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질’의 지속 가능한 성공을 꿈꾸다! 붕가붕가 레코드 대표 고건혁



우직한 체구를 가졌지만, 어쩐지 소년 같은 미소가 순박한 첫인상의 [붕가붕가 레코드] 대표 고건혁. 그런 그에게 기자가 제일 먼저 기대했던 학창시절 이야기는 ‘어렸을 때부터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했었다’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의외였다. 바로 “뭔가를 많이 하긴 했지만 재능이 없었다”는 말. 아버지가 프로 사진작가이자 클래식 음악 수집가이셨던 탓에, 어렸을 때부터 집에 있던 음반들로 감수성을 키운 소년 고건혁은 밴드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밴드에서 베이스를 잡았고, 방학 때는 고향 제주도를 벗어나 홍대 클럽문화를 접하기도 했다. 대학에 가선 총학생회에서 문화 사업이나 학생 언론 일을 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가 절실히 느낀것은 무언가를 창작하는 것, 특히 꿈꾸던 뮤지션에 ‘소질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총학생회를 운영해 나가면서, 그는 자신에게 재능이라고 명명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했다.

“바로 꼬드김의 기술이었어요. 그건, 제가 그리는 그림과 제가 필요한 사람이 바라보는 그림의 일치점을 찾아내는 일이죠. 예를 들어, 지금 [붕가붕가 레코드]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김기조나 뮤지션 장기하 등은 자신들만의 가솔린을 두르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저는 거기에 불을 붙인 역할을 한 거고요. 물론 그들이 저를 만나지 않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꿈을 펼쳤겠지만, 제가 불을 붙인 후 현재 그들의 모습이 된거죠.”


삼국지를 수백 번 읽은 그가 자신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다고 말하는 캐릭터는 바로 유비다. 조조의 탁월한 전술이나 관우의 멋진 검술 같은 재능은 없지만, 인재들을 포착해서 그들의 재능이 십분 발휘되도록 이끌어 주는 것. 그 포착력과 설득력이야말로 지금의 [붕가붕가 레코드] 멤버들이 모이는 데 공헌을 했던, 고 대표만의 재능이었다.

그가 현 대학생에게 가장 안타까워하는 점 중 하나는, 좋아하는 취미생활 혹은 동아리활동이 ‘취업하면 끝’이라는 생각이란다. 버리지 않고 지속해 나가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커리어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실 ‘좋아하는 일’을 ‘취미생활’로 부르는 것은 별로 원하지 않아요. 그 말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지만 못해도 되겠지’라고, 도망칠 곳을 만들어 놓거든요. 만약 어떤 ‘취미’가 있다면 굳이 ‘취미생활’로 테두리 짓지 않아도, 본업 혹은 부업으로 여기면 되죠.“

실제로 그가 활동했던 대학교 웹진
[스누나우]시절에도 ‘라이벌은
조선일보!’라는 생각으로 임했던 그.

하지만 늘 있는 에너지를 힘껏 쏟아
왔던 것은 아니다. 웹진 [스누나우]
멤버들과 중창단 설립부터 시작한
자체 수공업 CD 발매는 좋아하는일을
조금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한 일이지,
먼 미래를 바라보고 걸어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붕가붕가 레코드]를 차릴 생각 같은 건 없었죠. 그냥 우리들만의 음악을 하고 싶었고, 조금 더 재미있게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길 원해서 조심스럽게 반 보씩 걸어가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예요.” 다른 이들처럼 취미로 시작했다. 또 ‘나의 전부’라는 생각으로 열정을 전부 쏟아 부은 것도 아니다. 단지, 조금씩 걷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는 그. 50M 달리기의 순간적인 에너지 소비보다는, 장거리 달리기의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가 지속적인 그의 행보와 더욱 닮아 보인다.

그에게 성공이란 하나의 상태이다.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나는 상태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이 목표를 향해 가는 일이라야 하겠죠. 그리고 퀄리티는 높게, 기준이 이전보다 나아질 때, 적자는 최소한일 때?!(웃음) 사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생계만 정도껏 유지되면 바랄 게 없을 것 같네요.”

아직도 할 것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고 대표.
그는 현재 대학원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으며
웹을 이용한 각종 신규 아이템을 구상 중이다.
그런 그의 목표를 물어보니, 바로 음악으로 세상
을 바꾸는 것. 하지만 성공을 느끼냐는 질문에,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대답하는 그다. “한 일을
시작한지 적어도 10년은 두고 보아야 하는데
자신은 아직 4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그의 말에서 과하지 않은, 그러나 꾸준할 에너지가 느껴졌다.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 중, ‘느리게 걷자’라는
노랫말을 보면, ‘우리는 느리게 걷자/그렇게 빨리 가다가는/죽을 만큼 뛰다가는/이 사뿐히 지나가는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치겠네’라는 가사가 있다.

빠르게, 모든 열정을 다 투자해서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많지 않아도 지속적인 힘을 투자해 천천히 그 곳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그 중,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찾아 나가기엔 아마 후자의 걸음이 더 알맞을 것이다. 과감히 자신만의 길을 선택해 ‘천천히, 조심스럽게’ 걸어오면서 사람들의 재능을 포착해 현 [붕가붕가 레코드]만의 음악 스타일을 구축한 고건혁 대표처럼 말이다.

글.사진_김애영/15기 학생기자
서울산업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06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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