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누리는 시인, 신현림





안국동에 위치한 아트선재센터의 분위기 좋은 카페. 그곳에서 시인 신현림을 만났다. 이곳은 그녀가 집보다 더 선호하는 그녀만의 작업공간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다. 1996년, 두 번째 시집『세기말 블루스』를 통해 유명작가의 반열에 들어선 그녀는 굉장한 유명세를 떨쳤지만 원래 화가가 꿈인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시인이 될 운명이었다고 생각해요. 원래 화가가 꿈이었고 미대진학을 준비했고 한 학기 다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국문과를 졸업했죠. 끊임없이 샘솟는 감정들과 제 내면의 이야기들을 담으려는 욕구들이 저를 시인으로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학창시절, 우연히 어떤 시 한편을 보게 되었고 ‘이것보단 내가 잘 쓰겠다’는 생각으로 써내려 간 시, 그리 만만치만은 않았단다. 고시공부를 하듯 10년이라는 기간을 투자하니 뭔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지금의 시인 신현림이 탄생했다.

리드문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시가 갖는 의미는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신현림 시인은 베스트셀러로 시집이 뽑히던 그 시절을 기억하며 지금의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도대체 시라는 장르에 어떤 매력이 있길래 과거 우리들은 그렇게 열광했던 것일까?

“시는 당장 물질적인 도움을 주거나 인생을 바꿔주진 않지만 모든 예술의 기본으로 우리 마음과 영혼을 천천히 바꿔가는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영혼을 지켜주는 하나의 버팀목이라고나 할까요? 바람이 불면 유유히 흔들리고 나비도 쉬었다가는, 그런 사람다운 삶을 살게끔 지탱해주는 원동력이 있죠. 또, 시에는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의 보고랍니다.”

시의 특성상, 간결한 표현을 위한 압축과 비유는 필수적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것은 곧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과 직결될 수 밖에 없다. 이전에, 그녀가 한 대기업의 면접관으로 참석했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가 대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단 것을 깨달았던 좋은 기회였어요. 아무리 인상과 스펙이 좋아도 말을 압축시켜 간결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순 없겠죠. 결국 이렇게 표현력이 좋은, 즉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들이 뽑을 수밖에 없어요. 최고의 상상력을 지녔다고 칭송받는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어렸을 때, 형제들과 뭐하면서 놀았는지 아시나요? 바로 ‘시 짓기’ 놀이에요.”

그녀는 어설픈 예술은 독자의 감각을 타락시킨다는 말을 한다. 어설프지 않은, 좋다고 평가 받는 시집 오십 권만 읽으면 시에 대한 안목이 생기고 애정이 생기며 결국에는 많은 상상력을 얻을 수 있다고. 또한 산문과 비교했을 때, 정보위주의 산문보다 좋은 시들은 회자되고 간직되며 길이 기억된다는 것도 시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하나라고 덧붙인다.

사진전 [아 俄! 인생찬란 유구무언], 사진에세이 [나의 아름다운 창], 미술에세이 [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 미술], 치유성장에세이 [내 서른살은 어디로 갔나], 동시집 [쵸코파이 자전거], 역서 [비밀엽서] 시리즈, [러브 댓 독] 등을 출판하며 시와 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미술까지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그녀는 전방위적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림에 소질이 있어 미대를 꿈꿨었어요. 결국 국문학을 전공하며 모든 예술은 한 곳에서 만난다는 사실을 느꼈죠. 학창시절 알고자 하는 욕구로 가득 차, 기본 필독서부터 학문 전집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어요. 탐구하면 할수록 안목 또한 넓어지더라구요. 왜 시와 사진이냐구요? 소설과 영화처럼 시와 사진은 서로 닮아있어요. 스쳐 지나가는 한 순간의 인상을 자기만의 이미지와 목소리로 그린다는 뜻에서요. 비록 그 시간에 국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살아 숨쉬게 되죠.”

세 번째 사진전을 준비 중에 있다는 신현림 시인은 상명대 디자인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그녀의 사진은 전부 주제가 명확했으며,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그들의 슬픔을 치유하는 힘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의 기술적인 면만을 중시했던 기자의 생각을 뒤엎는 순간이었다.

“인생의 반을 살아왔고 많은 책도 냈어요. 세상의 그 많은 일들속에서 내 책 속에 담은 말들을 떠올리며 과연 인생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무얼까?를 생각했어요 저는 ‘아’인 것 같더라구요. 태어나고 죽을 때 하는 말,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터져나오는 말, 괴롭고 슬플 때도 토하는 말, 나 我 를 뜻하는 아. 결국 모든 사물과 모든 사람들은 다들 자기얘기하기 바쁘고 자기를 젤 중요히 여기죠. 그런 의미서 아<아!我> 였죠.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인생은 찬란하며, 유구무언이란 것이죠. 그런 뜻에서 제가 만든 조어입니다.”

작년 7월, 6년간의 긴 침묵을 깨고 시집 ‘침대를 타고 달렸어’가 출판되었다. 이 책에는 오랫동안 앓아오신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 ”딸아, 너도 사랑을 누려라”에 담긴 그녀의 애틋함이 여러 시에 녹아 있다. 그녀에게 침대는 ‘태어나 사랑하고 죽어갈 공간’이기도 하고, ‘팽이가 돌 듯 머리 돌 일로 꽉 찬 슬픈 인생을 도는 이동수단’이기도 하다. 이 침대를 타고 날며 상처와 상실감에 매여 사는 현대인들의 고뇌와 염원을 풀고 싶었다고 전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신현림 시인이 대학생들에게 충고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말을 꺼낸다.

“여러 가지 이유들로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학생들을 많이 봐요. 제 학창시절에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이 없었고 과외까지 금지되는 바람에 공부에 매진할 수 밖에 없었죠. 결국 이렇게 공부하던 시절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해요. 공부도 때가 있다고 하는 만큼, 아르바이트의 비중을 줄이고 본인의 큰 꿈을 향해 갔으면 해요.”

욕심이 많은 만큼 하고 싶은 일이 너무도 많다는 신현림 시인. 딸아이로부터 영감을 얻은 동시가 최근 교과서에 실렸단다.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아동물’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녀로부터 문득 목표 없이 지내왔던 기자의 그간의 시간들이 창피하게 느껴졌다. 이번에 출간된 시집과 앞으로의 사진전 등을 통해 제 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길 기대해본다!

글/사진 :이지담/15기 학생기자

서울시립대학교 컴퓨터과학부 05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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