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 에디터

관객이 영화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뭘까? 바로 예고편. 어찌 보면 영화의 성공 여부는, 관객을 극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약 3분간 예고편의 성패에 달려 있다.

출처 : 조선일보와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 무비가 실시한 ‘2011 한국 영화 지표 조사’

생각해보면 우린 3분의 예고편에 영화 선택을 좌지우지하곤 한다. 예고편에 매료되어 할 일을 제쳐놓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원작 소설을 보고 기다려온 영화의 예고편이 흥미롭지 않아 1년을 기다린 영화를 간과하기도 한다. 2시간짜리 영화의 1분짜리 조미료인 예고편의 마력은 이 예고편 에디터의 손에서 태어난다.

예고편 제작? 영화와 광고의 경계에서 줄타기

3분짜리 예고편을 만들기 위해 예고편 에디터들은 날것의 영화를 수백 번 돌려봐야 한다. 여기서 날 것이라 함은 우리가 영화관에서 보는 깔끔하게 편집된, 음향효과 빵빵한 영화가 아니라 촬영장에서 바로 날아 온 편집 전의 영상들이라는 의미다. 약간은 보기 힘들기도 하지만 촬영장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편집 전의 영화파일을 적게는 수십 번에서 많게는 수백 번까지 다시 보면서 예고편 에디터들은 예고편을 제작한다. 한 편의 예고편이 나올 때 까지 영화촬영관계자, 스폰관계자, 마케팅 관계자 등 수 많은 관계자들과의 여러 번의 회의를 거치고 거듭되는 수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본 예고편 외에도 메이킹 필름, 티저 예고편 등 여러 종류의 예고편들을 따로 제작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다. 요즘 관객들에게 영화선택기준에서 비중이 예고편이 가장 큰 만큼 영화사에서도 예고편에 거는 기대감이 크고 영화 광고의 대부분이 예고편에 의해 진행되므로 예고편 제작은 영화와 관련된 그 어느 작업보다도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생각된다.

영화산업의 숨은 보석이 되기 위한 길

현재 우리나라 예고편 제작의 규모는 10여 곳 정도의 전문 예고편 제작 업체에서 매년 1백80여 편의 영화 예고편을 제작하는 정도. 예고편 에디터로 종사하는 사람은 대부분 대학 때 영화나 시각디자인, 방송영상과 같이 영상관련 전공을 이수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공보다 더 중요한 건 예고편 제작을 위해 필요한 영상편집, 디자인, 음향편집, 음악 등에 대한 감각의 유무! 3분 안에 관객을 매혹하려면 노력만큼이나 타고난 감각도 중요하다. 예고편 에디터가 보통 사무직처럼 인원을 많이 요구하는 직업이 아닌 만큼 대부분 회사에서 공채보다는 수시모집으로 신입을 뽑고 있다. 이 구인 정보는 영화진흥위원회나 필름메이커스, TVCF와 같은 영화관련 홈페이지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MINI INTERVIEW
예고편 제작사 Key maker 정상화 프로듀서의 예고편 에디터 탐구

열정과 아이디어가 버무려진 3년 차 예고편 에디터 정상화. 영화 <오싹한 연애>, <평양성>에 이어 최근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던 영화 <최종병기, 활> 등의 예고편 제작을 맡은 그는 젊고 유능한 젊음이었다.

예고편 에디터 정상화 씨

럽젠Q : 지금의 예고편 에디터가 되기 전, 정상화 씨의 학창시절은 어땠나요?

저는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나왔는데요, 연출과 영상을 좋아하고 특히 영상 편집을 너무 좋아하는 학생이었어요. 친구들과 단편영화를 제작하기도 하고 교수님을 따라 워크숍도 다니면서 수업도 수업이지만 수업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항상 노력했었죠. 그러던 중 방학 때 한 교수님께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예고편을 만드는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그때 저는 거기서 자막을 넣는 작은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덕에 예고편 에디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아요.

럽젠Q :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에서 나오는 에디터 만큼 돈을 많이 버는지 궁금해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영화업계 내에서는 많이 받는 편이에요. 근데 그만큼 버는 대신에 항상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야 하죠.

럽젠Q : 예고편 에디터를 하면서 언제 가장 힘든가요?

보통 한 영화의 예고편이 나오기 위해서는 4~5개의 예고편이 제작돼요. 여러 개 만든 다음에 영화와 관련된 각종 관계자가 모두 모여서 예고편을 보고 가장 적합한 1개를 선택하는 방식이죠. 이 많은 예고편을 만든 뒤 의견이 나올 때마다 조율하고 수정할 때,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일하면서 배우는 게 많고 이렇게 노력해서 만든 예고편을 영화관에서 딱 본 순간의 희열 때문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정상화 씨의 예고편 작업 모습

럽젠Q :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본인만의 특별한 예고편이 있나요?

<평양성>이라는 영화 예고편을 만들 때였어요. 영화 예고편 제작에서 거의 마지막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리 mixing 작업단계였는데, 예고편에 등장하는 단역 중 한 분의 대사가 너무 지저분하게 녹음된 상태라서 도저히 예고편에 내보낼 수가 없더군요. 다시 녹음하자니 단역 분이니 신원확인도 안되고 도저히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고요. 그래서 급한 대로 회의하던 사람 중에 누가 녹음을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그때 회의실에 있던 다른 관계자가 전부 여자여서 유일하게 남자였던 제가 그 목소리를 대신 녹음했어요. 하하. 그래요. 제 목소리가 예고편에 실리게 된 거죠. 당시에는 당황스러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기고 재밌어요.

럽젠Q : 예고편을 제작하던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최종병기, 활>을 본 분들은 아실 텐데, 영화 중간에 만주어가 등장해요. 만주어는 중국말이랑도 다르고 쓰는 사람도 극히 드문 언어이죠. 예고편 제작을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거듭하면서 영화를 수백 번씩 보다 보니 나중엔 팀원들이 다 만주어 대사를 외우게 됐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저희끼리 만주어 대사로 얘기하면서 장난치던 기억이 있어요.

럽젠Q : 존경하는 예고편 에디터가 있나요?

박수란 감독님과 남화정 감독님이요. 이분들이 현재 예고편 제작 계에서는 1세대 감독님으로, 제가 이 일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지존이던 분들이죠. 특히 남화정 감독님은 저에게 예고편 제작의 많은 팁을 주셨어요. 예를 들면, 예고편도 마치 사람을 보는 것과 같이 처음과 끝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 우리가 보통 사람을 볼 때 앞모습 뒷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잖아요. 그래서 예고편도 유행 예감이 드는 대사 같은 것을 맨 앞에 넣어서 강렬하게 첫인상을 주도록 노력하라는 교훈이었어요. 지금도 열심히 지키고 있고, 저도 오래오래 예고편 제작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인지 항상 박수란, 남화정 감독님을 존경하고 있답니다.

설명 중인 정상화 씨

럽젠Q : 예고편 에디터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이것 만은 꼭 하라고 조언한다면요?

저는 수업 시간만큼이나 수업 외 시간을 알뜰하게 이용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먼저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명확한 인지를 한 후에, 방학처럼 시간이 많은 기간에는 계획을 잘 짜고 빈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해요. 예고편 에디터를 꿈꾼다면 방학 때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죠. 평상시엔 사진이나 카메라랑 친해지기 위해 출사를 자주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예요. 전시회 등을 많이 다니면서 문화예술과 친근해지는 것도 필요하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고편 에디터라는 이색적이면서도 화려해 보이는 직업의 뒷면에는 그 화려함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충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해요. 1분 30초짜리의 예고편을 위해 밤새 작업하고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스트레스를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죠. 물론 이런 스트레스는 예고편을 다 만들고 나면 싹 날아갈 테지만, 그 과정의 어려움은 직업을 갖기 전 꼭 고려해야 할 대상이에요.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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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선배님이다!!!+_+// 넘 멋지세요
  • 저도 영화를 너무 좋아하고 특히! '로맨틱 홀리데이'에 나오는 예고편 에디터가 너무 멋있게 나와서 한 때 꿈이였는데! 실제로 기사로 접하게 되니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ㅎ 더 많은 기사 부탁드릴께요~ ㅎ
  • 이소연

    @진장훈기자 - 감사합니다 ^^ 예고편 3분 만드는데 한달도 더 걸린다고 하시더라고요 ㅎㅎ
  • 럽젠집착남

    요즘 영화 개봉하면 (특히, 한국영화) 평점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가 많이 있는데... 아마 관계자들이나 알바생들이 높이는 거겠죠? 그래서 저도 영화 예고편을 통해 가늠해보고는 한답니다. 영상은 1시간 만드는 것보다 1분 만드는게 더 어렵듯이, 예고편을 만드는 과정도 고될 것 같네요. 기사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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