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비트는 정의의 승부사, 시사 만평가

한 컷의 만화로 오늘을 읽고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갖게 하는 승부사, 시사 만평가. 그는 알고 보니 사회의 숨은 곳까지 보듬어 껴안을 줄 아는 ‘애정가愛情家’였다.

쓴웃음 속 곧은 시선의 선물 세트

신문을 읽으면서 유일하게 우리에게 웃음을 허락하는 시사만평. 이는 만화를 매개로 해서 세상을 풍자하고 권력을 비판하는 장르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의 시사만평을 통해 사회의 가장 큰 흐름과 수많은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즉 시사 만평가는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단, 그림체가 비슷해도 만평은 만화와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만화와 만평 모두 세상을 담고 있으며, 우리에게 웃음을 선물한다. 그러나 그 웃음의 질에 차이가 있다. 만화의 웃음이 기분 좋은 웃음이라면, 만평의 웃음은 그야말로 쓴웃음, 비웃음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 만화가와 만평가 역시 다르다. 비유하자면 만평을 시로, 만화를 소설이라 해야 할까. 시가 은유와 풍유, 상징 등의 여러 기법이 사용되고 수많은 의미가 응축된 것처럼 만평도 마찬가지다. 독자는 압축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된다.

시사 만평가가 기자라고?

우리가 몰랐던 사실 중 하나는 바로 시사만평이 칼럼에 속한다는 것이다. 시사만평과 칼럼, 그 둘의 차이는 단지 그림과 글이라는 점일 뿐이다. 시사만평은 그림을 통해, 칼럼은 글을 통해 사회를 향해 소리치는 성격을 지닌다. 시사 만평가 역시 기자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흐름을 판단하는 시사성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권력에 맞서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저항 정신, 고발정신을 갖춰야 진정한 시사 만평가로 거듭날 수 있다. 물론 글과 그림에 대한 충분한 훈련은 필수!

모든 시사만평의 성향은 이를 창조하는 시사 만평가의 손아귀에 달려 있다. 하나의 사건조차 성향이 다른 두 만평가의 손에 맡겨지는 순간, 180도 다른 그림으로 탄생한다. 이처럼 하나의 만평을 통해 우리는 작가와 신문의 성향을 읽어낼 수 있다. 올바른 만평가의 손에서는 정의로운 만평이, 그렇지 않은 만평가의 손에서는 구린내 나는 만평이 나오기 마련이다. 고로 만평가는 ‘정의’라는 추가 되어야 한다. 세상에는 외압이란 검은 유혹이 많다. 그럴 때마다 만평가가 내세운 정의 추는 올바른 만평을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시사 만평가로 가는 길과 그 후

가장 안타까운 소식이라면, 시사 만평가의 꿈을 위한 공식 루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 만화 관련 학과(만화창작과, 애니메이션학과, 실용미술과, 시각디자인과 등) 또는 만화 학원을 통해 만화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과 이론을 배우는 것이 기본이다.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쌓은 후 신문 투고나 만화현상 공모에 응모하는 것이 시사 만평가가 되기 위한 현재의 유일무이한 방법이다.

시사 만평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한 뒤엔 프리랜서나 신문사에 소속되어 활동할 수 있다. 둘 사이 차이점이라면, 단 하나 출근의 여부다. 신문사에 소속되면 편집회의에 참가해 각 데스크의 이야기를 듣고 주제를 생각한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면 편집회의 대신 신문사에서 자료를 받는다. 이후 과정은 똑같다. 마감의 그날까지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일이다.

만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주제다. 주제를 결정하는 일이야말로 만평의 핵심이자 가장 어려운 과제다. 만평가가 하루 10시간 만에 만평을 완성한다면, 그 주제를 찾는 것만으로 7~8시간이나 소요된다. 만평가는 그날의 최대 이슈를 찾기 위해 주요 일간지부터 인터넷 신문, 그리고 신문사 기자까지 총동원하는 수고를 들인다. 하나의 주제에는 수많은 사람의 이익이 상충해있으며,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담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MINI INTERVIEW

< Focus > 유사랑의 시사 만평가 탐구

< Focus > 신문 창간 이래로 6년 6개월, 그는 하루도 쉼 없이 만평을 그려내며 권력이 입은 부패한 옷을 벗겨 내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매일 ‘시간’이란 이름 아래 잊힐 수 있던 작품이 요즈음 유사랑의 MB사랑 회고전 < 사랑이 저만치 가네 >에서 결실을 보았다. 군사 정권부터 지금까지, 그의 만평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해왔으며 수많은 사건 속에서 진실을 외치기 위해 한시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럽젠Q. 처음 만평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학교 다닐 때에는 최루탄이 난무하고, 수업도 거의 들어가지 못했어요. 사회가 혼란스러웠죠. 그래서 이런 공부를 계속해야 하나 의문을 갖게 되었죠. 사람들은 늘 데모하러 다니고, 그걸 하지 않으면 배신자가 되었거든요. 본인의 자유이긴 한데, 당시 시대가 그랬어요.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역사의 병목현상을 겪으면서, 내가 원하지 않아도 늘 사회를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걸 좋게 얘기하면 시대 정신, 사회 비판의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다가 제가 좋아하는 교수님께서 신문에 글을 실었는데, 제게 만평을 그려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만평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전 전문적인 교육도 받지 못했고 오로지 제 관심으로부터 시작된 거죠. 당시 마땅한 일이 없어서 호구지책으로 뛰어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전 만화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어요.

럽젠Q. 자신의 만평이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인 목적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에요. 가장 약한 것을 보호해야 강한 것도 살아남아요. < 뿌리 깊은 나무 >라는 드라마 봤죠? 왕은 가장 강하지만 한 송이의 꽃에 불과해요. 그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은 뿌리예요. 뿌리에 있는 민중이 사라지면 위에 있는 권력층도 무의미해지고, 결국에는 사라지게 되죠. 그래서 저의 만평은 권력의 횡포와 같은 것을 고발하고 공의가 하수처럼 흐르는 사회를 건설하는 목적이 있어요.

럽젠Q. 6년 6개월이란 연재 기간 하루에 하나씩 새로운 주제를 찾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나요?
항상 모든 촉수와 감각을 열어 두고 시사의 흐름을 지켜보죠. 주요 일간지를 매일 읽은 뒤 인터넷도 뒤적거려요. 때로는 관심이 가는 기사를 취재한 기자를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듣고, 다른 신문사에도 연락하기도 해요. 일이 끝나고 이어지는 술자리에서까지 항상 모든 이야기에 집중하죠. ‘진리의 시간’이라는 말이 있어요. 투우사가 소를 지치게 한 후, 마지막에 칼로 소의 심장을 찔러요. 소와 눈을 마주치고 칼로 찌르는 그 순간을 진리의 순간이라고 하죠. 이렇게 모든 감각을 열어두고 시사의 흐름을 지켜보는 동안, 저에게도 딱 ‘필feel’이 꽂이는 진리의 순간이 있어요. 이게 언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타이밍이 있죠.

럽젠Q. 만평 작업이 막히는 순간에는 어떻게 하나요?
제가 아는 모든 가학 장치를 총동원해요. 글과 문맥을 반복해서 분석하고, 그걸 완벽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죠. 그리고 최대한 압축하려고 해요. 다른 콘텐츠가 있으면 그것을 한 단어로 압축시키고, 그 단어에서 파생하는 다른 쪽을 보려고 하죠. 그러다 보면 예상외로 아이디어가 탁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훈미정음’이란 제 작품도 영어 공용화에서 그와 전혀 반대인 성격으로 파생시켜 재미있게 연결 지은 거잖아요.

럽젠Q. 가장 기억에 남는 만평은 무엇인가요?
‘삽도신경’과 ‘훈미정음’이라는 작품이에요. ‘삽도신경’은 MB의 4대강 비판을 기독교 사도신경으로 패러디한 것이고, ‘훈미정음’은 영어 공용화를 비판한 것이에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죠.

럽젠Q. 6년 6개월 동안 < Focus > 신문에 연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요?
노무현 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정책 중 하나였던 한미 FTA와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비판해야 했어요. 한 번 지지자는 영원한 지지자가 되어야 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그것이 깨져야 하고, 비판할 줄 알아야 해요. 마음속으로는 지금도 노무현을 지지하지만, 당시에 노무현 정부의 FTA나 이라크 파병과 같은 사안에 대해 비판하면서 마음이 아팠죠.

럽젠Q. 만평으로 외압이나 비판이 있던 적은 없나요?
만평 자체가 조롱이나 비판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당연히 있죠. 기사 실명제가 되어 제 메일 주소가 공개되면서 폭탄 메일도 오고, 욕설이 담긴 메일도 온 적이 있었어요. 때로는 정중하고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메일을 받기도 하죠. 그래서 이 사람과는 이야기가 통하겠다 싶으면 답장하고 이야기를 나누죠. 가끔 파격적인 만평을 그리고 나서 잠수를 타기도 해요. ‘삽도신경’이 그 중 하나예요. 만평을 마감하고 나면, 신문사에서 전화가 오지만 받지 않아요. 예전에 신문사에 있을 때는 데스킹을 거쳐 기사 필터링이 되었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그런 과정이 없어서 좋아요.

럽젠Q. 현재 가장 집중하는 사회 이슈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가?’와 젊은 층의 투표 참여에 대한 문제겠죠. 젊은 층의 투표는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과 자기 의지가 있어야 해요. 우리 말에 ‘대림 추’라는 말이 있어요. 생각 없이 이리저리 따라가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죠. 여론 조사에 따라 투표하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에 따라 좇아가면 안되는 거에요.

럽젠Q. 시사 만평가를 꿈꾸는 학생에게 한 마디 하자면요?
꿈꾸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웃음) 참 힘든 직업이고 돈벌이도 잘 안 되고요. 만평가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그림, 글에 대한 실력이 필요해요. 대부분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그림만 잘 그리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작문에 대한 훈련도 충분히 해야 하죠. 또 잡식성이어야 해요. 독서량도 많아야 하고, 특히 시사의 흐름을 봐야 해서 깊이 있게는 아니더라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잡식이 있어야 해요. 그러나 이런 모든 것에 앞서서 가져야 할 마음이 있어요. 바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이에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 동일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어야 해요. 학문의 고하, 재산의 많고 적음, 신분의 높낮이를 떠나서 인간은 인간 자체로 중요해요.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참 멋진 말이에요. 인간에 대한 애정, 그런데 그 애정이 많은 시혜를 입는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라 늘 소외되어 있고 뒤처진 사람들을 향하고 있을 때, 비로소 만평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정의감과 공분, 사회적 공의를 같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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