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ㅣ두말없이, 진심의 DNA

LG이노텍 폴란드 법인장 김진수의 20대

현지화율 99%에 육박, 전년대비 2배의 매출성장. 어딘가에선 꿈 같은 일이 현 LG이노텍 폴란드 법인에선 실제 상황이다. 전 직원이 ‘나의 회사’란 자부심을 품기까지, 이 성공신화의 중심엔 김진수 법인장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LG에 어떻게 입사했느냐고요? 친구 따라서 장난삼아 원서를 써 봤죠.

현 법인장의 오르기까지, 그에겐 LG 입사를 향한 철저한 준비가 있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 우리의 예상을 한 방에 뒤엎는 그는 시작부터 반전 매력의 소유자였다. 김진수 법인장의 인생 노트엔 지금의 나긋나긋하고 인자한 말솜씨나 인상과는 달리, 대학생활 2년을 그야말로 탕아로 지낸 것은 물론 1년의 휴학 기간을 거쳐 복학 후 자취방에서 LG 입사 원서를 쓰는 친구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과거가 쓰여 있었다.

다채로운 경험 = 평생의 밑거름

LG이노텍의 개요와 역사에 대해 설명을 할 때 그는 분명히 100% 경영자였다. 하지만, 제품과 공정 부분으로 넘어가자, 그는 100% 엔지니어로 돌변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엔지니어로는 근무해본 경험은 없어요. 무역과 은행, 마케팅 부서 쪽에서 일해봤죠. 기본적으로 공학을 전공했고 입사 후에는 경영 관련 업무를 두루 경험한 것이 제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제 전공을 공대경영학과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앞뒤 생각 없이 놀았던 20대 초반, 그리고 23세의 나이로 LG에 입사한 그는 만약 20대로 돌아간다면 모든 의지를 총동원해 공부에 전념하고 싶다고 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인생을 잘사는 것과 완전한 등식 관계일 리 만무하지만, 주워담는 공부보다 쏟아내야 할 시간이 많아진 현 위치에선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또 한 가지를 추가하자면, 세계 배낭여행이다.

20대에 세계 배낭여행을 할 수 있었다면∙∙∙ 20대 여러분은 기회가 있다는 것이 너무도 부러워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이질적인 사람들과 부딪히며 얻는 소중한 경험들. 평생 사는데 그보다 큰 밑거름은 없을 거예요.

법인장의 의사 결정이란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무엇이 회사의 위험부담을 줄이고 함께 일하는 종업원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 그 살 떨리는 선택엔 여러 경험과 그 경험이 쌓아온 내공이 큰 힘이 되었다.

순간과 소통, 그의 인생 포인트

그는 습관처럼 순간에 집중했다. 년을 나누면 월, 월을 나누면 주, 주를 나누면 일, 일을 나누면 시간, 시간을 나누면 분, 분을 나누면 초, 나누고 나누면 결국 순간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것. 그는 순간에 최선을 다했고 성공한 법인장의 명패는 그에서 비롯되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물론 아쉬움이 남는 일도 있지만, 전력을 기울인 매 순간이 모여서 구성한 인생을 자랑스러워할 수밖에 없죠.

그의 진심은 자신을 독려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다양한 인종과 언어가 존재하는 폴란드 법인에서도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은 통하고 있었다. 현지 직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위해 그는 국내에선 거의 입에도 안 댔던 피자를 1년 반 매주 1번씩 즐겨 먹고 있다. 피자파티를 통해 그들과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나라 명절을 소개하고 떡을 나누는 행사를 진행한 동시에 ‘Fat Day’라는 폴란드 문화를 이해하고 전통 도넛과 음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폴란드 기념일인 ‘Woman’s Day’에는 여직원에게 직접 선물을 돌리며 축하 인사를 건넸고, 직원 자녀의 그림 콘테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문화에 대한 이해와 함께 축구 대회, 마라톤 대회, 나무 심기 등 화합을 도모하는 연례행사는 그를 진정한 소통의 대가라 인정할만한 대목이었다.

MBWA(Management by Walking Around)를 통해 각 현장에서 직접 토의하고 요구사항을 듣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 노력과 더불어 상반기, 하반기, 연간 결산 최우수자를 선정하여 적극적인 보상을 한 결과 불량률이 현저히 감소했죠. LG가 더는 한국기업이 아닌 내 기업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많은 폴란드 종업원이 LG가 나의 기업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직원 채용 시 폴란드인이 직접 면접을 보게도 했다. 그들의 의견이 회사에 반영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까지도 세세하게 배려한 것은 물론 폴란드인의 의견 없이 진행했다가 발생하는 문화적 오류를 방지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노린 덕분이었다.

각자의 최선을 끌어내는 감성 리더십

해외 근무 경력이 전무한 그의 폴란드 법인에서의 첫 도전은 법인장이다. 국내에서보다 훨씬 커진 파급력과 문화적 차이가 있었지만, 그에게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DNA가 있었다. 바로 리더십이다.

민주주의에서 만장일치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제가 사용하는 방식은 ‘다 들어보고 내가 결정하기’죠.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최대한 이익이 많은 방향으로 직접 결정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의사 결정을 한 뒤 반대했던 사람도 따라오게 하는 리더십이지요. 이때 팔로워십을 가지고 회사 방침에 맞춰 최선을 다하는 직원을 잘 키우는 것도 제 역할입니다.

어떤 장벽 앞에서도 ‘아무리 힘들어도 죽기밖에 더하겠나.’라는 생각으로 일했고 주변 동료와 후임, 선임이 도와주는데 못할 일은 없다고 자부했다. 그랬던 그에게도 힘들었던 기억은 있다. 바로 첫 구조조정을 맡았을 때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는 차라리 자신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할 만큼 마음속 배려의 단지를 가득 싣고 있었다. 부하직원에 대한 이런 마음 씀씀이는 신뢰로 이어졌고 감성 리더십의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국내와는 다른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자기 계발을 하며 해외 법인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김진수 법인장. 그는 쉽고 어려운 일은 분류가 따로 없으며 각자 맡은 곳에서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인생의 선배이기도 했다. 본인도 맡은바 임무에 온 힘을 들여 부하 직원에게 그 영향과 혜택이 돌아갈 때 가장 큰 뿌듯함을 느낀다는 그는 살아있는 LG인 그 자체였다.

LG이노텍 김진수 법인장에게도 진행형인 꿈이 있다. LG이노텍 직원에게 자신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 LG의 역사 내에서 성실하고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인정받기, 글로벌 LG이노텍의 기초가 되기가 그것이다. 이런 꿈은 현재 LG이노텍을 위해 김진수 법인장이 달리는 이유이자 동력원이다. 왠지 그 꿈은 이미 완성되어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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