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유지 | 자랑스러운 한국인

사진_이유진/제19기 학생기자(세종대학교 역사학과)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독도는 당연히 한국 땅이다.”라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 한국을 너무 사랑해 지난 2003년 한국으로 귀화했고, ‘호사카 유지’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는 세종대학교 독도종합연구소장 얘기다. 그의 연구실 책장에는 독도 관련 서적, 일본 고지도, 한일 역사 서적들이 빼곡하다. 그는 어쩌다가 한국에 오게 되었고, 왜 독도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되었을까?

인문학을 사랑한 공학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못 참는 제 성격이 결국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죠.

호사카 유지 교수의 연구실. 왼쪽의 책장을 등지고 서 있는 그의 모습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독도 관련 서적을 편 채 웃음을 머금고 서 있는 모습이 온화해 보인다.
공학과 정치학?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 도쿄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9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하다 다시 고려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국 역사에 대해 더 알고 싶어 1988년 뒤늦게 한국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귀화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던 과거 20대 시절은 어땠을까?

아버지가 플라스틱 렌즈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셨어요. 가업을 잇기를 원하시는 아버지 영향으로 일본의 도쿄대 금속공학부에 입학했죠. 당시 일본에서는 수학을 잘하면 무조건 이공계라는 인식이 강하기도 했고요. 요즘 신입생이 13학번이라고 하는데 저는 76학번이에요. (웃음) 공학부에 입학했지만 처음 1년 반 정도는 교양 과목 수업만 들었어요. 인문계 과목에 관심이 많아 학교 도서관에서 역사, 철학, 종교학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 공부에 관심이 많았는데 생각해보면 전공 공부보다 오히려 역사 공부를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특히 그 당시 일본 잡지를 통해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알게 되었고, 이후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죠. 한일 근ㆍ현대사 공부를 많이 했었습니다.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곧바로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회사에 들어갔다. 요즘 대학생이라면 취업 걱정 없이 곧바로 입사한 그를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돌연 한국행을 선택했다. 아무런 연고가 없던 그가 편안한 길을 놔두고 굳이 한국에서 공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부터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을 통해서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제가 학생이던 시절에 활약했던 많은 사람이 재일교포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요. 요즘 학생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일본 야구계에서 활약한 장훈 선수나 가네다 마사이치(한국명 김정일)는 지금도 일본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들이거든요. 야구뿐만 아니라 역도산, 최배달과 같은 초인적인 힘을 가진 사람들도 모두 재일교포였죠.

카메라 오른쪽을 향해 열정적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호사카 유지 교수의 모습. 손동작까지 취해가며, 한국과의 인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 밖에도 호사카 유지 교수는,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운영하면서 교류한 한국인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을 듣게 되었다. 또 대학에 가서는 재일교포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게 됐는데, 그들을 통해 일본 교과서에서 간단하게 배웠던 한국이 ‘분단국가’, ‘일제 침략’ 등으로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한국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렴풋이, “언젠가는 한국에 가서 공부할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평소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알아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이다.
결국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회사에 다니며 틈틈이 휴가를 내서 한국을 방문해 자신의 한국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해보기도 했다고 한다.

독학으로 한국어 공부를 하려니 정말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더니 제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더라고요. (웃음) 한국에 오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제가 다니고 있던 아버지 회사가 어려워지면서부터였어요. 가업이 기울자 아버지께서는 장남이 아니었던 저에게 다른 것을 해볼 기회를 주셨죠. 그래서 ‘대학원에 들어가 정말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해보자.’는 마음에 한국행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독도 연구는 우연? 운명!

치밀한 분석으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논리를 반박한 책, ‘대한민국 독도 : 일본 논리의 종언’ 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공저
적지 않은 나이에 부푼 꿈을 안고 밟은 그는 한국 땅에서 빨리 적응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썼다. 어학당 선생님이나 대학원 교수님의 강의는 알아들을 만 했지만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생기는 한국 친구들과의 의사소통 문제가 있었다. 또 대학원 입학 전 학부에서 선수 과목으로 들었던 전공과목을 매우 좋아했는데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깊었던 당시 상황 때문에 수업이 없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외국인 유학생으로서 여러 가지 힘들었던 상황을 극복하고 마침내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논문 ‘후쿠자와 유키치와 조선개화파’), 박사(논문 ’일본제국주의의 민족동화정책분석-조선, 만주, 대만을 중심으로’) 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세종대학교에서 일본학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렇다면 독도 연구는 어떤 이유로 하게 된 것일까?

1990년대 후반, 강의 도중 한 학생이 그에게 질문했다. “교수님께서는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라고 생각하세요?” 당시 일본인이었던 호사카 유지 교수에게 장난삼아 던진 말이었다.
호사카 유지 교수의 연구실 겸 독도종합연구소의 문 앞. 격자무늬의 전통적인 문이다. 한국을 사랑하고 연구하는 그의 의지가 투영된 듯하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잘 몰라요. 하지만 저는 계속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독도가 문제가 있는 땅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나 그게 한국 영토인지 잘 몰랐고 일본 영토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요. 결국 답을 주지 못한 저는 그 학생에게 ‘공부해서 정확한 답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998년 세종대학교에 부임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독도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15년 동안 연구했습니다. 처음 4년, 연구하면서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면서 논문도 내고 책도 집필하기 시작했어요. 연구하면 할수록 일본의 주장이 왜곡됐고 독도에 관한 사료들을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2008년, 호사카 유지 교수는 세종대학교에서 ‘역사와 한국의 영토’라는 교양과목을 개설하였다.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것이 당연하다는 구태의연한 강의가 아니다.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독도영유권에 대한 억지 논리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강의이다.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 강의는 학기마다 수강을 하려는 학생으로 가득 찬다.
이 밖에도 그는 학교 내에 ‘독도종합연구소’를 설치하여 독도 시민강좌를 개최하고 있으며 독도 관련 자료 수집, 해외 독도 단체와 교류 등 다양한 독도 사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교에서 독도 강의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 학생들의 독도에 대한 생각은 ‘독도는 우리 땅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냐?’였어요. 하지만 강의를 통해 일본이 이러저러한 잘못된 논리로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며,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고, 한국은 자기네 주장에 반박도 못 하면서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차근차근 설명했죠. 감정적 대응이 아닌 논리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요. 또 ‘독도는 당연히 한국 땅이다.’라는 한국인만의 상식이 세계의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죠.
앞으로는 독도종합연구소를 통해 학생뿐만 아니라 더 많은 국민이 독도에 대해 감정적 대응이 아닌 논리적인 대응으로 일본에 맞설 수 있도록 강연회를 더 많이 개최할 예정이에요. 나아가 일본 국민에게도 진실을 알릴 수 있도록 일본어판 책 출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 학생의 우연한 질문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한 독도 연구. 그는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학자의 입장에서 서로의 시각을 객관적으로 연구했다. 독도에 대해서는 감정적 대응이 아닌 논리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독도뿐만 아니라 동북공정, 종군위안부, 신사참배 문제 등의 다른 역사 문제에도 해당하는 일일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20대 청춘들에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소중한 꿈을 실현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가 20대 시절 바라본 한국은 어쩌면 슬픈 역사를 극복하고 꿈을 향해 달려온 민족으로 비쳤을지 모른다.

‘역사’가 선택과목이 되어버린 요즘.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대학에 입학하는 대학생에게 이런 문제는 더더욱 감정적 대응으로 변질되기 쉽다. 호사카 유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특히 요즘 세대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과 그에 따른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럽젠 독자에게 보내는 호사카 유지 교수의 메시지.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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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정말 멋있어요!!ㅋㅋㅋ 15년간 독도 연구에 매진하시다니... 특히 다른 외국인교수님도 아니라 일본인 교수님에게 한국학 강의를 들으면 더욱 가슴이 뿌듯해지는 게 느껴질 것 같아요. 부럽습니당. 세종대 학생들
  • 오ㅑㅏ...정말 멋지신분이네요 ㅜㅠㅜ 배울점이 참 많은거 같아요... 반성하게 되네요 ㅜㅜ 역시 독도는 우리땅이죠!!!!!!!!!!!!!!!!!!!!!!!!!!
  • 유이정

    일본인들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를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한국을 사랑하고 독도를 생각해주는 분이 계시다니! 한국 사람보다 더 독도에 관심 많은, 더 독도를 연구하는, 더 독도를 우리땅이라고 주장하는 분이시네요. 우리나라 사람들도 솔직히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건 알아도 왜? 우리땅인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교수님 말씀처럼 단순주장보다는 논리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예 이런 역사적 사실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도 많고요.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이라면, 조금 더 올바른 역사 의식을 갖고, 우리 역사, 사회,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부터 실천할께요! +_+
  • 이미선

    강의도 하시고 인터뷰도 이렇게 멋지게 해주실만큼 한국어를 잘 하신다니! 우리나라 역사에 무지하고 정확한 근거도 알지못한 채 그저 "독도는 우리땅"만 외쳐댔던 건 아닌지...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네요 :( 우리역사에 더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겠습니다! 존경합니다 교수님~!!!
  • 팜므파탄

    어려움을 극복하고 소중한 꿈을 실현시켜요 라는 말이 정말 와닿는 기사였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야에 열정을가지고 노력을 하신 교수님처럼, 앞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고은혜

    특히 해외에서는 행동 조심 말 조심해야겠어요. 수많은 한국인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 곳에선 오직 하나뿐인 한국인이니까 나를 보고 한국 전체를 판단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다행히 교수님이 만난 한국분들은 참 좋은 분들이셨나 봐요. 덕분에 한국에 호감이 생기게 되었다니. 저도 그런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거야 할 텐데 :) 그나저나 저도 역사 공부를 이제야 다시 시작하는 역사 초보로서 정말 반성 많이 하게 되었습니당. 소중한 우리 영토를 억울하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뿌리부터 차근차근 똑바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욤. 감정적인 대응은 지양하고 사료와 논리에 근거한 올바른 대응!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기사 잘 읽었습니당! 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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