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요리하다, 올댓스토리


이야기를 재료로 요리를 하는 회사가 있다. ‘스토리 매니지먼트’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누군가에게 꼭 맞는 이야기를 입혀주기도 한다. 펄떡 뛰는 활어를 다듬어 정갈한 한 상을 차리는 요리사의 솜씨로, 다듬어 지지 않는 정보의 파편을 모아 맛깔 나는 스토리를 세상에 내보인다. 우리나라 최고의 이야기 매니지먼트를 꿈꾸는 회사 ‘올댓스토리’를 찾았다.

‘STORY’라는 문구가 적힌 자주색 도서 커버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스토리를 요리하는 회사, 올댓스토리

이야기를 요리하는 회사, 올댓스토리입니다

올댓스토리는 스토리 전문 기업이다. 두부 공장에서 두부를 만들어 팔 듯, 스토리를 만들어 파는 회사다. 우리의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스토리를 찾아내기도 하고, 이야기를 불어 넣어 브랜드의 매력을 살리기도 한다. 대표 김희재 씨는 이야기야말로 거대 자본이 들지 않는 최고의 원자재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를 소재로 사업을 시작했고, 올댓스토리는 스토리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댓스토리는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올댓스토리의 조민욱 팀장님을 만나 회사의 운영방식과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 철학에 대해 묻고 들었다.

스토리 매니지먼트 회사 ‘올댓스토리’의 조민욱 팀장이다. 그가 주황색 티셔츠를 입고 무언가를 말하고 있으며 사진은 그의 옆모습이다. 배경엔 올댓스토리의 자체 브랜드 ‘엿츠’가 진열되어 있다.
스토리 전문 기업 올댓스토리의 조민욱 팀장

올댓스토리는 스토리를 운영하는 회사다. 연예인을 발굴하고, 키우고, 다시 시장에 내놓는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처럼 스토리를 ‘매니징’한다. 회사는 크게 스토리 개발과 출판 기획 등을 맡는 스토리 사업부, 스토리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드 전략 등을 담당하는 스토리 전략 사업부, 브랜드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우리 사업부로 나뉜다.

스토리 사업부는 쉽게 말해 ‘스토리 매니지먼트’를 도맡는 부서에요. 영화나 드라마 공연을 위한 스토리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사업부입니다. 또한 ‘스토리 닥터링’이라고 도움이 필요한 스토리를 수정, 조언하는 역할도 맡고 있죠. 예컨대 몇 년 전, 시장에 나오기엔 이야기 구성이 미약했던 <포화 속으로>라는 영화를 수정하고 보완하여 더 맛있게 탄생시켰어요. 뿐만 아니라 ‘스토리 공모 대전’이라는 공모전에서 스토리 컨설팅을 2년간 맡으며 스토리 개발 자문 역할을 하고 있죠.

작가와 시나리오 창작자 집단이 모여 결성했다는 이 회사의 이야기 개발을 위한 열정을 살펴보면 남다른 비전이 엿보인다. 이들이 스토리를 매니지먼트하는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저희는 한국의 창작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갖고 시장에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르 문학이 취약하죠. 그러나 국내에서 장르 문학이 꽃 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구나 장르 문학을 자유롭게 창작하고 올댓스토리가 이를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상품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이를 통해 국내 스토리 창작자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 그들의 창작자로서의 권위를 높이는 것이죠. 국내 이야기 산업의 리더가 되는 것이 저희의 꿈이자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영화 ‘포화 속으로’의 포스터다. 왼쪽부터 주연배우 차승원, 최승현, 김승우, 권상우가 있다. 군복을 입고 화면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올댓스토리가 스토리 매니지먼트를 통해 완성도를 높인 영화 <포화 속으로>.

스토리를 발굴해 키우는 스토리 사업부 외에 올댓스토리에서는 직접 개발한 ‘스토리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에 따라 ‘이야기 컨설턴트’의 업무도 진행한다. 스토리 전략 사업부는 새로운 브랜드가 시장에서 매력적으로 돋보이도록 브랜드의 이야기를 진단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한다. 비즈니스라도 하나의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에 도달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말이다. 이 사업부를 통해 ‘제주 한라수’라는 생수 브랜드가 탄생했다. 평범할 수 있는 제주도 물이 백록과 설문대 할망의 이야기를 입고 단 하나뿐인 생수로 탈바꿈했다.

제주 한라수의 패키지다. 투명한 생수병에 ‘hallasu’라는 로고가 적혀있다. 오른쪽엔 제주 한라수의 설명이 첨부됐다.
올댓스토리의 스토리 전략 사업부를 통해 탄생한 제주 한라수.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야기가 필요한 곳에 이야기로 숨을 불어넣는 것. 그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넘어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우리 사업부를 통해 전통 엿에 신선의 이야기를 입혀 ‘엿츠’라는 자체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스토리 컨설팅을 할 때 저희 의도가 항상 실현되진 않았어요. 그래서 개발한 자체사업이 ‘엿츠’였어요. 사람들이 요즘 엿을 잘 안 먹잖아요? 그런데 엿은 좋은 점이 많은 전통 간식이거든요. 소화도 잘 되고 몸에 좋은 당분이 많죠. 이를 신선의 이야기를 통해 살려보자고 했죠. 이야기를 바탕으로 디자인도 감각적으로 제시했죠.

‘엿츠’가 올댓스토리 안에 나무에 걸려있다. 패키지 겉면에 ‘세월이 엿 먹일 때’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올댓스토리의 우리사업부를 통해 개발된 전통 엿 브랜드 ‘엿츠’. 회사 안에 나무에 걸려있다. ‘세월이 엿 먹일 때’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스토리’를 이야기하다

이야기를 소재로 사업을 하다 보니, 어떤 것이 ‘좋은’ 이야기인지에 대한 관점이 남다를 것 같았다. 그에게 ‘좋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좋은 이야기가 갖출 요인은 무엇인지 물었다.

먼저 ‘이야기’가 뭔지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간단히 정의해 보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청자의 감동을 이끌어 내는 인물, 사건, 배경으로 이루어진 정보 집합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좋은 이야기의 조건은 아무래도 ‘주제’라고 생각해요. 즉, ‘목적’이 중요해요. 감동이 이야기의 목적이면 그 방향성이 주제가 되겠죠.

아무리 주제와 목적이 탄탄한 이야기를 기획해도 시장에서 소비자가 이 이야기를 소구하는 지점은 다를 수 있다. ‘좋은 이야기’와 사람들의 ‘좋아하는 이야기’의 간극은 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예측하지 못한 외부 요인에 의해서 이야기가 각광받거나 죽기도 하는 것 같아요. 최근 <명량>이 많은 사랑을 받았잖아요. 지금 일본과 국제 정세가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과거에 일본과의 사이가 매우 우호적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만약 그때라면 지금처럼 <명량>의 메시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을까요? 시장에서 사랑받는 이야기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요. 아무리 좋은 이야기일지라도 시장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랑받지 못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이야기 제작자들은 세상 돌아가는 데 관심이 많아야 해요. 일례로 대선이나 월드컵 같은 큰 행사의 흐름을 주시해야 해요. 이야기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이야기 시장엔 잘 기획된 이야기가 넘친다. 그가 요즘 눈 여겨 보고 있는 이야기의 ‘흐름’은 무엇인지 궁금해 물었다.

‘공감’이에요. 최근에 공감이란 키워드가 다양한 영역에서 보이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단어가 많이 들리지 않았거든요. 이를 통해 대중들이 공감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겠죠. 공감을 내세운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해요.

이야기를 꿈꾸는 사람을 위해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혹은 그와 관련한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들이면 좋을 만한 습관은 무엇이 있을까. 올댓스토리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을 것 같아 물었다.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주제’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게 하늘에서 뚝딱 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주제 정하는 훈련 가운데 하나가 ‘정의 내리기’에요. 예컨대 ‘사랑은 OO다.’, 혹은 ‘돈은 OO다.’와 같이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을 정의내리는 거죠. 최대한 구체적으로요. 그걸 모아보면 자신의 가치관과 자기 자신을 증명할 수 있게 돼요.

올댓스토리 조민욱 팀장이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주황색 티셔츠를 입고 있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해요!”

가치관을 찾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적어보는 거예요. 아주 사소한 것도 괜찮아요. 예컨대 ‘나는 연필이 좋다. 왜냐하면~’의 식으로요.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작업이 만만치 않아요. 그럴 땐 반대로 ‘싫어하는 것’을 적어보세요. 삼각형을 그리기 위해서 삼각형 안에서부터 삼각형 모양으로 색칠하는 방법도 있지만, 삼각형 밖을 칠하면서 삼각형 모양을 알아가는 방법도 있는 것처럼요.

비교적 작은 회사다 보니 직원을 모집하는 규모도 작고, 그 방법도 독특하다. 그들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 모양을 띌까.

공감할 수 있고, 공감을 이끌 수 있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요. ‘자기 이야기’를 많이 쌓으시라는 말씀을 하고 싶어요. 회사를 발판으로 본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를 만들기도 하는 거죠. 올댓스토리에서 뭘 하고 싶은지, 올댓스토리를 활용하여 어떤 가치를 만들고 싶은지를 생각하시는 분을 원해요.

그가 말하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무엇일까?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인지, 개성이 뚜렷한 사람인지 모호할 수 있다. 명확한 모양을 잡기 위해 물었다.

어떤 화장품 이야기 개발 사업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 화장품이 자신에게 무엇인지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해요. 그 화장품에 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은 누군가의 ‘자기 이야기’에서 나올 수 있거든요. 사람들이 화장품에 대해 생각하는 보편성을 잃지 않는 선에서 추구할 수 있는 독특한 발상은 ‘자기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자기 이야기는 앞서 말한 자기 가치관에서 오는 것이고요.

올댓스토리 회사 내부에 만화책이 진열돼있다. 아기와 나, 슬램덩크가 책장에 꽂혀있다.
‘자기 이야기’엔 가치관 세우기 외에도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그의 조언. 만화책도 예외는 아니다.

올댓스토리 회사 내부, 10명 남짓의 자리가 보인다. 3명이 각자의 업무를 맡고 있다.
올댓스토리 회사 내부 모습.

결국 명확한 자기 가치관을 중심으로 세상에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꾼, 그런 사람이야말로 올댓스토리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다. 이미 올댓스토리에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세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이 작은 회사의 움직임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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