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시장의 접점을 모색하는 사람들

“곤아 너 아냐? 별은 말이지 혼자 빛나는 빛은 거의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 영화 <라디오 스타(2006)> 중, 과거 인기 스타 최곤에게 그의 매니저가 하는 대사

다섯 개의 그림이 일렬로 걸려있다. 한 예술작품이 미술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어떤 손길을 거칠까.

혼자 빛나는 별이 거의 없듯, 홀로 빛나는 사람도 드물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아직 빛 보지 못한 예술 작품을 다듬어 세상에 드리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건 그래서다. 각자의 빛으로 예술을 빛내는, ‘예술과 시장의 접점을 모색하는 사람들’을 찾았다.

미술품이 매매의 대상이 된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미술 시장에서 작품은 ‘상품’에 가깝다. 그러나 이는 편의점에서 쉽게 집고 내려놓는 그것과는 다르다. 미술품은 고유의 가치를 담고 있기에 그 가격을 결정짓기가 모호하다. 시대에 따라 선호하는 안목이 달라지면서 미술품에도 ‘유행’이 생기기 마련인데, 시대의 안목을 사로잡으면 그 작품의 가격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기도 한다. 그래서 작품을 구매하는 건 감상의 기쁨을 누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시장에서의 가치, 즉 ‘얼마나 투자 가치가 있는가’를 따지는 것은 어느새 작품을 구매할 때 고려할 중요한 사항이 되었다.

예술과 시장의 접점을 모색하는 사람들 ① 아트 컨설턴트(Art Consultant)

‘컨설턴트(Consultant)’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상담가’ 혹은 ‘자문가’쯤 되겠다. ‘아트 컨설턴트(Art Consultant)’란 작품 구매 과정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클라이언트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작품의 시장 가치를 예측하는 안목도 중요하다. 따라서 아트 컨설턴트에게 미술사, 역사, 철학적 소양뿐 아니라 사업 감각은 필수다.

예술의 도시라는 미국 뉴욕에서 15년 간 아트 컨설턴트로 일해온 사람이 있다. 아트 컨설턴트 크리스티나 강(강희경)씨는 당돌한 ‘젊은 동양인’으로 미술 시장에 얼굴을 알리더니 서서히 이 영역에 자기 발자국을 내기 시작한다. 현재 <아트 패러다임>이라는 아트 컨설팅 회사의 대표로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Mini Interview
아트 컨설턴트 크리스티나 강

아트 컨설턴트 크리스티나 강씨가 테이블에 걸터 앉아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원피스를 입고 긴머리에 웨이브가 남아 있다. 붉은 색 립스틱으로 얼굴에 혈색을 더했다. <아트 패러다임> 대표이자 아트 컨설턴트 크리스티나 강

럽젠Q 아트 컨설턴트가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트 컨설턴트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에요. 작품을 ‘상품’으로 보고 접근하죠. 클라이언트가 좋은 작품을 살 수 있도록 제안해드리는 거예요.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듯, 클라이언트의 상태를 진단하고 이에 맞는 작품을 처방해드리는 거죠.”

럽젠Q 클라이언트와의 상담 과정은 어떠한가요?

“가장 처음 작품 구매의 목적을 물어봅니다. 콜렉션을 위한 것인지, 인테리어를 위한 것인지, 투자를 위한 것인지 등이요. 그리고 클라이언트의 예술적 취향을 물어보죠. 어두운 메시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밝고 예쁜 작품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예산을 책정한 후 그에 맞는 작품을 추천해드리죠.”

럽젠Q 아트 컨설턴트, 아트 딜러, 아트 어드바이저…. 예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이 직업들은 어떻게 다른가요?

“아트 딜러, 아트 어드바이저, 아트 컨설턴트 모두 비슷한 업무를 맡고 있어요. 그런데 흔히 ‘아트 딜러’라고 하면 갤러리 운영자를 말해요. 이들은 주로 대중을 대상으로 전시와 판매하는 업무를 맡고요. 주 고객은 개인 혹은 기업이지요. 반면에 아트 컨설턴트는 개인 오피스에서 일하죠. 골목 맛집을 아는 사람만 찾아가듯이 작품 구매를 원하는 분이 직접 찾아와 조언을 받고 구매를 합니다.”

럽젠Q 작품을 보는 안목이 중요한 직업인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정말 많이 봐야 해요. 책, 작품, 사람을 많이 보고 느껴야 하죠. 그러나 많이 본다고 능사는 아닙니다. 자기 시간을 갖고 이를 정리할 줄 알아야 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 클라이언트가 좋아하는 것’을 구분할 줄 기준을 가져야 하니까요. 요즘 인터넷, 스마트폰에 정보가 넘치잖아요. 특히 이런 환경에선 메모를 하면서 유행을 꿰뚫고, 자기 관점을 정립해야 해요.”

아트 컨설턴트 크리스티나 강씨가 클라이언트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아트 패러다임>을 시작할 당시, 크리스티나 강은 클라이언트에게 꼭 맞는 작품을 전하기 위해 ‘미술 교육’을 중시했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아트 패러다임)

럽젠Q 아트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도움이 되는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조언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미술학 관련 공부를 하면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관련 전공을 공부하지 못했다면 대학원에서 미술 경영을 공부하는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현실적으로 예술 관련 직업을 갖기 위해 석사 학위 이상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문 지식이 중요한 직업이니까요. 그러나 요즘 아트 컨설턴트의 배경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요. 예전엔 미술 공부를 한 사람이 자리를 차지했다면 경영, 경제,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상당히 보입니다.”

럽젠Q 아트 컨설턴트를 비롯한 예술과 산업을 연관시키는 직업을 꿈꾸는 사람이 필요한 자질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첫 번째는 지식이에요. 컨설턴트의 지적 자산이 풍부해야 컨설팅을 잘 할 수 있겠죠.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미술사는 기본이고 역사, 철학, 과학 분야에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하죠. 두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클라이언트는 제 고객이기 때문에 항상 클라이언트 편에서, 이들과 아티스트와의 원만한 연결을 해야 하죠. 즉, 클라이언트와 아티스트 간의 ‘다리’ 역할을 잘 해야 해요. 아트 컨설턴트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에요. 비즈니스엔 ‘신뢰’가 상당히 중요하잖아요. 신뢰를 쌓기 위해선 전문 지식이 기본이고요. 자신이 한 말은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는 자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신뢰 형성에 매우 중요한 요인입니다.”

사람들과의 점심과 저녁 식사를 중시한다는 그녀는 비즈니스에서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트 컨설턴트의 지적 소양은 결국 사람 사이의 ‘연결’을 통해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과의 식사, 눈을 마주치고 나누는 진솔한 대화는 그녀가 예술 시장에서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게 한 무기다.

예술과 시장의 접점을 모색하는 사람들 ② 아트 딜러(Art Dealer)

가고시안 갤러리의 입간판이다.  뉴욕 첼시의 가고시안 갤러리.

아트 딜러라고 하면 ‘갤러리스트(Gallerist)’를 떠올리게 된다. 갤러리스트는 갤러리의 대표로 전시는 물론이고 작가 발굴과 지원을 맡는다. 최근에는 아트 펀드를 관리하는 펀드 매니저가 생기면서 아트 딜러의 범위가 확장하고 있다. 아트 딜러의 대표적인 예로 20세기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한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를 들 수 있다. 상업 갤러리스트 가운데 거장으로 데미안 허스트의 시리즈 전시 의 전 작품을 판매시킨 역사적인 인물이다.

래리 가고시안은 작가들과 소통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 해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연 제프 쿤스(Jeff Koons)도 이 갤러리의 전속 작가인데 래리가 정기적으로 그의 작업실을 방문해 필요한 자금과 도움을 묻는다고 한다. 현재 제프 쿤스의 명성과 그의 작품 가격은 미술 시장에서 상상을 초월한다.

예술과 시장의 접점을 모색하는 사람들 ③ 아트 콜렉터(Art Collector)

한 남성이 전시장에서 그림을 보고 있다. 보통 자신의 집에 작품을 모으다가, 규모가 커지면 자신이 소유한 작품으로 전시를 열기도 한다.

미술품을 수집하는 사람을 콜렉터라고 한다. 이들은 앞서 언급한 아트 컨설턴트, 아트 딜러나 혹은 경매를 통해 작품을 구매한다. 미술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보통 상당한 재력을 갖고 있다. 찰스 사치(Charles Saachi)와 데이비드 게펜(David Geffen)은 자신이 소유한 작품으로 전시를 열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재력가만이 아트 콜렉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라도 자신의 예술적 취향이 담긴 수집을 시작했다면, 이미 ‘아트 콜렉터’의 길에 접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예술 시장에서 작품을 팔고 사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아트 컨설턴트와 아트 딜러는시장과 예술의 매개자로 볼 수 있으며, 아트 콜렉터는 이들의 손길을 거쳐 작품을 선택하고 구매한다. 미술품 거래는 일반적인 물건 거래와는 다르다. 미술품이 지닌 고유함 때문에 그 가치를 결정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가치는 아트 딜러와 컨설턴트에 의해 결정되기 쉽다. 예술과 시장의 접점에 놓인 그들의 안목이 중요한 이유다. 잘 선택한 ‘오늘의 작가’가 10년 후 미술 시장의 ‘스타’로 빛난다. 미술품 투자자와 콜렉터는 이들의 빼어난 지적 자산과 시장을 꿰뚫는 예리함을 느낀다. 투자자가 걸출한 아트 딜러를 신뢰하며 기꺼이 자신의 지갑을 여는 이유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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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 ㅠㅠ 아트쪽으로 갈려는사람한테 저런 책이 갔으면좋겠어요 예를들면 나같은사람ㅋ
  • 빌리프

    정성이 담긴 기사 잘봤습니다!! 예술과 상업시장은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분야인 것 같습니다. 처음엔 예술을 값으로 매긴다는 것에 무작정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였는데 이 기사를 보면서 아트컨설턴트와 아트딜러라는 직업이 예술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번주 속사정쌀롱이라는 예능을 보면서 예술적 안목이라는 것이 쉽게 얻을 수는 없다는 걸 느꼈는데요. 이런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 도움을 받는 다면 예술을 접할 기회도 많아지고 흥미를 얻을 수 있을거 같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종류의 음악을 리스트로 만들어 반복적으로 듣는 것처럼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아트 콜렉터의 전시회에 가보는 것 그 자체 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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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예

    답글 감사합니다. 저 역시도 작품을 어떤 기준으로 값을 메기나 의문을 품었죠. 여전히 논의 해야할 부분이지만, 엄연히 시장이 존재하더라고요!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답니다~

  • 팜므파탄

    미술과 관련된 직업들이 이렇게 다양한 줄 몰랐어요!! 미술 뿐만 아니라 다른 관련된 지식도 알아야 하고, 그림을 보는 안목도 필요한 다재다능한 직업이네요. 그림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 기사를 통해 그림이나 미술산업 이면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분들에 대한 노고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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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예

    넵. 저도 이번 취재를 통해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답니다. 답글 감사드려요~

  • Ane

    '아트 콜렉터'는 들어봤어도 '아트 컨설턴트'와 '아트 딜러'는 처음 들어본 생소한 직업들이네요! 미술시장의 세계가 이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더 잘 돌아가는 것 같아요. 처음 들어본 직업이고 전문성 없이는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이지만 정말 매력적인것 같아요 :) 미술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대해서 많이 알아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또한 강조하신게 정말 인상깊었어요. 사실 이쪽 분야에 대해 잘 몰라서 '제프 쿤스'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봤는데 작품을 검색해보니깐 작품들이 하나같이 독특하고 매력있는 것 같아요! 도록을 통해 제프쿤스에 대해 그리고 그의 여러 미술 작품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욕심 때문에 도록을 받고 싶어요!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미술과 조금 더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ㅎㅎ 기사 덕분에 새로운 직업과 미술가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흥미로운 기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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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예

    전문 비지니스맨이라고 할까요? 어느 비지니스나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만 예술이라는 미묘한 주제를 다루는지라 다방면의 지식은 물론이고, 이를 잘 엮는 안목도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 뽀뽀리

    아트 컨설턴트, 아트딜러 다들 너무나 멋진 일을 하시는 분들이네요~ 고객에게 최상의 작품을 전달해주기 위해 많은 것을 공부해야하고,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정말 다방면으로 똑똑한 사람이여만 가능한 직업인 것 같아요~ 제프 쿤스가 신세계 백화점과 콜라보레이션해서 그의 작품이 전시가 되기도 하고, 잡지, 도록 등에서 만났을때는 너무나 반가웠어요. 그의 독특한 작품과 매력적인 보라색 컬러, 재미난 디자인으로 그의 팬이 되었는데요~ 도록이 비싸서 구매하지 못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보게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제프 쿤스에 대해서도 더 잘 알 수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재미난 기사 잘 봤구요 새로운 직업에 대해서 또 알게 되어서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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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예

    제프 쿤스는 우리나라 유명 백화점과 콜라보를 했던 경력으로 국내에 많은 팬이 있는 거 같아요. 도움이 되셨다면 정말 좋네여^^

  • 망치

    http://note.cyworld.com/ALG2MFID/20523224/m
    이번 기사를 통해서 아트컨설턴트, 아트딜러 등이 하는 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 예술과 시장의 접점에서, 아티스트와 클라이언트의 사이에서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아트컨설턴트와 아트딜러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됩니다. 30년 경력의 세계 최고 아트 딜러, 레리가고시안이 거래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였던 제프 쿤스의 작품이 너무 기대됩니다..!!! 레리가고시안의 예리하고 높은 안목과, 제프 쿤스의 예술적 소양과 재능이 예술품을 더 값지게 만들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저도 제프 쿤스의 도록을 받아서 예술적 안목을 넓히고 싶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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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예

    부디 당첨되셔서 도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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