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춘┃평범함을 찬미하는 명랑 감독


그녀는 한 마리의 연어 같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영상의 세계에 빠져든 후 대학교에서 생뚱맞은 법학을 공부하며 유랑하다가, 그녀는 다시 대학원생의 신분으로 영상의 품에 회귀했다.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수고로움을 받아들인 그녀의 선택은 오히려 영화란 거친 길을 오래 걷기 위한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었을 뿐. 다시 충천된 배터리를 장착한 그녀의 카메라는 언제나 대기 중이다.

법학도의 뷰파인더, 세상을 담다

중학교 시절, 한 통신회사의 광고가 주었던 시각적 충격은 그녀를 ‘하자센터’ 영상 작업장과 한국애니메이션 고등학교(이하 애니고)의 영상연출과로 이끌었다. 애니고 시절, 자신의 첫 영화가 극장에서 웃음꽃을 피우며 상영되는 순간, 그녀는 영화와 한몸이 되는 신의 경지를 경험했다. 자, 이리 보면 그녀의 예상된 순서는 대학교에서 예술 및 영상을 전공하는 것. 하지만 그녀는 지금이 아닌 먼발치를 생각했기에, 과감히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잠시 접고 가장 문외했던 법학을 선택하게 되었다.

일단 제가 애니고에서 영화를 접했기 때문에, 전혀 모르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대학교 때 안하면 평생 기회가 없을 것 같았죠. 또 자기 작품을 만드는데 전공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노력이나 경험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그녀는 이 시절 영화학도가 아닌 법학도로서 재밌고 야무지게 젊음을 불태웠다. 학생회 활동과 시위, 헌법연구회 회장 활동, 모의재판, 여름 농활 등 영화와 좀처럼 관련없어 보이는 활동을 했지만, 실상 이런 법과 사회가 녹아있는 전공의 자양분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다큐멘터리 <알바당 선언(2008)>이나 <미얀마 선언(2010)>를 만들게 되었다.


재미와 편안함은 영화의 원동력

법대에서 영화의 동지가 있을 리 없었다. 이는 곧 그녀가 캠코더 하나만으로 독불장군식 다큐멘터리를 찍은 이유가 되었다. 그녀가 지켰던 영화의 철칙은 ‘가장 평범한 것이 특별하다.’라는 것. 항상 거대한 담론에 대해 진지하게 읊조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를 처음에 시작할 때 나와 내 주변의 평범한 이야기에서 출발해요. 그런데 내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만들고 보니, 결국 사회의 이야기더라고요. 그리고 형식적으로는 최대한 다큐멘터리답지 않게, 최대한 편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너무 강하게 내 주장을 펼치거나 인상을 쓴다고, 그 의도가 잘 전달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힘이 들어간 영상보다는 편안하고 재미있는 쪽을 선호하는 그녀. 영화를 풀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재미와 편안함’은 그녀의 영화 인생에서 꾸준히 안고 가는 성격이다. 현재 영상원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다큐멘터리는 혼자만의 작업이지만, 영화는 공동 작업이잖아요. 같이 만드는 재미가 있어요. 영화<행운동 껌소년(2011)>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김다린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고요. 작가와 촬영 감독, 미술 감독 등 스태프와 함께 어떤 영화를 찍을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점점 더 나아지는 과정이 즐거워요.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 항상 재밌고 유쾌하진 않은 법. 그녀가 단편 촬영을 감행할 땐 20명의 스태프와 배우를 인솔해 허둥거리지 않도록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하고, 밤샘 촬영과 편집 탓에 늘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를 시험당했다. 그래도 부족한 돈만큼 힘겹진 않았다.

아직 학생이다 보니, 힘든 이유의 99.9%가 돈이죠. 대학교 때는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고, 작품을 만들어 운 좋게 상금을 받는 일도 있지만 새 작품의 제작비로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거든요. 생활비도 벌어야 하는데 작품은 만들어야겠고, 다른 일은 하기 싫은데 이러다가 뭐 하나도 제대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능력이 모자란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녀를 만든 팔 할은 3S(소소함, 사소함, 사람)

최신춘의 최대 매력은 화려한 것보다는 소소한 것을 좋아하고, 거대한 것보다는 사소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며, 늘 주변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천성상 평소 주변과 주변인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여행을 가더라도 화려한 곳보다는 유적지나 농촌을 선호하면서 그곳 주민의 소소한 모습을 구경하기를 좋아한다. 사람 위에 살고, 사람 아래 사는 그녀는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를 중요시할 수밖에 없는 것. 소소함, 사소함, 사람 이 3S를 뼛속까지 생각하는 그녀는 화려한 성공만을 종용하는 사회와 스펙을 쌓으려고 이기적으로 변질한 우리 세대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우리 세대가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건 좋지만, 잘 안될 때마다 패배자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너무 안타까워요. 가장 팔팔하고 똑똑한 우리 20대를 사회가 무서워했으면 좋겠는데 그 반대잖아요. 현기증이 나요. 20대의 생산력을 낭비하게 하는 사회에 대한 목소리도 높이고 뭉쳤으면 좋겠어요. 너무 개인적으로 살지 말고요. 혼자 노력하고 혼자 성공하고 혼자 절망하고••• 너무 슬프잖아요.

대부분 청춘이 비참한 현실에 울음을 토해낼 때, 그녀는 비관하지 않고 웃음으로 토해냈다. 그녀의 레이더는 오직 사람을 향하며 그동안 쌓아온 긍정을 영화를 통해 같이 공유하는 듯했다. 그녀의 사소함을 발견하는 시선은 다 풀린 태엽 인형처럼 멍하게 인생을 흘려보내는 이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롭 라이너 감독을 꿈꾼다. 보편적인 화법으로 여러 장르를 솜씨 있게 만들며 영화란 한우물을 팔 예정이다. 자신과 주변,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의 관계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최신춘. 누구나 갈 순 있지만 아무나 지속할 수 없는 그 길 속에서, 영화 감독이란 그녀의 명패를 오랫동안 보길 소망한다.

Profile

1986년 생
2005년 한국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영상연출과 졸업
2010년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 전공 졸업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 전문사 영상원 영화과 입학

Filmography

2003년 오렌지 마말레이드(6mm, 12분, 극영화, 2005 부산국제영화제 청소년작품 섹션)
2004년 그녀에게 생긴 일(6mm, 14분, 다큐멘터리, 2004 인디다큐페스티벌 국내 신작전)
더덕구이(HD, 20분, 극영화, 2005 DMZ 대학생 창작영화제 동상)
2005년 부기우기(6mm, 12분, 극영화, 2005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본선)
2008년 알바당 선언(6mm, 18분, 다큐멘터리, 2008 대학생 영상공모전 대상, 2009 인디다큐페스티벌 국내 신작전)
2009년 멤버쉽 트레이닝(6mm, 19분, 극영화)
2010년 미얀마 선언(인디다큐페스티벌 개막작•국내신작선, 2010 OBS 꿈꾸는유 영상페스티벌 다큐멘터리 부분 우수상, 2010 국제대학생평화영화제 본선 상영, 2010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본선상영)
2010년 가장 보통의 후라보노(제2회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SIFF)‘EOS MOVIE 촬영상’, 제2회 오프애프리 국제영화제 초청, 제13회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
2011년 행운동 껌소년(제13회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

그녀를 만나고 싶다면

http://filmisdead.tistory.com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 최신춘 감독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기사였어요. 최신춘 감독 영상들이 궁금하네요!

소챌 스토리 더보기

안산 다문화거리 궁금해?

한국 영화 퀴즈쇼 무비Q with LG글로벌챌린저 Action팀

너의 최애는

LG-KAIST 영어과학캠프

가을맞이 문화재 야행

웹툰 [자취생 생활만족 향상템]

강의실 밖 진짜 수업, 겟잇프레쉬 윤성민 대표

20대 양우산 추천템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