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 l 크리에이티브가 낳은 모범 곡예

오스트리아의 명동, ‘게른트너 거리’. 쇼핑과 문화의 집결지인 이곳에서 눈에 띄는 유명 맛집이 있었으니, 이름 하여 아시아 퓨전음식점 ‘아카키코’다. 한 블록에서 두세 개의 체인점을 목격한 후 의문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대체 이 많은 가게의 주인은 누구?’ 바로 한국인 여성 전미자 회장이다.

‘색다른’, ‘크리에이티브’를 쫓다

몇 년 전, 오스트리아 경제 전문잡지 < 비르트샐트블라트 >와 < 비에네르린 >이 선정한 오스트리아 10대 여성 경제인으로 한 한국인 여성이 뽑혔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전미자 아카키코 회장. 리더십이 강하고, 사람 좋기로 소문난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아, 올해 개관한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의 초대 관장에까지 올랐다.

현재 전 회장은 11곳의 직영점과 3곳의 프랜차이즈를 가진 오스트리아 요식업계의 유명 CEO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녀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것은 아니었다. 돌이켜보건대, 그녀에게 20대는 힘들었던 기억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9남매 중 막내였던 그녀는 대학을 다니기에는 그리 넉넉한 집안 형편이 아니었다. 손에서 일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고등학교 진학까지 부모님께서 해결해주셨지만, 학업에만 전념하기는 어려웠죠. 삼양식품 영업부에서 일하면서 간호 학원에 다녔어요. 막내였기 때문에 대학을 다닐 순 없었죠. 위로는 오빠들도 있었기 때문에, 일도 하고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그러나 바쁜 생활 속에도 그녀 안에는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기보다 남과 다른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던 것. 한마디로 ‘색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멀기도 먼 오스트리아란 땅까지 건너와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자신만의 공간을 갖길 원했다. 결국 그녀는 비엔나 나슈마르크트 시장에서 동양인 최초로 채소 가게와 한국 음식점(당시 상호는 <서울 식당 >)을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는 건 저와 맞지 않더군요. 그래서 채소가게 일도 시작한 거예요. 사람을 워낙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 식당 운영도 탄력을 받았죠. 동양인이 저뿐이긴 했지만, < 아카키코 > 이전에 좋은 경험이 됐어요. 전 요리를 잘했다기보다 요리 개발을 잘했죠. 워낙 크리에이티브한 걸 좋아하다 보니 말이죠.(웃음)

열쇠는, 자기 소신에 대한 무한 믿음

처음 대면한 전 회장은 말을 섞기도 전에 외모로 각인되었다. 짧은 머리와 선글라스, 블루 셔츠에 비비드한 블루 팬츠까지∙∙∙ 그녀가 자타공인 패셔니스타라 눈치챈 찰나였다. 왠지 패션과 결부되는 트렌드에 민감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녀는 유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20대였을 때도, 유행을 싫어한 축에 속했다.

다들 헤어 스타일도 똑같고, 옷도 똑같고. 그런 게 너무 싫었어요. 유행이 돌아서 미니스커트를 모두 입으면, 그것보다 더 짧게 입고 그랬어요.(웃음) 잡지에서도 같은 옷을 선보이고 비슷하게 예쁜 모델이 나오면 오히려 별로더군요. 그래서 전 옷도 제가 편한 대로 입고 그랬어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개성이 강하고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죠.

남과 다른 자기만의 브랜드가 오늘날 그녀의 현재를 만든 것임이 분명했다. 지금도 그녀는 대세를 따르지 않는다. <아카키코>에서 판매하는 ‘찹쌀떡(이하 모찌)’를 봐도 그렇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본래 ‘모찌’를 싫어하는데, 그녀는 자기 방식대로 ‘모찌’를 새롭게 만들어 요리했다. 결과? 주변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성공적이었다. 이런 과감한 결정을 하는 그녀를 보며, 한 광고 카피가 떠올랐다.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

사람들이 안정성 때문에 ‘이 아이템을 하면 성공한다.’라고 말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내가 다른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니, 이걸 더 열심히 해서 다른 사람보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성공과 실패, 어차피 50:50이다

이런 남다른 특성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터, 이에 필요한 결단력은 그녀가 지닌 또 하나의 달란트였다. 작은 예를 들어볼까? 와인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에서 32년째 거주 중인 그녀는 현재 술을 전혀 입에도 대지 않는다. 20대 시절의 경험 때문이다.

저는 20대 때 사실 술도 많이 마셔봤어요. 취한다는 게 뭘까 궁금해서 마셔 봤는데, 별거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술을 입에도 대지 않죠. 20대 때는 그런 것 같아요. 다 해보고, 아닌 것은 주저하지 말고 끊어 버리고. 물론 쉽지는 않죠.

자신이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전 회장. 그 확신의 바탕에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믿음이 깔렸었다. 막연한 성공이나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기보다 어떤 선택의 순간에서 결정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지금의 청춘에, 그녀는 자기 인생의 해답이었던 ‘크리에이티비티’를 꺼내 놓았다.

저는 가게에서 음식을 낼 때도 성공을 생각하고 내놓지 않아요. 50대 50이니까요. 인생도 50대 50이에요. 바둑알도 그렇잖아요. 어느 때에는 흰 돌이지만 또 다른 때에는 검은 돌이 나오는 것처럼요. 시작하지도 않고, 남과 똑같이 하는 건 재미 없잖아요? 실패하더라도 시작하는 게 좋죠. 언제나 돌진!

그녀의 마법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전미자 회장의 < 아카키코 >는?

< 아카키코 >는 오픈 키친 형태의 캐주얼한 아시아 퓨전 레스토랑으로, 레드와 그린 컬러로 포인트를 둔 실내가 식전 입맛을 돋운다.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 린츠를 포함해 총 11곳의 직영점이 있다. 프랜차이즈 3곳은 현재 그리스 사이프러스 섬에 있다. 10월에는 직영점 2곳이 오스트리아 도나우 부근에 추가 오픈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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