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샘물ㅣ풍파 속 내 안의 혁명

속칭 ‘있는 집’ 자식일 거로 생각했다. 그저 연예인과 친한, 사적 로비의 결과일 거라 여겼다. 아서라! 조개의 몸속에 고통스러운 모래알의 도전을 받아들여 진주가 만들어지듯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이란 브랜드는 갖은 풍파 속에서 갈고 닦고 일어선 단 하나의 가치였다.

21세부터 시작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삶.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원장은 활동을 시작한지 고작 6년 만에 메이크업 숍을 열었다. 이후 많은 연예인과의 작업으로 화제를 모으며, 그녀는 한국에서 제대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돌연 38세의 나이에 예술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났던 그녀. ‘순수 미술’을 4년간 공부하고 돌아온 뒤 책을 통해, 남다른 실력을 통해 그녀 자체는 화제의 브랜드가 되었다.

갖가지 아르바이트 속, 스스로 선택받은 자이외다

중학교 때 갑자기 어려워진 가정 형편 때문에 그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온갖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집안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그녀. 만약 가정 형편이 좋았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는 변하지 않았지만 제 상황이 변하면서, 주변 사람이나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제게 친절했던 사람도 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불친절하게 변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상황이 좋아지기를 바라고만 있으면,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았거든요. 이때 전 ‘나중에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라고 반대로 생각했어요. 앞으로 성공하면 속 좁은 어른이 아닌 큰 사람이 되어서 그 사람 자체를 보겠다고 다짐했죠.

메이크업에 남다른 관심이 있어 진로를 정했을 거라는 기존의 생각과는 달리, 그녀는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진로에 대해 깊은 고민조차 할 여력이 없었다. 원래 그녀의 꿈은 순수 미술에 있었지만, 돈을 벌어야 하는 환경적인 상황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메이크업 분야에 뛰어들었다.

전 비주얼로 소통하는 일이 가장 좋았어요. 그래서 미술 대신 찾았던 것이 메이크업 분야였죠. 메이크업 일을 시작한 후에도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어요. 당시에는 정말 잠을 3~4시간도 못 잘 정도로 여러 일을 많이 했죠.

하지만 그녀의 꽃다운 나이에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도 있었을 터,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에 대해 불만은 없었을까?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정말 한도 끝도 없어져요.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해서, 나 자체가 낮게 평가될 사람은 아니잖아요. 학생 때부터 계속 스스로 ‘난 특별하다.’라고 생각하는 연습을 했어요. ‘왜 나만 이래?’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내가 이런 일을 겪는 이유에는 뭔가 의미가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결국 아주 사소한 일을 할 때에도 사소하지 않게 하려고 했습니다. 어떤 아르바이트를 해도 스스로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욱 남과는 뭔가 다르다는 인정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어요.

120%로 쓴 하루, 그리고 내 안의 혁명

메이크업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녀는 남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집이었던 연신내역에서부터 강남까지의 거리를, 커다란 메이크업 박스를 양손 가득 채우고 왕복했다. 메이크업 단어 책을 만들어서 틈틈이 읽기도 했다. 그리고 주변의 방송연예과 친구를 매일 찾아가 인맥을 쌓았다. 그러던 와중 서울예전(현 서울예대)에 다니던 친구와 가수를 알게 됐고, 가수 신성우의 스타일리스트와 같이 스타일링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잼’이란 가수를 소개받아 본격적으로 메이크업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즈음이었다.

거절당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어요. 제가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도 아니었으니까요. 친구들한테 거절당할 때 힘들고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 집중하지 않고, 내 안에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나 자신’에게 집중한 거죠.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목표나 꿈은 이런 현실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녀에게 20대를 치열하게 보낼 수 있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이었을까?

당시 사실 미래를 내다볼 여유가 없었어요. 장기적인 목표나 꿈이 없었죠. 제가 열심히 해도 100% 보장된 게 아닌 불안정한 상태잖아요. 앞으로의 미래를 얘기하는 것, 과거를 후회하는 것 모두 하지 않았어요. 그냥 오늘 하루만 생각하면, 정말 단순해져요. 현재 내게 주어진 사람, 만나는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이 목표였어요. 당시에는 그 외의 것을 생각할 여력이 없었어요.

이렇듯 그녀가 자신의 20대를 남보다 치열한 단어들로 포진시킨 동력은 거창한 꿈이나 목표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120%씩 활용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그녀의 20대를 지배한 삶의 태도였다. 이때 그녀의 20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 계기를 만나기도 했다. 책 < 자기로부터의 혁명 >이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저를 ‘혁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때부터 객관적인 나의 장단점을 쓰기 시작했죠. 물론 처음에는 단점이 더 많더라고요. 하지만 단점을 하나하나 고치고 목록에서 지워나가면서, 절 모르던 사람들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당시 아무것도 없는 상황 속에서 제가 인정받을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뭘 하나를 해도 잘하려고 계속 노력했던 것 같아요.

슬럼프는, 대하는 태도가 있다

그녀의 20대는 끈기와 노력, 열정으로 요약된다. 이는 어느 성공한 사람의 인생사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에게는 어떻게 보면 김빠지는 당연한 진리이기도 하다. 그들은 ‘성공한’ 사람이고, 우리는 ‘보통’ 사람이란 현실을 핑계 대면서. 하지만 정녕 우리의 현재는 그들이 말하는 열정의 발꿈치만큼은 되었을까?

20대를 돌아봤을 때, 전 후회하는 일은 없어요. 전 정말 치열하게 살았거든요. 그 당시 자신에게 엄격히 하는 것이 오히려 짜릿했죠. 제가 움직이고 어떻게 바뀜으로써 주변 사람이 변하는 것을 보는 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어요. 만약 제가 유복한 환경이었다면 오히려 제가 이렇게 절실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부족한 가정 형편이 지금의 절 만든 동력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요즘 20대 친구에게도 자신을 잡아주고 지원하는 곳에서 벗어나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게 정말 크거든요.

25세 즈음에는 잡지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그녀라는 존재가 메이크업이라는 분야에 각인된 것이다. 28세란 젊은 나이에 본인의 이름을 건 메이크업 숍을 열 때 모두는 그녀에게 성공했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제가 비교적 일찍 성공했던 건, 제가 하는 일이 뭔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전 항상 스크랩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데, 당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이렇게 치밀하게 준비하는 사람은 없었죠. 제가 하나를 해도 뭔가 더 잘할 것 같고, 남과는 다른 저만의 경쟁력을 계속 보여주려고 했어요.

우리는 성공 뒤에는 수없이 많은 노력이 숨어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가장 어두울 때는 바로 해가 뜨기 직전이다.’라는 말이 있듯 정말 힘들었던 때에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메이크업을 포기하려고 한 적은 없어요. 전 절대 남과 비교하지 않아요. 저만의 고유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본질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비교될 수조차 없는 존재예요. 그래서 누구 탓도 하면 안 되죠. 제가 메이크업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저에게 주어진 하루를 미친 듯이 살았기 때문이에요. 전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할 여유도 없었고, 지나간 과거를 후회할 힘도 없었어요. 그저 제게 주어진 오늘 하루의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해내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제 20대의 목표였거든요. 자연스레 일이 잘된 것 같아요.

슬럼프가 없다고 말한 자가 있다면, 그건 인생 최대의 거짓말쟁이일 것이다. 그녀 또한 슬럼프가 있었다. 하지만 슬럼프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물론 저도 괴롭거나 힘들 때는 있죠. 하지만 그 괴로움에서 나와야 주변이 정돈돼요. 전 슬럼프에 빠졌다고 느낄 때, 두 가지 방법으로 해결해요. 첫 번째는 제가 믿는 멘토를 만나 얘기하는 거예요. 일단 이야기를 하고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객관적으로 듣는 거죠. 혼자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아요. 두 번째는 글을 쓰면서 풀어요. 사실 슬럼프란 것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고민일 수도 있고, 어떤 드러나지 않은 실체에 대한 괴로움일 수도 있잖아요. 이렇게 말이나 글로 실체를 나타내면 문제가 훨씬 분명하게 다가오더라고요. 대부분 결론은 시간 낭비하지 말고 제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으로 나지만요.

나의 가치는 누가 뭐라 해도 유일하다

그녀의 현재 가치관이나 삶에 대한 태도는 20대에 많이 형성되었다. 외부적 상황에 의해서든, 내부적인 노력에 의해서든 말이다. 처음 본 이에게도 자기 안의 확고한 무언가를 가졌다는 인상을 주는 그녀,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돌보다 단단해 보였다. 이는 한순간에 쌓인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을 거쳐 생긴 것이 분명했다.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없어요. 전 쌍둥이지만, 정말 다르다고 느껴요. 어떤 상황이나 요소로 자신을 평가 절하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나를 낮게 대했다고 해서, 제 존재감이 그렇게 낮은 것은 아니에요. 본인이 가진 가치는 유일한 것이에요. 하지만 이 유일무이한 가치를 힘있게 하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죠. 어떤 누군가와 비교하는 일로 쓸데없이 감정 소모하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스스로 믿길 바라요. 어떤 일이든 자존감이 정말 중요해요. 럽젠 독자 여러분도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믿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최근에 < 온스타일 >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유진의 ‘겟잇뷰티’에 출연하고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그녀에게 이제 먼 미래가 생겼을까?

유튜브에 제 이름으로 된 계정을 만들어서 메이크업이나 헤어 영상을 올리는데요, 얼마 전에 확인하니 영상 조회 수가 1천만이 넘었더라고요. 전 전부 동양인 모델을 써서 영상을 찍는데, 이런 뷰티 쪽에서 한류 열풍이 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이런 것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K-beauty’의 선도자로 한류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 이제 하루가 아닌 먼 미래의 자기 인생을 설계할 여유도 갖길, 이 말 한마디를 곱게 선물하고 싶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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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닮고싶은 분이시네요. 처음 알았어요 정샘물 아티스트분을요. 누구와 비교 없이, 고유한 가치를 가진 사람으로 각자가 꽃이 되길 바라는 하루! 보내야겠네요. 고맙습니다. :-)
  • nns_45

    무심코 들어왔다가 꼼꼼히 정독했습니다. 내가 가장 잘할수있는것을 어떻게 찾아야 하느냐라는 물임이 소용돌이치네요.
  • lyn1130

    하고자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다는 점. 정말 당연하면서도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하고자하는 일은 정확히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네요
  • 최지원

    매일매일을 '혁명'한 그녀의 열정이 너무나 인상깊습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 jm10917

    저도 나중에 20대를 뒤돌아봤을때..후회없었다,라고 말할수있을까요... 얼마안남은(?)20대..좀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아, 치열보다는 행복하고 후회없게요!!ㅎㅎ 기사좋으네요!!
  • 삼다

    엄청난 동안에 고운 피부,, 게다가 말씀 하나하나 다 깊이 새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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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원 기자

    이 날 같이 간 지윤기자와 함께 힐링받고 왔답니다..ㅎㅎ

  • 앤셜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정확히 알았다는 그녀의 말이 화살처럼 꽂히네요...! 치밀하게 준비하고 노력한 그녀의 20대처럼 저도 열심히 노력해야겠습니다... :-) 그리고...... 정샘물님 피부 너무 고우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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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원 기자

    실제로 뵈니 정말 동안이시더라고요! 조근조근 말씀해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히 떠오르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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