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먹는 패키징 디자인의 세계, 식음료 패키지 디자이너

사진 | 이유진/제19기 학생 기자(세종대학교 역사학과)

보기만 해도 입맛을 다시게 되는 제품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용물이 전면에 드러난 것이 아닌데도 그 맛이 느껴지는 이유, 눈으로 먹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바로 패키지 디자인 때문이다. 사람이 옷을 입어 자신을 표현하듯, 식음료도 패키지라는 옷을 입고 자신을 표현한다. 이를 디자인 하는 사람, 바로 식음료 패키지 디자이너이다.

외국의 패키징 디자인 제품 사례. 왼쪽 사진은 딸기잼 사진으로, 일반적인 잼병 뚜껑은 동일하지만 병 모양이 빨간색 딸기를 확대한 듯 딸기의 모습 그대로다. 병 뚜껑에서부터 병 전신까지 잼 브랜드 이름 ‘LA VIEJA FABRICA’가 쓰여 있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벌꿀 패키지를 촬영한 사진으로, 잼병과 같은 통에 꿀이 들어 있고, 병에는 흰색 스티커가 붙어 있으며 위에는 벌이 가득 그려진 포장지로 병 입구가 묶여 있다. 옆에 놓인 상자는 흰색 외곽, 그리고 상자 안쪽에 벌이 가득 그려진 무늬가 그려져 있어 실제로 벌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미각의 시각화, 식음료 패키지 디자이너

한 번 잘 생각해보라. 편의점에서 음료나 식품을 고를 때 우리가 포장을 뜯어서 맛을 보고 상품을 선택하는지를. 우리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다. 우리는 선택할 때 원래 그 상품을 알고 있었다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겉모습에 이끌려서’ 물건을 구매하고는 한다. 패키지 디자인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 있다. 겉모습만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면의 특징을 겉으로 드러낸다는 것. 패키지 디자이너의 직업으로서의 매력일 것이다.

패키징 디자이너의 사무실. 왼쪽 사진은 한쪽 벽면을 촬영한 사진으로, 갈색 벽면에 디자인 중인 패키징 도안이 나란히 붙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사무실 옆 선반으로, 각종 차 음료와 우유 등이 빈틈없이 놓여 있다.

패키징 디자인이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패키징은 사실 오래 전부터 우리와 함께 해오고 있다. 열심히 추수한 쌀을 포장하는 농민, 음식이 상하지 않게 밀봉하는 것 모두 ‘패키징’이다. 현대에 와서 상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기능, 마케팅 수단으로서 디자인을 가미한 것이 바로 패키징 디자인이다. 정성스레 자신이 알리고자 하는 대상을 감싼 뒤, 소비자와 전면에 마주한다. 따라서, 패키징 디자이너는 마치 보병과 같다. 적과 직접 만나 싸우는 보병처럼 패키지 디자이너는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패키지가 말한다

패키징 디자이너 사무실에 놓여 있는 한 두유 병. 웅진 대단한 콩두유로, 연두색의 병이 완두콩 주머니처럼 볼륨감 있고 튀어나와 있고 병 위에 ‘대단한 콩’이라 쓰여 있다.

현재 몇몇 대학교에서 패키징 디자인을 전공하는 과들이 개설되어 있다. 그러나 몇몇 과에서 패키지 디자인을 가르칠 때, 그래픽과 같은 흥미로운 부분이 아닌 용기 디자인이라고 하는 공학, 설계 부분으로 먼저 접근을 하게 된다.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는 것. 커리큘럼을 조금만 바꿔도 더 많은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용기 디자인은 패키징 디자인과 만나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용기 디자인이건 그래픽 디자인이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제품을 일단 파악해내는 것이다. 결국 패키징 디자이너는 제품의 아이텐티티를 표현해내는 것과 동시에 selling point를 찾아 표현해내는 직업인 것. 제품 판매를 위한 디자인이다 보니 잘 팔리는 디자인이 될 것을 요구하곤 한다. 그러려면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고, 사용하는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 성향을 알아야 하며 경쟁사 분석도 필수적이다.

어린이 제품 패키지 디자인. 왼쪽 사진은 시리얼 제품으로, 직사각형 박스 안에 병아리와 팬더곰의 얼굴이 있고, 이 동물들의 손이 브랜드 네임이 적힌 종이를 안고 있는 듯 그려져 있다. 박스 가운데에 그려진 종이에는 ‘오곡담은 카라멜링’, ‘오곡담은 카카오링’이라고 쓰여 있다. 오른쪽 사진은 캔음료 제품으로, 분홍색, 살구색, 연두색, 푸른색의 제품이 총 4개 있고 젖소로 보이는 동물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패키지 디자인을 향한 노력

패키징 디자이너의 사무실 모습. 왼쪽 사진은 사무실 가운데에 놓인 책이 가득한 책장의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화이트 보드를 촬영한 것으로, 디자인 구상을 위해 의논한 여러 흔적들이 보인다.

패키지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노하우가 필요한 직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노하우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경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쌓일 수 있는 직업이다. 우리보다 패키징 디자인을 먼저 시작한 외국에, 나이 지긋한 패키지 디자이너가 많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감각만 잃지 않는다면, 그 어떤 직업만큼이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생명력이 긴 직업이다.

외국에 비해 우리의 패키징 디자인은 사실 출발이 늦었다. 그래서 상업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진 부분은 조금 아쉽다. 그러나 여러 회사들에서도 패키지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아가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제품의 품질이 거의 평준화된 상황에서 자신들의 상품을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이 바로 패키징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어렵고 생소해 보인다고 지레 겁먹지 말자.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식음료를 먹고 마시고, 동시에 패키징 디자인을 접한다. 우리의 생각보다 패키징 디자인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 Mini interview

냉랭한 가족, Cd’s associates 이영희 대표를 만나다

냉랭한 가족? Cd’s associates

cidis 회사의 모습. 왼쪽 사진은 간판을 촬영한 사진으로 정사각형의 갈색 판에 ‘cd’s associates’라 적혀 있고 이것이 흰색 벽돌로 된 벽에 붙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회사 입구를 촬영한 것으로 나무가 우거진 마당에서 2층집, 즉 이 회사 전경을 찍은 모습이다.

Cd’s associates는 humanizing(인간중심적인)과 creative(창의적인)를 모토로 하는 디자인 대행업체이다. 패키징 디자인으로 특히 유명한 이곳은 ‘자연은’, ‘2%’ 등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패키징 디자인을 담당한 곳이다. 잘 팔리는 상품을 제작하는 동시에, 인간 중심적이고 자연주의적인. 식음료 패키징을 주로 담당하다 보니 사람이 먹는 것은 바르고 정직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에 30년째 패키징 디자인을 해오고 있는 기업이다. 총 직원 23명으로 작은 규모처럼 보이지만 단단한 회사. 가정집을 개조하여 사무실을 구성했는데, 그 감각적인 공간에서 디자인이 나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일 정도다. 한 지붕 아래에서 때로는 사무실에 딸린 테라스에서 가든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는 그들. 가족적인 분위기인 것은 맞지만, 이영희 대표는 그들 스스로를 ‘냉랭한 가족’이라고 부른다. 더 나은 디자인을 위해 항상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바른 먹거리, 식음료 패키징 디자인을 한다는 것

이영희 대표의 모습이다. 어느 사무실 테이블에 앉아 인터뷰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연속컷 두 장으로 보이고 있으며, 검은색 재킷과 연회색 셔츠를 입고 있고, 나이대는 50대로 보이는 남자다. 그의 뒤에는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 그간 작업해온 제품의 패키지가 차곡차곡 정렬되어 있다.

Cd’s는 식음료 패키징을 주로 담당하다 보니 환경 친화적인 디자인을 선호한다. 그러나 궁금증이 생겼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회사의 지향점이 다르다면 어떨까? 그러나 곧 바보 같은 질문이었음을 알았다. 디자인 회사를 찾는 클라이언트들은 이미 각 회사에 대한 이해가 된 상태로, 자신들의 기업 이념을 착실히 알려온 디자인 회사라면 그러한 충돌은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도 언급한 바 있듯, 먹거리에 관련해서는 cd’s의 가치를 벗어나는 클라이언트는 거의 없다고 한다.

Creative Director 이영희 대표의 가장 기억에 남는 패키징 디자인!

이영희 대표가 특히 기억에 남는 패키징 디자인 작업으로 ‘자연은’ 음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위 사진은 이영희 대표가 테이블 앞에 앉아 ‘자연은’ 음료 병 하나를 손으로 만지며 인터뷰어를 향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자연은’ 음료 병을 클로즈업한 사진. 노란색 병 뚜껑에 투명 유리병에 흰색 스티커가 둘러져 있고, 스티커에는 붓글씨로 쓴 듯한 ‘자연은’이라는 글씨와 감귤 그림, 그리고 ‘210일 제주감귤’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이영희 대표는 여러 패키지 디자인 작업 중에서도 ‘자연은’ 음료 디자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그 당시만 해도 글로벌 기업 델몬트, 썬키스트가 과일음료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차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새로운 음료 브랜드가, 그것도 국내의 신생 브랜드가 음료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패키징 디자인을 위해 제품 분석을 하던 중 가능성을 엿보았다. 수입 브랜드도 물론 좋지만, 먹는 것은 우리 것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토불이 전략을 패키징 디자인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서체도 자연적이고 ‘한글맛’이 나는, 담백한 붓글씨로 선정하고, 단순히 과즙을 강조하는 이미지가 아닌 자연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 또한 슬로건 자체도 ‘천천히, 천천히’라는 이야기를 내걸고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심고자 했다. 결과는 다행스럽게도 정말 좋았고, 음료 ‘자연은’은 단번에 웅진 음료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빅 브랜드가 되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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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외국사이트인 텀블러와 인스타그램을 돌아다니다가 boxed water is better이라는 물팩디자인을 보고 한눈에 반했어요:) 물병이 아닌 물팩에 깔끔한 디자인이 디자인샵에서나 팔 듯한 물팩이었는데 정말 예쁘더라고요.모 회사에서 파는 아프리카 소년이 그려진 물병도 정말 예뻤구요.상품의 맛이 거의 차이가 없어지면 질 수록 패키지 디자인의 힘이 소비를 이끄는 힘이라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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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은

    외국 패키징 디자인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많더라고요! 한국도 점점 이를 따라잡고 있는 추세구요 :) 더이상 새로운 맛을 만들기 힘들다면, 패키징을 새롭게 한다는 것. 아주 작지만 신선한 생각의 전환인 것 같아요!

  • 유이정

    우왓 저 자연은 정말 자주 먹는뎅ㅎㅎ 다시 보니 자연적인 서체 + 자연느낌 물씬나는 나뭇잎으로 이루어졌네요! 음료의 이름, 특성과 정말 어울리는 패키징*.*!! 제가 만약 자연은 음료 패키징 디자인을 한다면 아예 병모양을 나뭇잎으루 하구 싶은뎅.. 그럼 음료가 제대로 서질 않겠죠?ㅎㅎ 히히 자연은 음료 패키징의 비밀을 알려준 전영은기자 감사함당 자연은 전영은 ㅎㅎㅎㅎ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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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은

    저도 자연은 보면서 항상 제 이름 같다는 생각을ㅎㅎㅎㅎㅎㅎㅎ그래서 한창 즐겨먹었어요!!크크 뚜껑도 모은 적이 있답니다! 나뭇잎 병모양 신선한데요?? 요즘 기술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네용^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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