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이승우┃ 생각과 말을 이어주는 언어 정원사

밤하늘의 별을 헤아린 게 언제인지, 그 집 앞 꽃밭은 여전한지 기억나지 않는다. 디지털에 울고 죽는 이 시대에, 마음속 불꽃을 지켜나가는 20대 문학가의 릴레이 인터뷰. 어느 깊은 밤, 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언어의 조각을 나누고 싶네.

사진 홍석준/제16기 학생 기자(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글을 쓰면서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주위의 소음을 잠재울 정도로 진지했다. 창작자와 독자 사이의 생각을 말로 이어주는 그는 단순한 글쓰기의 즐거움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미치는 글의 영향까지 고려하는 치밀한 비평가였다.

어머니의 손에서 시작해 자신의 손으로 지은 매듭

그의 시작은 어머니 손에서 시작됐다. 초등학교 시절, 비자발적으로(!)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소설가를 만나게 된 것. 그는 당시 만난 작가의 인솔에 따라 부담 없이 두세 번의 글을 쓰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참 우연하지만 본인의 달란트를 찾는 글쓰기 인생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이후 글쓰기 대회에 자주 참여하느라 수업에 정작 소홀할 수밖에 없던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그는 본인을 글로써 혹독하게 다스렸다.

대회에 꾸준히 참가했던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어요. 어디에서든 제 글을 검증받는 혹독한 훈련을 치른 거죠. 습작만 하면 고급 독자의 수준에 그칠 수 있잖아요. 더불어 상을 타는 게 즐겁기도 했고요. 상을 받으면 아침조회시간에 트는 TV에 나오니까. 방송을 타는 게 참 좋았어요.(웃음)

몸으로 얻은 답, 문예 창작의 길

하지만 문득 의구심이 생긴다. 아무리 잘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혹시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회의감이 엄습하는 것이 사람이 아니던가. 남보다 일찍 자신의 특기를 찾고 그 길만을 고수한 그에게 이런 인생의 걸림돌이 오지 않을 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잘라 말한다. 두려움이나 부담 따윈 느끼지 않았다고. 그는 무언가에 몰입했을 때 시간의 흐름을 잊는 즐거운 경험을 글을 쓰면서 처음 경험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글로써 인생을 살아가야겠다.’ 같은 거창한 포부를 자신에게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예창작학과가 그의 미래에 글이란 정점을 찍었다.

문예창작학과가 없었다면, 제가 과연 대학에 입학했을지 미지수예요. 오랜 시간 글을 쓰면서 훈련한 경력 덕에 입학하면서 이 길이 제 길임을 몸으로 느꼈죠.

이런 ‘몸으로 얻은 답’을 통해 그는 대학에 입학한 뒤 글만 생각하고, 글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문학 작품과 독자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비평

사실 비평은 선입견이 생기는 분야다. 시와 소설 같은 다른 문학은 물론 대중적인 영화 비평과 비교해봤을 때 딱딱하고 어려울 거란 생각 말이다. 비평가가 생각하는 비평의 정의는 어떠할까?

많은 분이 비평을 어렵게 생각하세요. 비평은 쉽게 말하면 양념이에요. 아무리 원산지가 좋은 고급 소고기라도 양념이 잘못되면 원산지마저 의심스럽죠. 노하우가 담긴 양념이 고기에 잘 스며들어야 그 고기는 명품으로 인정받죠. 여기서 양념에 들어간 재료가 비평의 언어이고요. 비평에선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해요. 정확성이 생명인 글이기 때문이에요.

그는 처음부터 낯선 비평을 고집한 건 아니었다. 일반 산문을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가 처음 시도해 본 비평에서 극찬을 받자 점점 이 분야에 발을 들인 것. 비평을 쓰면서 점점 보람을 느끼게 된 것도 지속하게 한 힘이었다.

음악은 생각과 소리를 이어줘요. 춤은 생각과 몸을 이어주죠. 비평은 생각과 말을 이어주는 작업이에요. 전 이 작업에서 사명의식을 느껴요. 한 작품이 있을 때 창작자의 관점과 독자의 관점이 있잖아요. 이 두 관점에 서로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저는 이런 관점, 즉 생각을 말로 풀어 창작자와 독자 사이를 이어주는 ‘주변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제 주변지식을 이용해 독자에게 글이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돕는 거죠.

자신의 세계를 남에게 보여주고자 본인만의 ‘언어의 정원’을 꾸미고 싶다는 비평가 이승우. 그는 조심스러워 하지만 당당했다.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이미 성장한, 청춘의 증거가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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