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 시인 김소연을 알게 되었을 때

어느 카페에서 인터뷰 중인 김소연 시인. 그녀가 검은색에 붉은색 실이 군데군데 들어간 차이나 코트를 목까지 여며 입고 앉은 채 약간 옆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 뒤쪽에는 책으로 가득 찬 책장과 책상이 보인다. 사진 왼쪽에는 ‘Lovegen_리더의 20대 / 시인 김소연을 알게 되었을 때 / 1993년 현대시사상 데뷔 / 2010년 노작문학상, 2011년 현대문학상 / 4권의 시집과 2권의 산문집 등을 발간했다’라고 쓰여 있다.

김소연 시인을 알기 전과 알게 된 후, 그 사이에는 아마도 작은 파랑이 일 것이다. 마음이든, 어디에든. 그녀가 등단한 후 20년 동안 느림보처럼 낸 4권의 시집과 2권의 산문집을 읽게 되면 알 것이다. 그 작은 파랑이 얼마나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하는지 말이다.

마음의 안쪽에 무엇이 있습니까?

김소연 시인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독자들 중에는, 아마 ‘산문집’에 매료된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 마음 사전 >과 < 시옷의 세계 >로 사람의 마음을 탐구한 기록들이 많은 공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존재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수많은 사람과 대화 속에서 조금씩 알게 된 마음이라는 것은 김소연 시인을 끊임없게 만들기도 했다.

통유리로 된 카페 안에서 밖을 내다본 사진. 김소연 시인이 통화를 위해 밖으로 나가 있고, 한 손에 전화기를 든 채 누군가와 통화하듯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통유리 너머로 조그맣게 보인다.

“책을 내면 사실, 물리적으로는 쌓여가지만 비워내는 느낌이 더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부지런하게 책을 내는 편도 아니고 또 그만큼 꼼꼼하게 작업하는 편이라 책을 내게 되면 한 세계에 대해서 기록하고 싶었던 욕망을 비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홀가분해지는, 새 출발을 하는 기분, 초기화하는 기분이 들곤 하죠.”

마음의 다양한 이면을 들여다보면서 장난 삼아 기록했던 것들이 책이 되었다. 그리고 김소연 시인은 독자들에게 누구보다 마음을 잘 이해하는 시인으로 새겨졌다. 대화들이 여론조사가 되기 시작했고, ‘눈물’의 의미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한 꼭지에 대해 1년을 보내기도 한 김소연 시인이 생각하는 마음이란 무엇일까?

“마음이라는 건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마음을 스스로 오해하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갑자기 외로워졌는데 그것이 단지 내 옆에 누군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오해를 하죠. 자기의 외로움과 독대할 시간도 없이 오류를 범하는 건데, 제대로 알고 또 있는 그대로를 알아보는 것 자체가 마음을 건사하는 일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김소연 시인이 인터뷰하는 모습을 담은 연속 사진. 카페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연속적으로 찍은 사진 3장이다.

처음엔 개별적인 인간에 대한 궁금증이었던 것이 지금은 ‘인류’라는 상위 개념에 대한 궁금증으로 발전했다. 마음에 대한 기록들이 정리정돈 되면서 홀가분해지고, 마음을 헤아리고 돌보게 되었다. 익숙해진 감정의 경로로 쉽게 자기 자신을 오해했던 것은 아닌지, 작은 파랑으로부터의 궁금증을 갖게 된다.

‘대화는 잊는 편이 낫다’

세 번째 시집 < 눈물이라는 뼈 >에는 ‘모른다’ 라는 시가 있다. 그 구절 중 하나인 ‘대화는 잊는 편이 낫다’는 김소연 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의 대문 글이기도 하다. 대화를 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김소연 시인의 문장 속엔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까.

김소연 시인이 카페에 앉아 인터뷰를 하는 도중 무언가 설명하듯 한 손을 들어 보이며 살짝 웃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수업으로 시를 가르칠 때, 한 학기 종강을 하고 모인 자리에서 저는 이래라 저래라 많은 말들을 했어요. 그것이 다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요. 그래서 씁쓸했어요. 충고를 듣고 싶어하는 건 학생들이지만, 사실 저도 충고를 많이 듣고 싶은 사람이니깐요. 그러던 와중에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쓰게 된 시가 바로 ‘모른다’고요. 충고를 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보단,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해주었지?’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애틋함과 애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김소연 시인은 사람들이 충고를 할 땐, 대부분 자기 자신이 실패해본 것을 가지고 충고를 많이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실패에 대한 충고에는 대부분, ‘실패하면 힘들 거야.’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 말랬지’라는 뜻보단 ‘다른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소연 시인은, 대화를 표면 그대로 보기 보단 ‘대화의 안쪽’까지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표현되어진 것만 믿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대화 너머를 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대화는 잊는 편이 낫다’라고 썼어요. 대화를 잘 하는 사람도 드물지만, 사람들은 대화 속에서 자신의 자존심이나 핸디캡을 건사하느라 바쁘잖아요, 상대방을 배려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스무 살의 피로, 스무 살의 멀미

김소연 시인은 언젠가 한 문예지에서, 가장 격렬했던 청춘기에 영향을 줬던 책을 가지고 쓰는 산문을 청탁 받았다. 두 번째 산문집 < 시옷의 세계 >에서 그녀는 ‘스무 살에게’라는 꼭지에서 열 아홉의 고독 옆에 둘 고독, 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었다. 보통의 스무 살이 갖는 리듬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김소연 시인의 책인 ‘눈물이라는 뼈’와 ‘수학자의 아침’ 두 권이 나란히 놓여 있다. ‘눈물이라는 뼈’는 붉은색 표지에 김소연 시인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고, ‘수학자의 아침’은 남색으로 둘러진 노란색 표지 위에 그녀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마치 ‘수학자의 아침’ 속 김소연이 ‘눈물이라는 뼈’의 김소연 시인을 바라보는 듯 놓여 있다.

“사르트르의 < 구토 >를 열 아홉 살 땐 읽다 말았어요. 사르트트가 잘난 척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스무 살 때 다시 읽게 되었는데 마치 제가 쓴 글을 읽듯이 금방 읽었어요. 열 아홉 살이었던 나를 옆에 두고 읽은 느낌도 들었고. 제가 쓴 문장 중 ‘창문이 없는 창문’은 제가 그맘때 살았던 방이에요. 세속적으로 욕망했던 것이 손바닥만한 창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창문을 그려다가 붙였을 정도로.”

그녀가 자신의 스무 살에 빗대어 본 스무 살의 의미는 이러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삶에 지쳐 있을 때가 스무 살이 아닐까요. 삶이 살아온 날이 많아서가 아니라, 꿈꾼 것이 많아 피로가 쌓여있는 상태죠. 그 언저리에 살아본 삶이 아니라 몽상가처럼 꿈꾼 삶에 지친, 되고 싶은 나와 현재 나의 거리가 멀어 멀미하고 시차 적응하는 그 현기증이 저는 굉장히 심했어요. 마치 죽었던 것처럼 말이죠.”

어릴 때부터 그녀는 아주 느린 사람이었고, 의심이 많은 아이였다. 어떤 사실을 외워서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전체적으로 이해를 해야만 입력할 수 있었던 호기심 많은 아이, 그럼으로 한 번이라도 탐구를 해본 세계에 대해서는 꼼꼼한 체계가 있는 편이다.

“어릴 적 소풍을 가도 아이들이 멀어지고 저는 항상 뒤처져 있었어요. 그래서 여행에서도 느슨하고 게으른 것이 마음에 장착된 사람들의 나라를 좋아해요. 그 중엔 몽골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SF영화에서 지구가 아름다운 초록별이라고 생각해 외계인들이 쳐들어 오는데, 몽골에 있다 보면 ‘빼앗고 싶겠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나라였거든요.”

언젠가 반드시 곡선으로 휘어질 직선

“시를 쓰기로 결심했던 스물 셋의 나이에 썼던 일기에는, 시 쓰는 것 빼고는 모두 자신 없다고 적혀 있었어요. 좋은 딸로 사는 것, 돈을 버는 것, 사랑을 하는 것, 건강한 것 모두 말이죠. 그리고 마흔이 되고 나서 다시 읽게 된 일기장의 의미는 새롭게 다가왔어요. 일기를 보면서 생각한 것은, 지금은 시를 쓰는 것 빼고는 다 자신이 있었다는 것이죠. 오로지 시만 쓰는 것이 자신이 없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생각해보니, 그땐 시 쓰는 것만 좋아했던 것 같아요.”

다른 것은 관심이 없거나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김소연 시인의 현재는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았기에 N극과 S극이 붙듯이 다른 것들도 따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카페에서 인터뷰 중인 그녀의 손만을 찍은 사진. 카페 테이블 위에 인터뷰 질문지로 보이는 A4 용지가 놓여 있고, 그 위에 그녀의 두 손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마음이 공허하지 않고, 병들지 않고,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고 산다면 절름발이가 되는 것이죠. 차라리, 아장아장 느리게 갈지언정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저는 만족감, 자신감, 당당함을 느끼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하되 조금 더 융통성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 사이에 있었던 10년을 저는 돈을 벌기 위해 살았는데, 제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고는 그것이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았어요. 시간을 돈 버는 것에 팔고 싶지 않다는 결심을 했죠.”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는 사람이 되는 일이란 사실 쉽지 않지만, 그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다. 스무 살의 일기가 지금의 삶에서 의미를 전복한다는 것은, 분명 관통하는 것이 있는 삶을 살아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삶에서도 분명히 남는 후회가 있지 않은지 궁금해졌다.

“저에겐 후회라는 기제가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뒤돌아보며 회고하거나 잘못된 것을 떠올리는 것을 할 줄 몰랐어요. 반성은 이성적이고 후회는 감성적인 것 같은데, 대신 반성하게 될까 남들 보다 다섯 번은 더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말도 천천히 하고, 책도 남들보다 조금 더디게 읽고, 꼭 제가 하는 반성을 들여다보면 비누를 씻기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끝이 없이 비눗물이 씻기지 않고 녹아만 가는 것, 그래서 전 미리 저를 챙기려고 하는 편이죠.”

‘내부의 안부’로부터

김소연 시인의 인터뷰 모습. 위 아래로 모두 카페에 앉아 그녀가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연속 사진이다.

그녀의 시 ‘내부의 안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엽서를 쓰고 있어요 너에게 쓰려다 나에게”. 타인과의 대화나 만남들이 자기 자신에게 우회하는 진실한 시간에서, 그녀는 구사일생의 기분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만약에 오지의 여행에서 열흘 동안 세수도 안 하고, 땀 냄새 나는 상태에서 만났다고 가정해요. 오지에서 서로가 아니면 안 되는 구사일생의 기분처럼, 사람도 그렇게 만나면 좋겠어요. 하나의 프레임에 넣고 겉모습, 살아온 이력, 표정만 보고 가짓수도 빈약한 틀에 사람을 넣은 채 보기보다는.”

그녀는 사람에 대한 탐구와 함께 발견해오고 돌봐온 자신의 삶을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있는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조금 더 자연스러워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자기를 가장 잘 이해하는 자기가, 자신에게 맞춰주는 거죠. 이를 테면 가방이 갖고 싶다고 하면 머릿속에 갖고 싶은 가방의 이미지가 생기잖아요. 그런데 귀찮으니 기성품 중에서 골라요. 기술과 시간이 있다면 만들 텐데 말이죠. 인생을 자기가 발명하고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기성품 중에 돈을 지불하고 선택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인생도 그런 것 같아요. 20대가 인간의 일생 중에 어쩌면 가장 피로한 나이니까, 어차피 피로를 느껴야 한다면 조금 더 달콤한 피로감이 있는 쪽으로 자기를 데리고 다녀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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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지 누군가가 옆에 없을 때 외롭다고 느끼는 거, 제 마음에 대한 오해였군요. 외롭다고 느껴질수록 누군가를 찾기보다는 제 마음을 제 자신이 헤아려봐야겠어요. 쉽지는 않겠지만! 스무살은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때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지쳐있을 때라니. 묘하게 공감가는 이 기분 뭐죠. 전 스무살 때 인생에서 가장 꽃다운 나이니까 즐기자-라는 어떤 의무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의무감에 지쳐본 적도 있고요. 현동기자 덕분에 제 과거를 생각하게 해주는 시인을 만났네요! 김소연 시인이 스물셋에 썻던 일기처럼, 전 스물셋이 끝나기 전에 (감히) 시 한편 써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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