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ㅣ나로부터 찾은 달콤한 각성

지금껏 그와 같은 아나운서는 없었다. 개그맨보다 더 웃긴 아나운서, 하나 언론고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예비 언론인의 워너비’, 전현무에 관한 이야기다.

사진 및 동영상 _ 엄정식/제17기 학생 기자(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터질 것 같은 핏대와 아슬아슬한 흰자위를 출몰시키며 7단 고음을 소화해내고, 아이돌 그룹의 현란한 안무를 흐느적거리는 저질댄스로 소화한다. 각종 예능 프로를 섭렵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누빈다. 브라운관 안에선 얄밉게 깐죽거리는 ‘국민 밉상’이지만, ‘외고–명문대’ 출신의 ‘엄친아’이자 언론고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남자. 이름 하여 전무후무한 아나운서 전현무다.

최악의 ‘지질 종결자’에서 치열한 ‘노력 종결자’까지

그는 어린 시절부터 텔레비전을 보며 자란 TV키드였다. 중 3때부터 방송인을 꿈꿨던 그는 학창시절 학급의 행사 진행을 도맡아 했다. 대학교 진학 후에도 교내 방송국에서 활동하면서, 그는 마이크 앞에 섰을 때 가장 행복한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누가 감히 상상도 못할 지질한 시절도 있었다.

사실 제 대학생활은 굉장히 단조로웠어요. 부끄럽지만 2학년 때까지 학교 근처 오락실에서 공강 시간을 쏟아 붓던 한심한 시절도 있었고요. 아무런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며 게임을 하고, 배고프면 볶음밥 사 먹고, 시간이 좀 지나면 하품을 ‘쩍쩍’하며 집으로 가던 시절. 한 마디로 ‘지질 종결자’였던 때가 있었죠.

그러던 그도 정신을 차렸다. 다행인지 단순한 건지 함께 오락실을 다니던 친구가 해외 유학을 간 이후였다. 꽤 많은 시간을 한심하게 흘려버렸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 ‘각성’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난 그는, 언론인이 되기 위한 치열한 노력파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제가 언론인이 되고 싶어하는 걸 일찍 알고 있었어요. 덕분에 한심한 현실을 깨달았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죠. 그때 정신을 차리게 되면서 LG글로벌챌린저(이하 글챌)도 신청하게 되었죠.(그는 글챌 8기 출신이다) 당시 ‘2002 월드컵’ 개최로 전국이 월드컵 열풍이었는데, 우리 팀은 ‘사후 월드컵 경기장 사용 방향’이라는 주제를 다뤘어요. 당시 다른 팀은 월드컵 관련 테마를 많이 냈지만, ‘사후 월드컵’에 관련한 내용은 우리 팀밖에 없었죠. 그래서 17: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답니다.

그는 글챌을 ‘일탈을 꿈꾸던 평범한 대학생이 누릴 수 있었던 최고의 일탈’이라고 회상했다. 당시 장려상 수여의 기쁨을 만끽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그는, 4학년 시절 언론고시 준비에 모든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는 지방 학생이 아니었음에도 학교에서 걸어 5분 거리인 고시원에서 자취했고, 매일 오전 8시면 학교 중앙 도서관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1년 동안 모든 친구와의 연락을 끊을 정도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교내식당의 제일 싼 메뉴인 ‘호박고추장 찌개’를 시켜 홀로 먹으며 눈물 나게 공부했다. 하지만, 의문이다. 혼자 공부하다 보면 쉽게 지치고 나태함에 빠지기 쉽지 않은가. 그는 이 유혹을 어떻게 떨쳐낸 것일까? 졸업학점 2.98, 석차 224명 중 185등이란 숫자가 그 이유를 대변했다.

당시 대학교 졸업반이었던 전 학점도 좋지 않은 터라 굉장히 절박했어요. 그런 절박한 상황 탓에 결코 나태해질 수가 없었죠. 그러나 무엇보다 제게는 ‘확신’이 있었어요. ‘내가 방송국에 들어가면 난 정말 잘할 거다.’라는 그런 믿음이요. 전 우선 방송국에 들어가 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 때문에 정진할 수밖에 없었죠.

내 몸에 딱 맞는 맞춤형 속옷을 택하라

언론고시를 향한 치열한 노력은 그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바로 신문사 기자와 YTN 앵커에 동시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 것. ‘학업’과 ‘고시공부’라는 선택에 기로에서 하나를 택한 뒤 무섭게 집중한 결과였다.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하게 돈 벌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이미 자기 안에 다 있어요. 내 안에 정답이 있는 거죠. 그런데 예를 들어 부모님께서 “얘, 남자가 무슨 아나운서를 하니? 혹은 여자가 무슨 기자를 하니?”라고 하셨을 때 그 얘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내가 정답이 아니라 부모님이 정답이 되는 거죠. 그러면 분명 나중에 후회해요. 부모님이 아니라 내 안에서 답을 구해야 해요. 정답이 나오면 앞뒤 보지 말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거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꺾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어요.

라캉의 말을 빌리면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내게 원하는 것, 즉 ‘엄마의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원하는 것, 혹은 남들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욕망을 외면하고 있다.

제 인생의 모토는 ‘내가 즐거워야 한다.’예요. 어떤 선택을 하든 우선 내가 즐거워야 남들도 행복해지고 남을 도울 수 있어요. 아나운서도, MC도 내가 즐거워야 할 수 있는 일이죠. 아무리 돈을 많이 받아도 내가 즐거운 일이 아니면 안되죠. 계좌에 찍힌 액수만 보고 행복한 것은 하루뿐, 그 이후는 불행의 연속이에요. 엄마가 즐거운 일이 아니라 내가 즐거운 것을 택해야 해요. 그래야 나를 보는 남들도 즐겁고 나도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죠. 언제나 판단의 중심을 나로 삼아야 해요.

그는 동시 합격한 기자와 앵커 중 YTN 앵커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2년 간 앵커로 일하면서 그는 예능 MC를 마냥 부러워하였다.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아,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나도 신동엽 씨나 김용만 씨의 후배가 되어서 예능 MC가 되고 싶다.’라고 중얼거렸다. 한 손엔 앵커 마이크를 쥐고, 말끔한 앵커의 양복을 걸친 채로.

제 지론 중에 하나가 ‘내가 할 수 있는 일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자’예요. 기자와 앵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었던 거죠. YTN 앵커는 저에게 너무나 좋은 명품 옷이었지만 제 몸에는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차라리 명품 옷을 벗어 던지고 트레이닝 복을 입되 내 몸에 맞는 옷을 입기로 한 거죠. 그래서 아나운서 시험을 보게 된 거예요.

아나운서가 ‘트레이닝 복’이라면 예능 MC는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몸에 딱 맞는 맞춤형 속옷’이라고 답해주었다.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옷, 자신에게는 ‘예능 MC’라고 했다.

저는 예능 MC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내가 행복한가’는 제 판단의 가장 큰 기준이고, 남들도 뉴스할 때보다 예능을 했을 때 저를 가장 인정하죠. 제가 특별히 예능을 잘해서 반응했다기보다 ‘전현무가 정말 즐거워서 저 일을 하는구나.’ 이게 시청자의 눈에도 보이니까 그 진정성이 전달된 것 같아요.

지독한 자기 객관화를 시도하라

총 2번의 고배를 마시고, 3수 끝에 KBS 아나운서가 된 그는 주체할 수 없는 끼와 예능감으로 현재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도 하루아침에 쌓아지는 성과 신인시절 없는 스타가 없듯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에게도 유명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그의 이름이 시청자에게 강렬하게 각인된 계기는 KBS <해피투게더>에서 샤이니의 ‘루시퍼’ 안무를 춘 이후였다.

김수현 씨나 이제훈 씨 같은 분은 가만히 앉아서 몇 마디를 해도 고급정보가 돼요. 하지만 저는 아니죠. 당시 전 유명하지도 않아 뭘 보여주면 좋을지 고민했죠. 굉장히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제 자신을 바라봤어요.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면, 웃음이라도 전해주고 오자.’ 제가 보름 동안 샤이니 춤을 연습했어요. 당시엔 신나게 춤을 췄고 대박났지만, 사실 비하인드 스토리는 굉장히 짠한 이야기예요.

우리는 언제나 자기 ‘안’에서 나를 바라본다. 그러나 그는 ‘안’이 아니라 ‘밖’에서, 제 3자가 되어 자신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자기 객관화’는 20대에게 필수 요소다. 어떤 직업을 선택할 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된다면, 그에 앞서 철저한 자기 객관화를 시도해야 한다. 전현무 아나운서 역시 KBS 시험을 치를 당시, 자신이 면접관이 되어 엄격하게 자신을 바라보았다. ‘자기 객관화’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고생한 만큼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게 되어있다.

반전 없는 삶은 비극이다

그는 20대가 늘 마음에 간직해야 할 단어를 무엇이라 생각할까. 다부지게 다물었던 그의 입에서 굵직한 두 글자가 나왔다. ‘반.전.’

우리는 항상 반전을 노려야 해요. 누구에게나 예측 가능한 삶을 사는 것만큼 비극도 없으니까요. 자기 주관대로 사는 거예요. 배우 최민식 씨가 영화를 찍고 나서 돌연 히말라야 등정에 오르는 것도 이런 반전이죠. 남들이 미쳤느냐고 하더라도 자기결정권을 꼭 쥐고 있어야 해요. 그런 자기 결정권이 있으려면 내 분야에서 성공해야죠.. 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남이 아니라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요. 물론 그러려면 자기 힘을 키워야겠죠. 처음엔 힘이 없으니까 남이 시키는 대로 해야겠지만, 어느 순간 자기 가능성이 쌓이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결국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죠?

인터뷰 마지막 즈음, 그는 조금 머쓱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저는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큰 감동이 없죠. 딱 실리적인 말만 하고요. 그래서 그게 단점이기도 해요. 인간미 없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그와 인터뷰 하는 내내 그가 이야기를 할 적마다 강렬한 제스츄어를 동반한 탓에 나란히 앉았던 나무 벤치로 진동이 전해 느껴졌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해준 그는, 온몸으로 전해지는 그의 이야기는 오랜 여운이 있었다. 오히려 그에게 없는 것은 감동이 아닌 ‘반전’이 아닐까? 그는 누구나 예측 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 예능 MC를 향해 달려가는 그에게, 결과는 뻔하게도 ‘yes, he can’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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