으로도 이어졌다. 해외&마케팅 분야의 멘토로서 후배 양성을 하거나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심리학으로 풀어내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책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에는 네덜란드 주재원으로 근무할 당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모습을 집약했다.

Q. 작가로서 활동도 하고 있는데,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2015년 9월, 가족들과 함께 유럽여행을 다닐 때였다. 운전하다 문득 스스로 너무 소비적으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주도적으로 무언가 생산을 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글쓰기’였다. 처음에는 형식과 주제에 대해 속박되지 않기 위해 목표와 목적을 두지 않고 글을 썼다. 글을 꾸준히 쓰면서 삶이 바뀌었다. 물병만 봐도 글감이 떠오르고, 샤워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라 주체를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어느 정도 글이 쌓이니 다음 길이 보였다. 책을 내고, 강연을 하게 되었다. ‘현재에 충실하자.’ 다음을 생각하기보다 글 쓰는 것을 즐기고 하나씩 쌓아가자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Q. 본업의 일만으로도 충분히 바쁠 것 같은데, 글은 언제 쓰나?

시간이 날 때 틈틈이 쓰는 편이다.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서, 주말 아침이나 저녁 등 자투리 시간을 많이 활용하려 노력한다. 가족들이 글 쓰는 것을 잘 이해해준다. 특히 아이들이 아버지가 작가로 일하는 것도 좋아한다. 정말 바쁘지만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강연, 출판)을 하려면 내가 지금 하는 본업들을 잘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 또한 본업을 등한시하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강연을 하고 책을 쓰겠는가 (웃음)

Q. 처음으로 낸 책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를 발간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네덜란드의 문화, 지역, 사람들 등 여러 모습이 그에 의해 필터링되었다.

이 책은 나의 사명감에서 출발했다. 누구보다 내가 담당하는 나라에 대해 잘 알고 싶었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와 사람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그것을 활용해서 영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자 했다. 나는 파견 당시에 그런 사명감과 동시에 다른 국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흥미가 있었다.
어느 날 암스테르담 길거리를 지나다 집들이 삐뚤빼뚤 기울어진 것을 보았다. 왜 그런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좁고 높게 지은 집에 도르래를 활용하여 짐을 넣기 위한 수단이었다. 즉, 도르래로 물건을 들어올려 창문을 통해 넣는데, 이 물건이 외벽에 부딪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건물을 기울여 만든 것이다. 이후에도 네덜란드의 많은 것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곧 나의 자산이 되었다. 담당한 시장에 대한 자부심, 출장자들에게 설명해주기 위해 공부한 것을 글로 남겼고, 출판사의 제의로 출간을 하게 된 것이다.

Q. 슈퍼루키와 리드미에서 강의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올해 1월, 대학생 커리어 개발을 도와주는 회사인 슈퍼루키 측에서 연락이 왔다. 브런치에 꾸준히 올린 글을 보고 멘토로서 강의하는 것이 어떤지 제안했다. 내가 대학생 때 느꼈던 어려움, 직장인이 되면서 맞이한 정체성의 혼란 등 나의 경험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같은 이유로 올해 4월부터는 리드미에서 해외 영업 마케팅 직무 강의, 코칭 등을 지원하는 현직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Q. 강의를 통해 얻는 뿌듯함도 있을 텐데.

멘토로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 교육을 받은 친구들이 다시 모이는 ‘홈커밍’ 세미나를 기획한 적이 있다. 나의 강의를 통해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하더라. 자신감을 갖고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 취업 성공이라는 좋은 결과를 들려준 친구, 내 경험담을 듣고 용기를 얻어 현재 주어진 일에 몰두하는 친구 등 다양했다. 문자도 종종 받는데,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Q. 자신을 소개하는 글에 ‘홍익인간 생산자’를 지향한다는 말이 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훌륭한 위인이나 성공한 사업가들을 떠올려 보면 어찌 되었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다. 크든 작든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인생을 통째로 바꾸기도 하고, 삶의 태도를 바꾸게 했다. 생산한 나의 결과물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한 영향력이었으면 한다.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후배를 양성하는 것 역시 나의 생산물을 선하게 사용하려는 노력 중 하나다. 내가 생산하는 선한 영향력이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나의 생산물이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사람, 이것이 내가 말하는 홍익인간의 생산자다.

Q. 이제껏 포기하고 싶던 순간 마음을 되잡았던 키워드는 무엇인가?

“현재에 충실하라.”는 말을 항상 마음에 되새겼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지금 ‘해야 하는 일’을 하고 나면, ‘하고 싶은 일’이 보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많이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하는 편이다. 정말 힘들 때는 ‘메타 인지’라고 불리는 자기 객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곤 했다. 내가 한 일이 잘 안되었거나, 자존심이 상했거나,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마다 내 감정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았다. 내가 힘든 것은 왜 힘든 것인지를 아는 거다. 내가 부족했던 걸까? 외부 요인이었던 걸까? 이 과정에서 냉정을 찾고 감정적으로 대했던 것을 차분하게 내려놓으면서 다시 현재에 충실할 수 있었다.

Q. 지금 꿈꾸는 20대에게 조언한다면?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도전을 두려워하게 된 것은 여러분의 탓이 아니다. 과거에는 모든 것이 성장하는 만큼 기회가 많았다. 도전할 수 있는 빈도도 잦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는 사회가 도전에 대한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성장의 시대가 아닌 연유다. 여기서 넘어지면 남들은 저 멀리 가고 있다는 내외의 압박감이 심하다. 하지만 이번 LG글로벌챌린저의 모집포스터 문구처럼 ‘도전은 하고 볼 일이다.’ 머뭇거리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이 도전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늦추면 안된다, 내가 바라는 것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뒤처진다는 불안감으로 도전을 미루지 않길! 이러한 도전이 쌓여 연결되고, 여러분의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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