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소믈리에가 추천하는 따뜻한 차 한 잔 어떠세요?

색과 향, 맛이 다른 5개의 차를 감별하고 있는 모습. 작은 그릇에 여러 종류의 차를 담아놓고 이를 한 스푼씩 떠 보고 있는 모습이다.
그대여,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해줄 차 한잔을 내게 준다면 내가 당신을 더 잘 이해할 텐데.
-찰스 디킨스-

서먹한 누군가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을 때, 혹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싶거나, 중요한 이야기를 선뜻 꺼내기 힘들 때에도 ‘차’는 아주 좋은 매개체가 된다. 아무리 장황하게 늘어진 화려한 말일지라도, ‘차 한 잔 하실래요?’라는 짧은 한마디가 담고 있는 여운을 대체하기는 힘들 테니 말이다.

사진제공_정승호/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대표
유리잔과 유리 주전자에 담겨 있는 차를 촬영한 사진이다.

만약 당신이 차보다는 커피가 조금 더 익숙하다면, 이번 기회에 다채로운 차의 세계에 눈길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수천 가지나 되는 차의 종류, 그 중에서 당신의 마음에 와 닿는 차를 찾게 된다면, 잠시 일상의 바쁜 끈을 내려놓고 편안한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여행을 위해 당신에게 어울리는 차를 추천하고, 찾아주는 이들, 티소믈리에를 만나보자.

Mini INTERVIEW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대표 정승호 티소믈리에

10여 년간 차를 연구하고, 사랑해 온 정승호 티소믈리에. 그가 있는 강남구 신사동의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은 차의 맛과 향을 연구하고, 이를 감별하는 다양한 훈련을 통해 차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다. 교육과 연구, 관련 분야의 책도 출판하는 이른바, 국내 최초의 ‘차 전문학교‘인 셈.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깔끔한 분위기가 그들이 사랑하는 차와 썩 닮은 곳이었다. 벽에 즐비하게 늘어선 이곳의 차들은 300~400여 종류나 된다고 하니, 녹차나 홍차를 비롯해 기껏해야 10개 정도 떠올릴 수 있는 우리에게는 가히 엄청난 수이다. 차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은은한 그 향기를 즐길 줄 아는 정승호 티소믈리에를 통해 지금부터 그 오묘한 세계를 ‘차차’ 알아보자.

벽을 가득히 채우고 있는 여러 종류의 차 박스와 정승호 티소믈리에의 모습.
벽을 가득히 채우고 있는 여러 종류의 차와 정승호 티소믈리에.

럽젠 Q 티소믈리에는 어떤 일을 하나요?

“많은 사람이 ‘차’ 하면 녹차, 홍차 정도만 알고 있는데, 차의 종류는 상당히 다양합니다. 티소믈리에는 그런 차의 세계를 제대로 알고, 다양한 맛과 향, 특징에 대한 풍부한 지식으로 고객에게 어울리는 차를 추천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새로운 음료를 개발하는 과정에도 참여하고 있고, 연구도 하고 있죠. 티소믈리에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늘고 있는 추세예요. 와인을 예로 들면, 예전에는 사람들이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와인이 산지와 품종별로 다양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시장이 확장되었죠. 이에 못지 않게 무궁무진한 차의 세계를 많은 사람들의 삶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럽젠 Q 차를 잘 추천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시나요?

“사람마다 어울리고, 맞는 차가 다 달라요.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종류의 차를 마셔도 어떤 이는 아주 좋아하고, 또 어떤 이는 질색하거든요. 그 부분을 잘 찾아내려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봐야 해요. 재미있는 건, 어떤 차를 좋아하는 이유와 싫어하는 이유가 같은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누구는 향이 강해서 좋고, 누구는 향이 강해서 싫은 것처럼요. 그 사람에게 좋은 차, 그 정답을 찾아 좁혀나가는 과정이 중요하죠. 하지만 사람과 상황에 어울리는 차를 마셨을 때 나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차, 그게 바로 ‘좋은 차’라는 사실이 핵심이에요.”

그릇에 놓여져 있는 여러 가지 차와, 차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도구의 모습, 병에 담긴 차의 모습 등이 순서대로 촬영된 사진.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에서 만난 여러 가지 차의 모습.

정승호 티소믈리에의 이름 앞에는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국내 1호 티소믈리에’가 바로 그것. 국내 1호라는 수식어는 엄청난 영광과 동시에, 어찌 보면 새 지평을 열기 위한 노고 또한 만만치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처음에는 그저 막연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그는, 10여 년 전, 모두 커피에 대한 붐으로 움직일 때, 다른 시각을 가지고 시선을 돌렸다. 의외로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이 30~40% 정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피에 비해 차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그는, 그렇게 차를 공부하며 차와 함께 걷게 되었다.

럽젠 Q 차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차는 어마어마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요. 종류도 많지만, 각각이 가지고 있는 깊이도 있죠. 게다가 차는 종류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과 효능이 너무나 다양해서, 많은 사람의 기호를 맞춰줄 수 있어요. 그래서 어느 하나로만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차예요. ‘차 한 잔 하시죠?’ 하는 말이 곧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의 시작인 거잖아요. 혼자 있는 시간에는 또 그 나름의 여유를 느낄 수 있고요. 각성 효과가 강한 커피는 한 번에 사람을 쭉 잡아 끄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면, 차는 오랫동안 편안한 여유를 즐기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차를, 오랜 시간 같이 갈 수 있는 친구라고 하고 싶네요(웃음).”

차의 향기를 맡고 있는 정승호 티소믈리에의 모습. 그의 앞에는 다양한 종류의 차가 유리종지에 담겨 있다.
차 향기를 맡고 있는 정승호 티소믈리에.

럽젠 Q 앞으로 차 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떨까요?

“일단 현재를 보면, 국내 차 시장은 아직까지 여러모로 굉장히 미약해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의 차가 국내에 들어오기 어렵다는 거에요. 관세도 그렇고, 식품 관련 검사 비용도 너무 많이 들고요. 직구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사실 이게 우리나라 차 산업을 죽이는 것 중 하나예요. 그렇게 들여오는 게 싸니까, 국내에서 직접 차를 유통하는 사람들은 소외당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우리나라가 현재 여러 분야에서 굉장히 시장을 많이 개방했는데, 유일하게 개방하지 않은 게 바로 차 시장이에요. 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부분들이 개선되어야 하죠.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는 이런 장벽들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 차들도 자랑스럽게 세계에 소개할 수 있고, 해외의 좋은 차들을 가져와서 재가공해 다시 수출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겨요. 그 부분만 개선된다면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발전 가능성은 정말 어마어마하죠.”

색과 향, 맛이 다른 5개의 차를 감별하고 있는 모습. 작은 그릇에 여러 종류의 차를 담아놓고 이를 한 스푼씩 떠 보고 있는 모습이다.
색과 맛, 향이 다 다른 차를 감별하고 있는 모습.

럽젠 Q 티소믈리에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전 세계 역사와 문화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차 문화가 정말 다르거든요. 저도 차를 연구하면서 굉장히 많은 지역을 다녀봤어요. 차를 보면 그 나라, 그 지역의 문화를 보는 데에 큰 도움이 돼요. 저는 사실 음식보다도 차가 그 역할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특정 문화에 대한 음식은 사실 거리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 반면, 차는 그런 제약이 적거든요. 차는 그 지역만의 향과 맛을 엿보는 데에 좋은 정보를 주니까, 차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면서 세계를 보면 그 시각이 조금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주 재미있어요.”

티 전문가 수업을 받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을 가르치는 정승호 티소믈리에의 모습.
티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을 교육하고 있는 정승호 티소믈리에.

티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맛을 감별하는 테이스팅 훈련을 받아야 한다.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에서는 3개월간 100여 가지 정도의 테이스팅 훈련을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여러 프로그램들을 통해 교육을 받으면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그렇게 이곳을 통해 양성한 티 전문가의 수만 해도 250여 명 가량 된다고 한다. 관심 있다면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의 홈페이지를 참조하시길. (www.teasommelier.kr)

럽젠 Q 좋은 티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누군가에게 어울리는 차를 정말 딱 맞게 추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죠? 그러려면 그 사람의 마음도 봐야 하고, 상황도 읽을 줄 알아야 해요. 사실 바쁘게 살아가는 이 시대에서, 작지만 큰 기쁨을 줄 수 있는 건 그렇게 많지가 않아졌어요. 아무리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아도 여유가 없으면 행복하지 않죠. 그런 여유들을 차에서 찾을 수 있어요. 또한, 차는 동서양의 교류에요. 모든 차 종류는 사실 중국에서 시작을 했는데, 그 문화는 유럽에서 붐을 일으켰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표준화되어 세계로 돌아왔고요. 전 세계에서는 그래서 유럽의 스타일을 많이 따르고 있어요. 동양은 산지에서 가지고 있는 차의 문화지만, 생활과 밀접한 차 문화는 유럽의 것이 많아요. 그래서 티소믈리에는 동양과 서양을 다 이해해야 하는 것도 꼭 필요해요.”

인터뷰 중인 정승호 티소믈리에의 모습.
차분하게 인터뷰하고 있는 정승호 티소믈리에.

럽젠 Q 정승호 티소믈리에께서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시나요?

“세계적으로 저희같이 차를 전문적으로 폭넓게 다루는 곳이 많지 않은데, 소비자들에게 차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저희 같은 연구원들이 더 체계적으로 잡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세계적인 교류도 할 수 있고, 다른 지역들에도 차 문화에 대한 지표를 세울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사실, 차를 생산하는 지역은 잘 사는 곳이 많지 않아요. 반대로 차를 소비하는 지역은 잘 살지만요. 소외된 그런 계층의 문화도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딱 그 중심역할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아주 커요. 전 세계의 차가 우리나라로 와서, 우리나라를 통해 유통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국 사람들에게 차는, 집에서 즐기는 소풍과도 같다는 말이 있다. 차를 사랑하는 영국인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차는 마시는 이로 하여금, 누군가에게는 잠시나마 따뜻한 휴식을 제공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말없이 위로가 되어준다. 한 모금 입에 머금고, 그 향이 은은하게 퍼질 때쯤이면 당신도 오랜만의 여유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길. 너무 앞만 보고 바쁘게만 달려갈 필요 뭐 있으랴. 헉헉거리며 달려가다 쓰러지기 전에, 스스로에게 차 한잔 건네는 작은 선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차를 알고, 차를 사랑하는 티소믈리에, 그들은 어쩌면 사람들에게 소박한 느림을 선사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차 한잔 하실래요?

TIP BOX
정승호 티소믈리에의 추천 차!

① 비가 오는 날, 기분이 우중충하다면? 기분이 꿀꿀할 때는 백차가 아주 좋아요. 기분이 맑아지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②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녹차에, 망고 향을 비롯한 열대 과일 향이 섞여있는 것은 굉장히 이국적이에요. 신비로운 느낌을 주면서, 차를 통한 이야기 소재도 생길 수 있어요.
③ 꿀 피부를 갖고 싶다면? 미용을 위한 대표적인 차, 루이보스를 추천해요. 피부와 아토피에 좋습니다
④ 연인과의 달달함을 원한다면? 체리 향이나 망고 향, 초콜렛 향이 들어간 홍차가 최고!
⑤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싶다면? 마음이 상처를 입었거나, 실연 당했거나, 화가 나 있을 때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싶다면 레몬 버베나를 추천합니다.
⑥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면? 시나몬과 홍차는 모두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나몬이 들어간 홍차를 먹으면 좋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차로도 많이 나오는 차랍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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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꿀피부ㅠㅠ 루이보스티 꼭 마셔봐야될듯!
  • 정신을 맑게하는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지고 싶네요 저도 ^^
  • 힘내

    티 소믈리에가 있는지 몰랐는데 와, 저도 차에 대해서 잘 알고싶어요ㅠㅠ맨날 커피만 마시니..레몬 버베나 어디서 구할 수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카페에서 못본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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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진

    저도 요즘 카페에 가면 커피 대신 차를 마시는 것이 더 좋더라구요! 레몬 버베나는 저도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꼭 마셔보고 싶어요~ ㅎㅎㅎ

  • 이미선

    티 소믈리에라니 처음 듣는 직업인데 완전 흥미롭네요ㅎㅎ 사진이 너무 예뻐서 들어왔다가 기사보고 한번 더 감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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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진

    처음 들으셨는데 흥미로워하시니 뿌듯하네요~ㅎㅎ 맛과 종류, 색과 향이 모두 천차만별인 차의 세계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시면 이 겨울, 따뜻하게 보내실수 있을거에요! 감사합니다~

  • 최동준

    추운 겨울날 더 생각나는 따뜻한 차. 저번에 워터소믈리에를 다룬 기사도 재밌게 보았는데 티소믈리에 정말 멋진 직업이네요. 티전문가의 티를 고르는 팁까지. 유용한 기사네요!:) 잘봤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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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진

    저도 티소믈리에님을 만나고 나서 커피보다는 차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유용하게 보셨다니 다행이에요ㅎㅎ 감사합니다!

  • 요즘에는 차 종류가 무척 다양하죠
    차한잔 하자는 의미 꼭 커피가 아니어도 ~
    여러 차를 마실수 있어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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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진

    그 종류가 수천가지나 된다고 하니 정말 다양하죠~ 신해솔님도 추운 겨울, 지인과 따뜻한 차 한잔 하시면서 좋은 시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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