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 꽉 막힌 대한민국에 돌직구를 던지다

전 경찰대 교수, 국내 최초이자 최고의 프로파일러, 작가, 방송인.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는 수식어까지. 자신의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가고 있는 표창원 박사. 그에게 물었다. “소통이 뭐예요?”

돌직구 스타일

만남부터 달랐다. “예, 그렇게 하죠.” 인터뷰 승낙을 우선적으로 받고, 기다렸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연락. “O일 O시, 백범기념관, 인터뷰 시간은 30분, 이미 보도된 내용의 질문은 사절.” 빛조차도 들어갈 수 없게 틈을 막아버린 빡빡한 조건이었다. 걱정할 여유조차 없었다. 한마디로 ‘돌직구 같은’ 인터뷰이였다.

하긴 그의 인생도 ‘돌직구 스타일’이다. 그는 국립경찰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직 경찰관으로 활동했다. 영국의 엑시터대학교에서 경찰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1998년도부터 경찰대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 경찰대 교수라는 신분으로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과정에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그리고 직위와 동반되는 책임, 그로 인한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글 쓰고, 말하기 위해 십여 년간 몸담았던 경찰대 교수직을 사퇴했다.

이제 그는 스스로를 ‘자연인, 비정규직, 지식노동자’라고 칭하며 책, 칼럼, 방송, SNS 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그의 한마디 말과 한 줄의 글은, 온라인을 통해 기사화되어 빠르게 퍼져 나간다. 그만큼 논란이나 비난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꺾이거나 굽히지 않고, “정의, 용기, 진실”이라는 삶의 원칙 아래 누구보다 소신껏 돌직구를 던진다.

정의, 용기, 진실

한 조직 내에서 오랜 시간을 있다 보면, 그것이 주는 안정감에 빠지기 쉽다. 높은 위치라면 더더욱. ‘우리’ 회사, ‘우리’ 학교, ‘우리’ 집. 그 익숙함과 편안함은 개인의 신념이나 시선에도 큰 영향을 준다. 매 순간 ‘우리’의 편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좇아 논란과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했다.

“일단,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둘째로 대상과 공감하려 해야 하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늘 자신을 다잡아야 해요. 과연 실제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여기에 깔린 논리와 배경은 무엇인지 파악해야죠. 전체를 보지 않고 일면의 사실만 수집하다 보면 진실을 보지 못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대상과 공감하기 위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 해요. 왜 그런 행동을 하지? 무엇을 원하는 거지? 선택 이후의 파장은? 이렇게 그 이면에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고, 공부하고 알게 되면 그것에 대해 감수성이라는 것이 생기죠. 감수성이 형성되었을 때 정의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거예요.”

경찰 내부의 사람 중 몇몇은 그를 ‘배신자’라거나 ‘변했다’고 한다. 물론 그는 변했다. 더 이상 범죄수사 전면에 뛰어들지도 않고, 학생들을 가르치지도 않는다. 하지만 어떤 위치에 있건 간에 상관없이 ‘정의’를 위한 ‘진실’을 밝혀 ‘용기’ 있게 드러내고자 하는 그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는 다르다, 고로 나는 소통한다

그는 여전히 바쁘다. 책이나 칼럼, 강의, 방송 또는 SNS를 통해 많은 사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한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소통’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과거의 ‘상처’와 그로 인한 ‘두려움’. 이 두 가지가 공통적으로 소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나는 강하다, 너보다 우월하다’라며 서로를 비하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상대에 대한 방어 심리가 공격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소통이 어렵다는 것은 과거나 현재나 근본적으로는 다를 게 없어요. 여전히 우리는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지역감정, 세대 간 갈등도 여전하고요. 과거에 비해 물리적인 충돌은 줄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 싸움이 온라인으로 옮겨와 더 치열해졌죠. 돌과 화약병을 들고 하는 싸움과 달리, 온라인은 24시간 계속되니까요. 예전에도 물론, ‘현장’은 언제나 다툼이 치열했지만, 그곳을 벗어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에서는 소통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전경이든, 의경이든, 학생이든. ‘아, 너도 참 힘들겠다.’ 그런데 지금은 따로

만날 수 있는 화합과 화해의 자리가 없어요.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공격할까?’만 생각하죠. 다른 쪽의 사람들과 어떻게 서로를 알고, 또 나를 알릴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하는데요.”

그도 사회에 막 발을 디딘 순간부터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지역, 출신, 이념. 많은 것들이 서로 간에 선입견과 오해로 자리했다.

“저는 경상도 출신이고 경찰대 학생이었죠. 하지만 그런 틀에 나를 가두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갖가지 이유로 나뉘고 갈리고 다투는 상황이었지만 내가 속한 곳이 아닌 곳의 사람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대화하고, 그 사람들의 생각과 뜻을 어떻게 하면 이해하고, 내 입장을 어떻게 오해 없이 전할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죠.”

오랜 시간 동안의 고민과 과정을 통해 그가 얻은 소통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그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로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서로 간의 공통분모를 꼽았다.

“엘지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두 팀은 승리를 위해 서로 경쟁하죠. 하지만 ‘야구’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무조건 상대를 이기기 위해 싸움을 하는 것과는 다르거든요.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 마찬가지로 상대를 인정해야 해요. 상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도 존재하는 거잖아요. 그걸 못하고 상대를 이겨 없애버려야겠어, 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소통이 불가능해지는 거예요. 우리에게는 공통분모가 많거든요. 기본적인 인간성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잖아요.”

‘소통한다’라는 건 뭘까? 그건 사실 ‘왜?’라는 물음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을 얻기 위해. 시공간을 초월한 소통은 작은 원 안에서 살고 있는 내가 한 발짝, 두 발짝, 밖으로 걸어나올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재발견하게 해준다.

‘누구의 스타일’이 아닌 ‘나만의 스타일’

돌직구라는 말은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 오승환이 던지는 빠르고 묵직한 직구에서 시작된 표현으로, 직접적으로 핵심을 찌르는 말을 뜻한다. 하지만 표창원 박사의 ‘돌직구 스타일’은 단지 그의 말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는 눈치 보지 않고, 안주하지 않고,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마주하는 ‘돌직구’ 그 자체이다.

30분이 다 되었다. 마지막으로 20대를 위해 한 마디를 부탁하자, 그가 자세를 고쳐 앉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대는 가능성, 희망, 열정, 순수함으로 표현되는 세대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스트레스와 불안감, 좌절감, 억압으로도 표현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부정적인 요소에 머무르다 용기, 자신감, 도전이라는 더 많은 긍정적인 것들을 포기하게 될까 걱정이에요. 청춘의 장점을 놓쳐버리면 한 사람의 에너지가 사그라지게 되거든요. 삶이란 게 저는 특별한 소수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각자에게 의미가 있고. 스스로 난 대단하지 않아, 난 성공하지 못해, 난 위로 못 올라가, 이런 생각들로 20대만의 향기를 잃어버린다면 너무 슬픈 것 같아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두의 삶은 각자의 방식대로 의미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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