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365일 사람 쫓기

사진 _ 김형진/제16기 학생 기자(부산대학교 언어정보학과 04학번)

이력서[당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

학력도 지우고 경력도 지우고 자격증도 지우고 사진은 떼서 던져버리고 대문짝만 한 크기로 딱 두 글자만 적어 넣는다. 청 춘.
이렇게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사람이 입사원서를 내밀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회사는 감격해 울면서 이렇게 답할 것이다. 충 분.

-정철의 <학교 밖 선생님 365> 중

가까이서 처음 보는 그의 모습에서 어쩐지 모르게 방송인 김제동과 박휘순의 모습이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김제동의 사회적 소신과 박휘순의 유머를 둘 다 겸비한 그는, 카피라이터이자 작가로 살아온 지 어느덧 28년째가 된 베테랑 글쟁이다. 최근 20대를 위한 글을 많이 쓰고, 20대가 원하는 곳에서라면 스스럼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철이란 이 사람. 왜 그는 부쩍 청춘과 함께하려는 걸까.

카피 한 문장으로 죽은 청춘 구하는 자

그는 인터뷰 전날에도 부산 영도에서 청년을 위한 강연을 했다. 카피라이터라면 자고로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종일 시간을 보내기 일쑤일 터, 이 업만도 바쁠 그가 최근 청년과의 자리에 연사로 자주 등장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2년간 20대를 위한 강연을 참 많이 다녔어요. 뭐, 내가 유명해지고 내 카피가 인기가 많아져서 그러죠.(허허) 농담이고, 내가 20대 앞에서 마이크를 자주 잡게 된 이유 (사회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이에요. 20대와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느끼는 일종의 책임감과 미안함 때문이랄까? 어쩌면 나 같은 중•장년층세대가 이전에 잘 만들어놓지 못해 요즘 청년이 ‘스펙, 스펙’하면서 바쁘게 살게 된 것 같거든.

항상 유쾌하고 즐거운 그의 이면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그가 청년에게 허물없이 이야기를 건네고 메시지를 쓰며 응원하는 이유가 ‘미안함’이란 것을.

최근에 발간된 <나는 개새끼입니다>도 청춘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나는 20대가 사회에 조금 더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선거를 통해서 그들의 생각과 힘이 나타나는 그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국민이 광고주라고 말하는 카피라이터 정철은 사회의 현안에 대해서 칭찬할 것은 칭찬하고, 꾸짖어야 할 것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깊이는 없고 높이만 있는 사회의 문제를 자신이 잘 풀어내는 카피로 해결하려고 애썼다.

서둘러봤자 엄청난 실수일 걸

카피라이터로 활동한 지 올해로 28년째, 이는 그가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알게 된 시간이 28년임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는 사실 면접 간 회사의 벽에 있는 포스터를 보고 우연하게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광고회사에 입사할 때, 그는 꼴찌였다.

나는 카피라이터가 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난 라이터라고 쓰여있길래 글 쓰는 직업이겠구나 싶어서 지원했는데 웬걸 꼴찌로 ‘입사에 성공했죠.’

흥미 없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카피라이터 모집공고문. 하지만 그 꼴찌 카피라이터가 이젠 <정철카피>의 대표가 되었다. 그는 최종적으로 현실적인 이익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고, 그로 인해 행복하고 재밌는 삶을 꾸려 나가고 있다.

요즘 20대는 너무 빨리 목표를 정하고 실행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좀 안타까워요. 그런다고 인생의 행복이 빨리 찾아오거나 성공하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사실 목표를 빨리 정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너무 빨리 목표를 정해버리면 이게 정말 내 목표가 맞는지, 아닌지 확인할 겨를이 없거든요. 단기적으로는 성취감 때문에 기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건 엄청난 실수이자 결점이 되는 거죠. 서두르지 마세요.

사람, 사람, 그리고 사람

그의 발칙하고 톡톡한 카피를 보아 그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캠퍼스 마당발이었을 듯했다. 그에게 친구가 많으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자신의 카피로 답했다.

성공하셨어요? 그럼 됐습니다. 돈 많이 버셨나요? 그럼 됐습니다. 이 말 되게 익숙하죠? 이 말 되게 웃기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는 이 웃긴 말대로 사는 게 정석인 줄 알아요. 진짜 이 말의 진가는 성공과 돈을 친구로 바꿔보면 느낄 수 있어요.

이처럼 그는 친구, 그리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의 대학생활 역시 그랬다. 경제학 전공의 그는 강의실에서 경제학보다 국문학, 사학을 더욱 즐겨 듣던 학생이었다. 그리고 강의실에서 손을 드는 일보다 술집에서 잔을 부딪치는 일이 많았다. 지금 대학생처럼 당연히 ‘찌질하게(!)’ 사랑하기도 했다.

20대 당시에도 인간미가 줄줄 흐르던 그는 야학선생님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그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엔 노동법과 검정고시를 공부하는 야학이 많았는데, 그에게 야학은 사람과 사회를 모두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학교 선배가 같이 가자고 해서 몇 번 갔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야학교사로 사는 삶이 무려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지속했고 나중에는 결국 학교 전체 교사와 학생을 관리하는 교장까지 했죠. 이게 다 사람이 좋아서 가능했던 거였어요.

그가 한양대 부근에 있던 야학을 내 집 드나들듯이 하기를 꼬박 1년 반. 그도 마침내 대학을 졸업하고 카피라이터의 삶을 시작했을 무렵, 그에겐 잊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술을 한 잔 걸치고 택시를 탔을 때였어요. 그런데 기사님과 내가 눈이 마주치는 동시에 서로 감탄을 금치 못했죠. 왜 그랬느냐고요? 아니 글쎄 택시운전사가 내가 가르쳤던 학생인 거예요. 그때 사람 인연이라는 게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걸 몸소 느꼈죠.

야학에서 느낀 사람에 대한 애정은 현재 그의 말투와 행동, 그리고 글 한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신이 쓴 카피 중 가장 좋은 걸 꼽지도 못하고, “다 좋아서 내놓았죠. 뭐~.”라고 호탕하게 대답하는 정철. 어쩌면 그가 자신의 카피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모두가 다 사람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 ‘좋은데이’ 한 병 더요~!

순간 테이블이 웃는 듯 들썩였다. 어쩌면 부산에서 흔하디 흔한 그 한마디에, 그만이 머금은 짙은 사람냄새가 묻어났다. 잔에 낭만을 담고, 그 낭만을 청춘과 나눌 줄 아는 멋진 사람. 앞으로 그의 살가운 생각으로 빚어낸 글이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길 바란다.

그와 소통하고 싶다면?

정철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cwjccwjc/
정철의 트위터 twitter.com/cwjccwjc

 

이벤트 기간 : 2012년 5월 2일~5월 16일
당첨자 발표 : 2012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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